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앞바다에 빠진 '부산 경제'"...군산과 판박이

머니투데이 부산=김남이 기자 | 2019.02.17 16:18

[멈춘 공장, 후진하는 車산업]③자동차·조선, 지역 대표 제조업 경영난...한진重 물린 돈만 200억

지난 15일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위치한 부산 강서구 신호공단 인근 상가의 모습. 어렵지 않게 매물로 나온 곳을 찾아 볼 수 있다. /부산=김남이 기자
"부산 갱제가 마, 부산 앞 바다에 빠지가 안올라온다 아입니꺼."

최근 부산 경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택시기사 이주종씨는 대뜸 이렇게 답했다.

그는 "공장이 많은 것 같아도 5명 미만이 일하는 작은 곳이 태반"이라며 "그래도 르노삼성이면 큰 기업인데 (노조가)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쓴소리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이 요즘 혼돈에 빠졌다. 르노삼성은 후속 물량 배정의 위기를 맞이했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문제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한때 부산 경제를 대표했던 차(車)·선(船)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

군산과 판박이다. 군산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한국GM 군산공장 철수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역 경제가 무너졌다.

정부에서 '상용차 혁신성장 구축사업'으로 군산과 새만금 일대에 내년부터 2024년까지 19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일부에선 '르노삼성 철수설'까지 돌자 부산이 군산과 같은 길을 걷는 것 아닌지 걱정한다. 르노삼성 노사 대립으로 부분 파업이 이어지자 부산지역 협력사는 초비상이 걸렸다.


르노삼성 같은 기업이 기침을 하면 협력사는 앓아누울 수밖에 없다. 협력사 대표는 오는 27일 대책 회의를 열 계획이다. 지역 협력사 매출은 2017년 기준 1조3791억원에 이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에서 8시간씩 일주일에 2번을 파업하면 협력사는 2~3일치의 물량이 날아간다"며 "단순히 르노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1차 250여개, 2차 1000여개 규모의 협력사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위치한 부산 강서구 신호공단 인근 상가의 모습. 어렵지 않게 매물로 나온 곳을 찾아 볼 수 있다. /부산=김남이 기자
부산지역 조선 관련 기업은 이미 어렵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수년째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인근 거제 위치한 대우조선해양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위기감이 더 커졌다. 자본잠식에 빠진 한진중공업은 부산·울산·경남 지역 284개사에 700억원 규모의 미결대금이 있다. 부산 지역에만 159개사, 200억원의 돈이 한진중공업에 물려 있다.

자동차와 조선, 두 제조업이 겪는 어려움을 이미 부산 지역에서는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르노삼성이 위치한 부산 강서구는 르노삼성 협력사뿐만 아니라 조선 협력사도 몰려있는 곳이다. 르노삼성 앞 상업지구에서는 빈 상가가 많다.

르노삼성 공장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르노삼성 노사 문제에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며 "주변에 자동차, 조선 하청업체들이 많은데 가끔 손님들에게 물어보면 '조선은 이미 죽었고, 이제는 자동차도 위험하다'고 한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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