[기고]北美회담, 좋은 딜과 나쁜 딜로 평가해야 한다

머니투데이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 2019.02.22 05:02

[the300]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2차 회담이 며칠 뒤로 다가왔다. 작년 1차 회담을 앞두고 정상 간 소위 ‘탑 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빅딜’에 대한 예상이 많았다. 당시 ‘빅딜’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와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 및 경제지원 등이 교환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1차 회담의 추상적 합의를 구체화할 실무협상에 진전이 없게 되면서 당시 이야기 했던 ‘빅딜’은 어느새 현실성 없는 기대가 되어 버렸다. 지금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와 핵물질, 핵프로그램을 모두 포기하는 ‘빅딜’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이전과는 다른 ‘빅딜’과 ‘스몰딜’이 언론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 새롭게 이야기 되는 데, 그 개념이 모호하다. 말 그대로 합의 내용의 규모에 따라 ‘빅’과 ‘스몰’을 나누는 경우도 있고, 미국의 직접적 안보 위협만 다루게 되면 ‘스몰딜’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지금 ‘스몰딜’은 북한의 기존 핵 능력을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미래 핵 생산능력의 일부 혹은 운반수단의 일부와 교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를 향하는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지 못한 상태에서 더 이상의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없게 만드는 합의가 ‘스몰딜’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에서도 이런 ‘스몰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처음 ‘스몰딜’ 개념이 등장한 것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적 인식,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더 커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안보 측면에서의 필요성, 큰 목표를 가지고 협상을 하다가 어그러지면 2017년과 같이 군사적 긴장이 증가하면서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 때문에 북한과 합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합의를 해나가는 것이 상황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논리였다.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한 포괄적 합의 없이도 여러 개의 ‘스몰딜’을 통해 결국에는 북한의 핵 폐기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종국 상태에 대한 포괄적 합의가 없이 스몰딜에 매달리게 되면, 하나의 스몰딜에서 다른 스몰딜로 이행하는 것이 전적으로 북한의 자의에 달려 있으며, 그것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합의의 규모가 크건 작건, 결국 한두 개의 스몰딜에서 협상은 그치게 되고 북한은 그에 대한 대가로 어느 정도의 제재 완화를 얻게 되면서, 결국 국제사회의 제재는 복원이 어려워지고, 궁극적인 핵 폐기는 오히려 요원해 질 수 있다는 것이 비판론의 요지다.


합의 내용의 규모에 상관없이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이끌어 낼 수 없는 모든 합의는 ‘스몰딜’에 그칠 수밖에 없다. ‘스몰딜’은 북한으로 하여금 더 이상의 비핵화에 대한 동기가 사라지게 하는 위험성이 내포돼 있는 것을 의미한다. 영변 시설 폐기가 합의안에 오르더라도 그것이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의 폐기로 연결이 안 된다면 ‘빅딜’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그 합의 내용의 규모에 따라 할 것이 아니라, 과연 북한의 핵 폐기를 촉진하는 ‘좋은 딜’이 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북한의 핵 포기 동기를 약화시켜 궁극적 핵 폐기를 어렵게 하는 ‘나쁜 딜’인지로 평가해야 한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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