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택시업계 연일 '쓴소리'…이재웅은 왜 발끈했을까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김지영 기자 | 2019.02.18 18:17

카카오 카풀 무산 이후 꽁꽁 언 스타트업·벤처 투자업계 "혁신 기술 투자? 이제 누가 하나요"


“카카오T카풀(카카오 카풀) 서비스 출시계획 백지화가 불러온 충격은 엄청납니다. 출범 초기부터 4차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을 부르짖었던 이 정부마저 기존 산업과의 갈등을 조정할 능력이 없다는 걸 이 사건을 통해 확인했고, 좌절했기 때문입니다.”

중견 벤처캐피탈(VC) 기업 CEO(최고경영자)의 푸념이다. 택시업계의 반발로 지난해 카풀 서비스 출시를 잠정 중단했던 카카오가 제한적으로 실시하던 시범 서비스마저 중단하자 스타트업(초기 벤처) 업계는 물론 벤처투자(VC)·엔젤투자 시장이 일순간 꽁꽁 얼어붙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연 누가 이런 상황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투자할 수 있겠냐”고 한탄했다. 국내 1세대 벤처 기업인인 이재웅 쏘카 대표가 현 정부와 택시업계에 잇따라 작심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업계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누가 그를 화나게 했나… ‘갈팡질팡’ 혁신산업 정책=이재웅 대표가 18일 자신과 ‘타다’ 서비스를 운영 중인 VCNC(쏘카 자회사) 박재욱 대표를 검찰 고발한 택시기사들에 대해 법적 맞대응 의사를 밝힌 건 카카오 카풀을 넘어 ‘타다’를 비롯해 모빌리티 신산업 전반을 겨냥한 택시업계의 압박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중재에 나선 정부에 대한 불신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무산시킨 택시업계는 이제 ‘타다’, ‘풀러스’ 등 다른 차량 공유 서비스도 중단시킬 태세다. 지난 11일 서울개인택시조합 전현직 간부들은 이 대표와 박재욱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튿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단체들은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 집회를 열고 “타다·풀러스 등 불법 유사 택시영업이 계속되고 있다”며 “불법 유사 택시영업을 즉각 중단하고 정부는 위법행위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뜩이나 차량공유 서비스 산업의 물꼬를 틀 줄 알았던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백지화되면서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크다. 올초 중국 카풀기업인 디디추싱이 칠레, 페루, 콜롬비아 등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등 글로벌 공유경제 시장 패권 경쟁이 한창인 지금, 기존 산업과의 공존과 타협만 강조하고 있는 정부와 ‘표심’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정치권 탓에 국내 혁신 산업은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가 카풀 시범 서비스까지 포기하며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어렵게 출범시켰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공론(空論)만 되풀이되고 있다. 정작 공유경제 논의의 한 축인 서비스 이용자들이 제외된 탓이다.


이재웅 대표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겨냥해 “어느 시대 부총리인지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 때문이다.

혁신 산업과 기존 산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정부를 겨냥한 기업인들의 쓴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이끄는 장병규 위원장도 17일 청와대 소셜 미디어에서 “규제 샌드박스 신청 사업 수에 비해 통과된 사업 수가 미흡하다”며 “일단 다 통과시키는 것이 기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고작 7건의 신청 사업만 허용한 것을 두고 한 발언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혁신성장 경제 라운드 테이블'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2018.11.19

◇‘미스터 쓴소리’ 이재웅 대표는 누구=이재웅 대표는 1995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포털 다음)을 창업한 1세대 벤처 사업가다. 1997년 무료메일 서비스인 한메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다음 카페 등을 출시해 인터넷 커뮤니티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다음을 간판 포털로 키웠다. 그는 2007년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2014년 다음과 카카오 합병 과정에서 적극 찬성하며 카카오에 다음 지분을 넘긴 일화는 지금도 통 큰 결단으로 업계에 회자된다.

이후 한동안 공유경제 스타트업 투자 사업을 진행해오던 이 대표는 지난해 4월 쏘카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다음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이다. 이후 그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6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성공 시켰다. 이 대표는 복귀 이후 투자 유치와 함께 신사업 발굴 등 빠른 행보를 보였다. 최근 그의 쓴소리 릴레이 행보에서도 보여주듯 원칙에 대한 신념과 고집이 강한 인물이라는 게 업계평이다.

이 대표는 2017년 9월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오만하다”며 공개 비판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에 대해 미래 비전을 제시 못한다는 지적을 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이 대표는 당시 오만하다는 표현이 논란이 되자 부적절하다고 바꿨지만 “맨몸에서 시작해 의미 있는 기업을 키워낸 기업가들이 우리 사회에서 너무 존중받지 못한다는 건 화가 나는 일”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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