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조건 악화에 작년 GDP디플레이터 12년 만에 최저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 2019.02.18 16:21

금통위 의사록 속 '명목GDP증가율 3% 내외' 추정 대목…전문가 "추세 봐야 하지만 물가압력 낮다는 증거"

/자료=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유가상승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돼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디플레이터가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공개한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지난해 명목 GDP 성장률이 외환위기 기간인 1998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인 3% 내외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명목 GDP는 1782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2017년 명목 GDP(약 1730조원)에 의사록에 나온 지난해 명목 GDP 증가율 추정치를 감안해 나온 수치다.

이를 토대로 명목 GDP를 실질 GDP(약 1598조원)로 나눈 값인 GDP 디플레이터를 추정하면 지난해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0.3%(전년동기대비 기준) 수준으로 계산된다.

GDP 디플레이터는 소비자에게 밀접한 물가만 측정하는 소비자물가지수와 달리 생산자물가지수, 수·출입물가지수, 환율, 임금 등 종합적인 물가수준을 나타낸다.

지난해 GDP 디플레이터 추정치는 2006년 마이너스(-) 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국민경제 전체의 물가 수준이 높지 않음을 시사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GDP디플레이터는 전년동기대비 0.5% 정도 상승했는데, 지출항목별로 보면 수출물가가 0.6%밖에 오르지 않은 반면 수입물가는 3.8% 상승하면서 디플레이터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9.66달러로 2017년(53.18달러)에 비해 약 30% 가량 올랐다. 수입물가 상승은 GDP디플레이터를 낮추는 요인이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출물가 하락과 원화강세로 수입자본재 가격이 낮아진 점도 GDP디플레이터를 떨어뜨렸다는 설명이다. D램(4기가) 현물가격은 2017년 12월 4.9달러에서 지난해 12월 3.0달러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2017년 1130.48원(연평균, 종가기준)에서 지난해 1100.58원으로 2.6% 절상(원화가치 상승)됐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GDP디플레이터가 낮다는 것은 우리가 열심히 만든 반도체, 전자제품 등 수출 주력 품목들을 굉장히 싸게 팔고 있는 것으로 교역조건의 악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뜻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잠정)는 전년대비 6.5% 하락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017년 12월부터 계속 악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역시 유가상승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 영향이 크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낮은 GDP디플레이터는 물가상승 압력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며 "금통위 의사록에서 이같은 시각이 확인됨에도 불과 두 달 전에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일시적인지 추세적인지 두고 봐야겠지만 GDP디플레이터가 0.3% 정도로 낮게 나온다면 우리 경제에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심각하게 따져볼만한 숫자"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이어 "실질 GDP 증가율에 GDP디플레이터를 더한 경상성장률은 정부가 세수를 추계하거나 국민연금 등이 투자 수익률을 정할 때 중요하게 참고하는 숫자인 만큼 다른 경제변수에 미치는 영향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원론적으로 GDP디플레이터 하락은 경제활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지난해에는 유가영향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이 지표 하나로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것은 과할 수 있다.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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