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日 여성들의 반기… "내가 먹을 것"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 2019.02.14 11:33

1950년대부터 여→남 초콜릿 문화
최근 "나를 위해 초콜릿 산다" 급증
'의리 초콜릿' 금지 회사들도 등장

/AFPBBNews=뉴스1
이미 1950년대에도 2월14일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줬던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CNN은 13일(현지시간) '일본 여성들이 발렌타인데이(밸런타인데이)에 반기를 들었다'는 제목으로 일본 사회의 변화를 소개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일본의 초콜릿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53억9000만달러(6조600억원)로 인구가 훨씬 많은 중국, 인도보다도 크다. 이중 발렌타인데이 기간은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책임질 정도로 일본에서 의미 있는 날이다.

일본 발렌타인데이 문화는 1958년 과자업체 메리초콜릿의 마케팅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는데, 서양에서 일반적으로 남성이 선물하는 것과 달리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로 자리잡았다. 이를 두고 도쿄 템플대학교의 제프 킹스턴 일본전문가는 CNN에 "발렌타인데이의 의미가 뒤집혀 일본 가부장제의 상징이 됐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일본 마츠야백화점은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발렌타인데이 의식 조사'를 벌였는데, '누구를 위해 초콜릿을 사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을 위해 사겠다는 답변이 61.8%(복수응답 가능)로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56.9%)보다 5%포인트가량 급증한 것이며, 회사동료나(35.2%) 친구인 남성(14.1%)에게 '기리(義理·의리) 초콜릿'을 주겠다는 응답률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동료를 위한 초콜릿을 살 때는 가격을 우선 순위로 따지지만, 자신을 위한 초콜릿을 고를 때는 맛을 1순위로 놓았다. 동료들에게는 의무감 때문에 주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마케팅 회사 라쿠텐 인사이트의 '발렌타인데이 예산' 조사에서도 응답한 여성들은 자신을 위해 전년보다 370엔 늘어난 2287엔을 쓰겠다고 했지만, 상대를 위해서는 233엔 줄어든 2156엔을 쓰겠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의식이 달라지면서 일본 사회와 기업도 변화하고 있다. 몇몇 기업들은 '기리 초콜릿'을 금지했다. 여성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데다 남성 직원들 사이에서도 얼마나 받았는지를 놓고 위화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콜릿업체 고디바는 "일본은 기리초콜릿을 그만하자"는 광고를 내보내며 달라진 문화에 호응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발렌타인데이에 남자가 꽃을 선물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2월14일 한 꽃 판매 대기업의 매출이 2011년의 2배에 달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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