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막는 '기승전제재'…'제재 빗장, 오히려 기회'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9.02.14 08:40

[the300][런치리포트][포스트 하노이]2.(종합) '철통제재' 속 남북경협 틀 만들어야



경협 막는 '기승전제재'…'제재 빗장, 오히려 기회'
2-①유엔+美 제재 철통봉쇄, 中 자본 차단 효과…남북 경협 틀 만들어야

‘기-승-전-제재’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현 남북관계의 직접적 장애물이다. 본격적인 경제협력은 고사하고 이산가족 상봉, 독감 약 지원 등 제재 예외 대상인 인도주의 사업도 발목잡히는 경우가 적잖다.

현재로선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제재 수위가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제재 국면이 우리가 경쟁력을 갖출 기회를 제공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과 투자를 원하는 다른 국가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유엔+美 제재로 철통 봉쇄…본격 경협까진 '험로'= 본격적인 대북 투자가 이뤄질 정도의 제재완화까지 갈 길은 멀고 험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물론 미국의 독자제재가 수십 개 이상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 제재 결의안만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2017년 12월까지 총 10차례 채택됐다.

이보다 완강한 건 1950년부터 시작된 미국 독자제재다. 대통령 행정명령을 법제화한 대북제재강화법을 비롯 미국산 부품·기술 10% 이상 포함 제품을 북한에 수출할 때 미 상무부의 승인을 받게 한 수출관리법 등 최소 16개 미 국내법이 북한을 직·간접적으로 규제한다.

안보리 제재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제재 근거로 둬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미 독자제재는 대량살상무기(WMD) 뿐 아니라 북한의 체제·인권 등도 규제의 근거로 삼았기 때문에 이를 푸는 데 더 복잡한 절차와 오랜 시일이 걸린다.

북미 협상이 결실을 맺어 가장 최근 가해진 제재들부터라도 일부 완화되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된다. 북한과 합작 사업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안 2375호(2017년 9월), 대부분의 금속 반입을 금지한 2397호(2017년 12월) 등이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이 사업들을 북한과 '합작'사업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리거나 이 결의안이 완화되고, 시설 개보수를 위한 물자반입이 허용되면 벌크캐시(대량현금) 문제에 저촉되지 않는 우회로를 만드는 선에서 금강산관광은 재개가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려면 북한 노동력을 활용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입할 수 없게 한 미 독자제재 및 관련 업체들을 미 정부가 제3자제재(세컨더리 보이컷) 할 가능성을 해소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개성공단 재개 수준의 제재완화가 이뤄진다면 1990년대 제일모직 등 대기업이 했던 북한 노동력을 활용한 위탁가공무역도 늘어날 수 있다.

◇제재 빗장 열리면 中, 美·日 北으로…'제재가 기회'인 역설 = 남북이 당장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제재가 있어 북한과 함께 경협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적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투자 빗장이 풀리면 자본력과 외교력에서 앞선 해외 국가의 자본이 봇물 터지듯 들어올 수 있다. 준비가 없는 상태로는 입지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북한과 우호적 관계와 자금력을 모두 갖춘 중국이 대북투자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고 북한과 관계정상화 희망을 피력한 일본도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대북 투자에 동참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최대 곡물회사 카길의 방북 소식은 미국이 이미 대북 투자를 긴밀히 준비 중이란 관측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남북이 경협을 대비해 '큰그림'을 그리고 연구·조사 등에 대한 협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을 계기로 열릴 남북정상회담을 이 같은 시스템을 구체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가장 이른 시일 내 가능한 경협 대상으론 관광업이 꼽힌다. 북한도 원하고,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면서 제재를 우회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비무장지대(DMZ) 공동이용,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화 등 기존 남북 합의도 관광업과 연계해 활용할 수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 후 제재가 일부 완화되면 관광업 협력 가능성은 더 커진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역설적이지만 제재가 있어 중국 자본의 유입을 막는 게 오히려 우리에게 다행인 상황이라 이런 시기적 특성을 활용해야 한다"며 "이 국면을 지나면 북한이 자연스럽게 중국 민간자본 유치를 선호하게 될 것인만큼 하루라도 빨리 제재 국면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라산=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남북 철도공동조사에 나섰던 열차가 18일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남북은 지난 30일부터 18일간 경의선 개성-신의주 구간(약 400km)과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구간(약800km)을 공동으로 조사했다. 2018.12.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북 올해 철도 연결 '밑그림'…'현대화 수준 합의가 관건'
2-② 현대화 수준 합의 후 재원조달 논의도 본격화할 듯

북한에게 철도는 운송수단의 한 종류가 아니라 운송수단 자체다. 화물의 90%, 여객의 60%가 철도로 수송된다. 철도구간도 약 5300km로 우리나라의 약 1.5배다. 한마디로 ‘주철종도(主鐵從道)’다. 산악이 많은 지형 탓이다.

북한의 전철(전기철도)화 비율은 약 80%로 우리(70%대) 보다 높다. 전기기관차는 디젤기관차 보다 견인력이 2배 이상 높고 비용도 저렴해 전철화율이 높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작 전력난으로 절대적 운송수단의 가동이 어렵다.


철도 노선의 97%가 단선(왕복이 아닌 1개 노선)인 점도 문제다. 경제난이 길어지자 철로를 뜯어 다른 곳에 쓴 관행이 반복되면서다. 철도 침목 대부분이 나무이고 레일과의 고정이 못 하나로 이뤄진 구간도 상당하다. 시설 노후화로 속도도 느리다. '평양~북경' 구간이 시속 약 45km이고, 이 외 구간은 시속 15~20km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국제철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신의주-단동, 남양-도문, 만포-집안, 두만강-하산 간 4개 노선이 북한과 인접국을 연결한다.


하지만 북한 철도의 현대화가 안 되면 남북 간 교역이나 우리가 북을 경유해 중국, 러시아로 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시성, 안정성이 확보가 안 되기 때문이다.

남북의 철도 현대화는 이런 조건에서 진행된다. 남북은 경의선 개성~신의주 400㎞와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800㎞ 총 1200km를 대상으로 정했다. 지난해 말 18일간 이 구간에서 열차를 직접 달리는 식의 현지조사를 했다.

이제 남북은 철도 현대화의 수준을 정하기 위한 논의를 앞두고 있다. 추가조사를 거쳐 기본계획 수립과 설계에 들어가는 순서다. 이 기간만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화의 수준은 비용과 기간을 정하는 데 핵심이다. 기존 시설을 긴급 복구해 침목·레일을 교체하는 게 가장 낮은 단계 현대화다. 고속철을 까는 방식도 있다. 철도 목적과도 연관된다. 철도를 화물용으로 쓴다면 하루 1000km만 갈 수 있어도 되지만 여객용으로 쓴다면 속도를 더 높아야 한다.

현대화 수준이 합의되면 재원조달 방법 논의로 넘어간다. 일각에선 어림잡아 최소 수십조원인 현대화 사업에 우리 정부의 재정투입이 과도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그러나 현대화 구간 중 사업성이 있는 구간은 외국 민간자본을 끌어 들이는 방식이 유력하다. 북한이 최근 보여준 '글로벌 스탠더드' 지향 움직임은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북한은 2015년 원산-금강산 철도 투자 제안서에 비용편익(BC) 분석을 첨부했고 지난해엔 최초로 평양-원산 고속도로에 톨게이트를 설치해 도로 이용을 유료화했다. 이런 추세가 남북 철도 현대화 사업에도 적용되리란 예상이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농업과학원 국가농업과학기술혁신원을 방문해 훌륭한 연구성과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는 친필 문구를 남겼다고 21일 보도했다.(노동신문) 2018.6.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이 '과학기술'에 꽂힌 이유는
2-③ 北 과학정책, '경제·교육'에 방점…'재난방지' 남북협력 가능

과학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높은 관심은 올해도 '진행형'이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과학교육사업'과 '과학기술의 첨단산업화'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과학기술을 강조한 건 과학기술이 인민생활 개선을 꾀할 수 있는 직접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인민생활 개선 달성은 자신의 정당성과 직결돼 있다.

이 점에서 김정은 시대 북한 과학정책은 자연스레 경제와 연계된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인 2013년 제9차 전국과학자기술자대회에서 '지식경제'와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과학기술분야 핵심 지표로 밝혔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이 2016년부터 경제발전5개년전략(2016~2020)에 통합됐고 연구개발 체제도 개편 중이다. 북한 최고 소프트웨어 개발기관 조선컴퓨터센터(KCC)도 수익사업 위주로 개편했다.

경제에 연계한 만큼 실용적인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에너지, 경공업 등 북한 현실에서 즉각 필요한 곳이다. 거대담론 위주의 김정일 시대 과학정책과 대조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BT의 경우 김정일 시대 땐 클로닝(세포 복제기술) 등 첨단 기술 얘기를 했다. 반면 김정은 시대엔 농업지원에 주력한다. 유전자 조작 품질개량, 농약개발, 성장촉진제, 미생물 비료 등 당장 쓸 수 있는 기술이다.

군수부문을 민간으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북한에서 국방과학에 대한 강조는 핵 무력 완성 선언(2017년 11월) 후인 지난해부터 크게 줄었다. 올해는 경제건설에 군수 분야 자원을 활용하는 추세다.

이미 군수공업부(북한 군수산업 연구를 지휘하는 노동당 산하 조직) 산하 ‘5월 11일 공장’은 태블릿PC, TV 등을 만들고 있다. 민군겸용인 셈이다. IT 중 소프트웨어 등에서도 민간분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엔 민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군수분야가 많지는 않다. 1980년대 군수분야를 민간으로 돌린 중국은 핵 연구소를 원자력 발전으로 돌렸지만 북한은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 기술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민과학기술인재화' 이행을 위해서는 원격화상교육이 급격히 확산됐다. 특히 내부 인트라넷을 통한 대학 원격 교육이 발달해 있다.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이 원격교육대학을 개설 중이다.

한편 과학 분야에서 남북이 협력 할 수 있는 분야로는 재난 방지 등 인도적 분야와 학술분야가 거론된다. 백두산 화산, 태풍, 홍수 등 기상협력은 대북 제재 국면인 지금도 가능하다.

우리 쪽 기상위성을 활용한 협력이나 북에 기상관측소를 설립해 공동으로 예측 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임진강 부근 등 접경지역 수자원 이용의 협력도 있다.

IT 분야에선 원격교육이나 원격진료가 협력 가능한 분야다. 북한은 평양의 의사가 지방에 화상으로 진료하는 원격 의료가 발달 돼 있다. 한다. 원격교육 콘텐츠 공동개발 등도 당장 할 수 있는 교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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