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궁중사극 취소·영화사 급락…장이머우도 걸렸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인턴기자 | 2019.02.14 16:54

배급·유통 절차 까다롭고 통과 후에도 갑자기 상영 취소되는 일 잦아…중국 내 미디어 산업 타격

중국 저장성 동양시 헝디안 월드 스튜디오에서 사극 드라마를 찍는 모습. /AFPBBNews=뉴스1

"혹독하게 추운 겨울이 다가왔다"

최근 중국 TV, 영화 산업 관계자들의 말이다. 중국 당국이 온라인에서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영역까지 검열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중국 정부의 미디어 검열이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모든 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국무원에서 당 중앙선전부로 옮기는 등 철저한 사전작업을 통해 이념적 장악력을 더욱 강화했다.

중국에서 영화를 배급, 유통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기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영화를 배급하기 위해서는 당 중앙선전부 내 국가영화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곳에서 공식 일련번호가 찍힌 용 도장을 부여받아야만 중국 내 유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형 극장에서 상영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최종 허가서가 필요하다. 베이징의 한 영화 배급업체 사장은 SCMP에 "용 도장이 찍힌 영화라도 최종 허가서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고 말했다.

중국 내부에서뿐 아니라 국제영화제에서의 작품 상영에도 중국 당국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는 최고상인 황금곰상 후보에서 장이머우 감독의 '원세컨드'가 갑자기 빠졌다. 영화제 주최 측은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외신들은 이를 '중국 당국의 검열'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영화 '원세컨드'는 1966~1976년 지식인 청년들을 탄압했던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한다. 장이머우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총감독했을 정도로 공산당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 더욱 관심이 모였다.


TV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25일 베이징일보가 궁중 사극의 폐해를 지적하자 지방 방송들이 일제히 사극 방영 취소에 나섰다. 베이징일보는 사극에 나오는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들이 사치 향락을 불러일으키는 등 사회주의 이념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방영이 중단된 드라마 '연희공략'은 당시 중국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 중국 내 영화, 미디어 산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중국 영화사 화이브라더스는 지난해 주가가 반토막이 났고, 중국 최대 드라마 스튜디오인 저장성의 '헝디안 월드 스튜디오'도 주가가 20% 하락했다. 상하이에 있는 미디어분석가 크립트 천은 "2016년 이후 정부 검열이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다"면서 "지난해도 상당히 가혹했지만 올해는 더 엄격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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