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은 상충…민간·투자중심 성장으로 전환해야"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 2019.02.15 17:44

2019 한국경제학회…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 "최저임금 인상률 낮추고, 탄력근무제 확대 필요"…이근 서울대 교수 "혁신성장, 애플 아닌 바스프 봐야"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전 동반성장위원장)이 15일 오후 한국경제학회 주관으로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2019년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 2차 전체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그리고 동반성장:보완인가? 상충인가?'를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상충 관계를 보이고 있어, 정책기조를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전 동반성장위원장)은 15일 한국경제학회 주관으로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2019년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 2차 전체회의에서 "당면한 저성장, 고실업, 소득양극화를 개선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마련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었으며 이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석좌교수는 저성장, 소득양극화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는 논리적 허점이 많고, 구체성도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또 두 경제정책이 서로 상충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 석좌교수는 "소득주도성장론도 결국 성장을 지향하고 있는데 경제성장은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에 의한 직접적 인과율로 결정된다"며 "소득주도성장론은 임금인상을 통해 소비를 올리고 성장이 촉진된다는 간접적 인과율로 구성돼있고, 성장효과도 상당한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이 가장 높은 정책목표라면 직접적 효과가 있는 기업의 투자촉진을 통한 투자견인성장이 더욱 타당한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구성하는 구체적 정책내용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1분위 가구 평균 취업자(0.69명)가 전년동기대비 16.8% 감소했고, 이 가구의 근로소득도 전년동기대비 22.6% 감소하며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또 혁신성장도 선언적 수준에 그치면서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석좌교수는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서장정책은 정부보조금 지급을 통한 정부주도형 벤처기업 육성이 대부분"이라며 "주52시간 근무제는 유연 근무제가 필수적인 벤처산업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세 인상, 노조의 조직률 강화, 대주주의 경영권을 긴장하게 하는 상법개정 등은 창업을 독려하는 친기업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며 "임금인상을 골자로 하는 소득주도성장과 창업을 독려하는 혁신성장 정책 사이에 유기적 보완 관계도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안 석좌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최소한의 인상을 실시하고 지식집약 혁신기업의 출현을 위해 획일적 주52시간 근무제를 선택적 유연근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미·중 무역마찰 및 국내실업의 지속적 악화 등 대내외적 악재에 대응하고 4차산업 시대를 맞이하여 집권 3년차를 맞이하여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을 일자리 창출로 직결되는 민간기업 투자견인 성장과 혁신형 창업으로 과감히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성장, 애플(APPLE) 아닌 바스프(BASF) 봐야"='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과 분배를 위한 정책과제'가 회의 주제였던 만큼 혁신성장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 근 서울대학교 교수는 주요국 국가혁신체제(NIS) 분석을 통해 현재 한국의 4차산업혁명 대응 수준을 평가했다. NIS는 기술혁신에 관련되는 혁신주체(기업, 대학, 금융기관, 정부 등)들의 역량과 이들 간 상호작용의 효율성 수준을 측정한다.

이 근 서울대 교수가 15일 오후 한국경제학회 주관으로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2019년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 2차 전체회의에서 '슘페터학파의 국가혁신체제론과 한국의 혁신성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이 교수는 한국의 혁신체제가 정보통신(IT) 산업과 같이 기술 사이클이 짧은 기술, 단품기술에 의존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 사이클이 짧아 선발국을 따라잡기도 쉽지만, 후발국에 추격당하기도 쉬운 구조다. 한국은 기술의 융복합도가 낮은 반면 지식의 토착화는 높은 수준으로 측정됐다.

다행히 선진국 혁신체제로 도약할 기반은 갖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NIS 분석에 따르면 각 국가는 선진국형, 중진국형, 추격형으로 구분되는데 한국은 추격형 국가에 해당했다. 선진국형 국가에는 독일, 영국 등이 중진국형 국가에는 브라질, 칠레 등이 있다.

이 교수는 자체적인 지식기반 창출능력이 낮은 중진국형 국가에 비해 추격형 국가들이 장주기 기술 혁신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장주기 기술은 단주기 기술과 달리 독창성이 높아 특허 활용기간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 바이오, 부품소재, 의료기기, 공작기계 등이 장주기 기술에 포함된다.

이 교수는 "한국은 가야 할 곳은 애플이 아니라 추격 불가능한 장주기 기술로 100년 넘게 업계 1위를 하고 있는 독일의 바스프"라며 "10년 뒤에도 삼성이 핸드폰을 만들고 있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공장, 스마트노동 등 한국형 제조업 경쟁력 제고 정책은 그 자체로 필요하지만, 유망분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장주기 기술 분야는 중국과의 격차가 일정정도 존재하는 몇 안 되는 분야로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만 추가된다면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면서도 우리의 차세대 선도산업이 될 수 있다"며 "해당 기술들이 고위험, 장주기라는 특성을 고려해 자본시장 및 벤처투자 방면의 지원 방안을 마련할 때 기존의 산업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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