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후 '제대로 상장'… 바이오벤처 새 공식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19.02.24 07:41

기술력 입증 후 몸값 극대화... 상장 후 연구개발 가속

경기도 판교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중추신경계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은 최근 스위스 아벨 테라퓨틱스와 5억3000만달러(약 6000억원) 규모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유럽 32개국 판매권이 딸린 계약이다. 이미 미국에서 임상 3상을 끝냈음에도 증시 상장을 서두르지 않는다. 뚜렷한 성과가 이어지면서 IPO(기업공개) 시장의 최대어 후보 자리를 이미 예약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증시 상장전략이 ‘상장 후 성과’에서 ‘성과 후 상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기술수출 같은 가시적 성과를 토대로 몸값을 한껏 끌어올린 뒤 넉넉하게 자금을 확보하고 연구개발(R&D)에 매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장을 전제로 한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가 뛰고 있다. 지난해 중순만 해도 시가총액 기준 2조~5조원이 예상됐지만 매출 성과를 눈앞에 두면서 가치가 치솟는 분위기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미국 임상 3상을 끝내고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심사(NDA)를 받고 있다.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7조원으로 이중 미국이 5조원을 차지한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에서만 연간 최소 1조원대 매출을 노린다. SK바이오팜은 게다가 미국 기업에 판권을 넘기지 않고 자체 판매를 위해 SK라이프사이언스까지 두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미국에서 직접 판매에 나서기는 SK바이오팜이 처음이다. 2011년 재즈사에 기술수출한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도 FDA 허가를 앞둔 상황이다. 업계는 국내 증시에 상장할 경우 SK바이오팜의 시가총액이 10조원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본다.


이중항체 플랫폼을 주력으로 내세운 에이비엘바이오도 5건의 기술수출을 성공시키고 지난해 말 화려하게 상장했다. 기술수출 총 계약금액은 11억45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기술수출은 대부분 비임상 단계에서 맺어졌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지금까지 항암제가 주로 기술수출 됐는데 현재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뇌 질환 치료 기술을 수출 후보로 밀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8000억원대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다.

오스티오뉴로젠도 기술수출 후 화려한 상장을 꿈꾸는 신생 기업이다. 특발성 폐섬유화증(IPF)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약이 없는 NASH에 기대가 크다. 오스티오뉴로젠은 NASH를 유발하는 4가지 현상 가운데 2가지를 동시에 해소하는 물질을 찾아냈고 글로벌 제약사 3곳과 기술수출을 협의 중이다. 오스티오뉴로젠은 2021년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업계는 국내 제약·바이오 벤처들의 기술력을 세계가 주목하면서 ‘성과 후 상장’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 유리한 조건에 자본을 조달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자금에 목마른 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을 선호했는데 기대만큼 공모가가 받쳐주지 않아 상장 후에도 애를 먹는 곳들이 많았다”며 “기술수출 사례가 늘면서 자신감을 얻은 벤처들이 상장 전략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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