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 외면받는 사우디, 결국 중국·인도로 눈 돌리나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19.02.18 08:52

빈 살만, 17일부터 파키스탄·인도·중국 방문…인권문제 지적 안하는 아시아 국가에 외교 협력 요청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지난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AFPBBNews=뉴스1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7일부터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를 방문한다. 이에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태 이후 국제적으로 고립된 사우디가 서구사회 대신 아시아에 손을 뻗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관련 소식통을 인용,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 서구사회가 (카슈끄지 피살 사태 이후) 사우디에 비판을 가하는 것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면서 "그는 최근 자신의 측근들에게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게 외교 협력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17일 파키스탄을 시작으로 중국과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파키스탄은 사우디의 이슬람 문화권 내 최우방국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순방을 통해 파키스탄과 120억달러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 3건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MOU에는 정유 설비 건설, 신재생에너지 사업, 광물 개발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사우디는 또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파키스탄에 30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WSJ는 빈 살만 왕세자가 대신 사우디의 적대국인 이란과 관련된 조치를 파키스탄에 요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또 중국 최대의 원유 공급국으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방문을 통해 중국 지도부를 만나 '고객 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특히 중국과 사우디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어 양국이 손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일대일로'(신 실크로드 구상) 사업의 일환으로 아시아·중동·유럽 등 각지 사회기반시설(인프라)에 투자해 자국의 영향력을 증가시키려하고 있다. 반면 사우디는 지난 몇 년간 자국 경제의 원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첨단기술·관광·의료 등 다양한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좌절을 겪고 있다. 서구사회가 카슈끄지 피살 사태 이후 사우디 투자를 꺼려하면서 해당 자금 마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양국이 협력한다면 사우디는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확보하고, 중국은 중동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1월 일대일로 사업과 사우디의 산업 육성 정책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이에 지난해 9월 중국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러시아와 손잡고 사우디 관광업에 투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인도 역시 사우디로부터 전체 원유수입의 20%를 의존하고 있다. 2700만명에 달하는 인도인들이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등 양국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추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원유 및 인프라 투자 관련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WSJ는 "(순방국들은) 모두 사우디에게 전략적 중요도가 높으며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이번 순방은 (사우디의) 국제적인 고립을 피하고 그 영향력을 다시 해외에 끼칠 수 있는 전략적인 발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이어 "(이번 아시아 순방은) 지난해 3~4월 사우디 왕가가 미국을 방문한 것과 정면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및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과 오프라 윈프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카슈끄지 피살 사태 이후 미국 의회가 사우디의 예맨 내전 개입을 규탄하는 등 양국의 관계가 소원해진 상황이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엘리자베스 디킨슨 아랍반도 분석가는 "(사우디의 태도) 변화는 현실이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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