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특별할 게 없었던 대통령·창업가 만남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 2019.02.18 03:50
지난 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벤처기업인들이 만났다.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등이 참석했다. 창업 신화를 쓴 1세대 벤처기업인과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 스타트업을 이끄는 창업가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기업인들과 만난 지 3주 만에 이들과 따로 만남을 가졌다. 갖은 노력 끝에 혁신 기업을 길러낸 창업가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참석자들과 장소는 특별했지만, 사실 이들이 나눈 대화는 특별할 게 없다. 창업가들이 문 대통령에게 전한 메시지는 짧고 명확하다. 창업과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창업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와 절차를 철폐하고, 국내 기업에만 규제 준수와 세금 납부를 요구하는 역차별적 경쟁환경을 바꿔달라고 했다. 특정 기업, 업계를 위한 민원이 아니다. 창업을 꿈꾸거나 사업을 펼치는 이들을 위한 원론적인 요구에 가깝다. 이미 언론을 통해 셀 수 없이 보도된 내용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직접 듣기도 한 요구다. 2017년 4월 열린 디지털경제협의회 포럼에 참석한 ICT(정보통신기술) 업계 관계자들의 호소도 다를 게 없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창업 활성화, 기업 자율성 존중, 불공정거래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경제 정책을 직접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실제로 꾸려졌다. 현장에 있던 기자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 주도 혁신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만난 창업가들이 2여년 전과 같은 요구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국내·외 기업 간 경쟁환경은 더 불공정해졌고 창업 생태계를 둘러싼 각종 규제 역시 그대로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침투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국내 혁신기업들은 정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만나면 ‘경제 행보’라는 해석이 따라붙는다. 진정한 경제 행보로 평가받기 위해선 만남 이후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향후 이번 만남이 특별한 계기로 조명받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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