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보다 어려웠다던 탄력근로제 노사협상 '막전막후'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 2019.02.20 16:50

임금감소분 보전방안 번복했던 경영계, 단위기간 확대 무조건 반대하던 노동계

이철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제8차 노동시간제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지난 19일 극적으로 노사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는 처음부터 쟁점이 명확하고, 노사간 의견차가 커 합의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철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과 공익위원들,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은 노사 양측을 따로 만나며 쟁점별 양보를 이끌어내 끝내 노사 모두 이름을 올린 합의안을 국회로 넘길 수 있었다.

제도개선위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2월 19일까지 총 9차례의 전체회의와 3차례의 간사단회의, 2차례의 공익위원회의를 거쳤다. 14차례의 공식 회의 사이사이 수많은 비공식 회동이 있었다.

비공식 회동의 정점은 지난 18일이었다. 민주노총의 노사합의 반대 피케팅 속에 회의 시작시간을 2시간 20분 넘긴 이날 오후 3시50분 시작된 제8차 전체회의는 시작한 지 1시간만에 무기한 정회에 들어갔다.

노동계에서는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정부에서는 김경선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이 회의구성원으로 서울 새문안로 경사노위 7층 대회의실에 자리잡았다, 이때 경사노위 8층 사무공간에는 보다 많은 결정권한을 가진 이들이 등장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임서정 고용부 차관이었다.

김주영 위원장과 임서정 차관은 김용근 경총 부회장과의 면담 외에도 공익위원들과 9시간 가량 대화를 지속했다. 이철수 위원장과 강성태 공익위원 간사 등은 7층과 8층을 분주히 오가며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중간 진행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철수 위원장은 "막판 조율중인데, "원래 북미협상보다 어려운 게 노사협상"이라면서도 "그래도 합의 가능성이 보이니까 이 시간까지 이 고생을 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전체회의에 앞서 "국민들께 약속드린 시한이 18일인만큼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끝내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다. 자정을 넘겨 19일 새벽에 시작된 브리핑에서 이 위원장은 "계획했던 시한까지 합의하진 못했지만 '책임있는 당사자들'의 논의를 하루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임서정 차관과 김주영 위원장, 김용근 부회장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는 대목으로 읽혔다. 노사간 입장차가 뚜렸했던 쟁점들이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되고있다는 뜻이었다.

이 위원장은 당시 "단위기간 확대, 도입요건 완화, 노동자 건강권 보호, 임금감소분 보전 등 4가지 쟁점을 순차적으로 합의되는 게 아니라 서로 연동되는 관계에 있다"며 "합의가 결론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고 바라봤다.

경영계는 지난 17일 회의에서 임금감소분 보전 방안을 명시하는 데 동의했으나 18일 오전 사업주들의 의견을 구한 결과 부정적 여론이 많아 18일 회의에서는 이를 번복했다. 하지만 단위기간 확대가 무엇보다 절실하기에 임금감소분 보전을 추가해야 한다는 공익위원과 정부의 설득을 받아들였다. 노동계는 단위기간 확대 자체를 반대했으나 합의가 실패할 경우 국회에서 경사노위 합의안보다 더 후퇴한 내용의 법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단위기간 확대에 동의했다.

이 위원장은 노사간 뚜렷한 입장차 때문에 합의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더 논의를 연장하는 이유로 "제가 매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에서 제도개선위에 노사논의를 맡겼는데,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하고 또 이 합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소명감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 위원장은 지난 19일 웃으면서 노사정 대표자들과 함께 합의안을 발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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