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씨는 남자친구와 상의해 결국 아파트를 사기로 했다. 그동안 모아 놓은 돈과 양가 부모님 지원을 일부 받더라도 주택담보대출은 필수였다. 은행 창구에서 대출상담을 받아본 나 씨는 어떤 대출을 받아야 할지 선택하기 어려웠다. 변동금리로 할지 고정금리로 할지도 고민인데 여기에다 다음달 18일엔 10년간 대출금리 상승폭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하는 주택대출까지 나온다고 하니 계산이 더 복잡해 졌다.
◇금리상승폭 2%P로 제한하는 주택대출 2종 나온다는데=은행들은 다음달 18일부터 변동금리 대출을 받는 사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월상환액 고정형'과 '금리 상한형' 등 2가지 주담대 상품을 판매한다.
월상환 고정형은 금리가 올라 이자부담이 늘어나면 원금 상환액을 줄여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상환액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대출금리가 연 3.5%에 대출원금이 3억원 이라면, 금리 1%포인트 상승시 매달 상환해야 하는 돈은 151만5000원으로 종전(134만7000원)에 비해 16만8000원 더 많아진다. 연간으론 201만원이 더 나가게 된다. 월상환 고정형 대출을 받게 되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르더라도 종전대로 134만7000원만 내면 된다.
월 상환액 고정기간은 10년이다. 이 기간 금리 상승폭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해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대출금리는 연 5.5%를 못 넘는다. 다만 고정기간이 지나면 지금까지 덜 낸 원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한다. 변동금리로 전환하거나 월상환액을 다시 산정하는 방법도 있다.
금리상한형 대출은 기존 대출자가 특약 형태로 추가할 수 있는 상품이다. 변동금리 대출을 받았더라도 1년간 금리 상승폭을 1%포인트 이내로 제한하고 5년 동안은 최대 2%포인트만 금리가 오르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급격한 금리 상승 시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금리 연 3.5%, 대출원금 3억원인데 1년 안에 금리가 1.5%포인트 오른다고 가정하면 일반 변동금리 대출보다 월 9만원, 연간 105만원 가량 상환액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신규대출자는 "NO", 월급쟁이 대출자 '갈아타기'로 이용해 볼만=올 상반기 안에 당장 대출을 받아야 하는 나 씨에게 금리 상승폭을 제한하는 대출상품이 유리할까? 은행원들은 대부분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현 시점 기준으로는 신규로 대출을 받는 사람은 변동금리 대출보다는 고정금리 대출을 받아야 금리가 더 싸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은행 기준의 변동금리 대출 금리는 연 3.26~4.76%(코픽스 신규 기준)로 고정금리(5년 혼합형) 연 2.94%~4.34% 대비 더 높다. 게다가 최근 변동금리 대출 금리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지만 혼합형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또 다음달 18일부터 판매되는 '대출 2종'은 금리상승 위험을 은행이 부담한다는 점을 고려해 변동금리에 추가로 0.15~0.3%포인트 금리를 더 부담해야 한다. 대출원금이 3억원 이라면 매달 5만원 내외의 돈을 더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신규가 아닌 기존 대출자라면 선택지는 넓어진다. 앞으로 10년 안에 금리가 2%포인트 정도 오를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나, 몇 년 안에 보유 주택을 팔 가능성이 높은 월수입이 일정한 변동금리 대출자는 '대출갈아타기'를 고려해 볼만 한다. 월상환 고정형은 매달 갚는 돈이 일정하기 때문에 매달 수입이 고정적인 봉급생활자 등은 지출액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대출갈아타기를 하려면 0.46%~1.4%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해야 하지만 대출 받은 지 3년이 지나면 면제된다. 향후 몇 년 안에 주택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면 매달 내는 원금을 줄였다가 주택처분 후 마련한 목돈으로 덜 낸 원금을 갚으면 된다. 금리 상승 위험부담을 안지 않는 대신 다달이 5만원~6만원의 비용을 추가로 낼 의사가 있는 대출자에게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LTV(담보인정비율)이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로 기존 대출 만기를연장하기 어려운 사람도 '갈아타기'를 해 볼만 하다. 정부는 2017년 6월 LTV를 종전 70%에서 40%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2017년 이전 기준 LTV 적용을 받아 대출을 받은 사람이 앞으로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재대출을 받으려 할 때는 강화된 대출규제 적용을 받아야 한다. 종전 대비 대출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월상환액 고정형은 대출금을 증액하지 않는 한 LTV를 종전 수준으로 적용 받을 수 있고 DSR 규제도 안 받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다만 "1년간 금리 1%포인트, 5년간 2%포인트 가량 오를 가능성이 희박해 보여 '금리 상한형' 대출을 찾는 고객은 많지 않을 것 같다"며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월 6만원 수준)이 만만치 않은 데다 대출가능한 대상자도 부부합산 소득 연 7000만원 이하, 시가 6억원 이하 주택이라 이용액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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