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관절이 불편해서 온 45세 환자(A씨)가 있었는데 MRI(자기공명영상)를 촬영해보니 목에 암이 전이된 임파절이 보였어요. 몸속 어딘가 암이 있다는 거죠. 편도암이었습니다. 그때 발견하지 못했다면 다른 장기로 전이돼 몇 달 후 생명이 위험했을 겁니다.”
허경회 서울대치과병원 영상치의학과 교수(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MRI 판독으로 암을 조기 발견한 사례를 들며 “A씨처럼 연조직에서 발생한 병소는 MRI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혀에 종양이 발생한 환자의 영상판독 사례는 충격적이다. 허 교수는 “23세 환자의 경우 목젖이 있는 쪽으로 혀가 부은 느낌이 있어 내원했는데 통증도 없고 맨눈으로 보기에도 문제가 없었으나 영상판독 결과 혀 전체에 종양이 퍼져 있었다”며 “안타깝지만 혀 전체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였다”고 말했다. 또 66세 환자는 혀의 오른쪽 부위에 병소가 있어 6.41㎜를 절단해야 했다. 허 교수는 “MRI에서는 이같이 병소의 크기까지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가 하루에 판독하는 영상은 CT(컴퓨터단층촬영) 60~70명, MRI 5~10명이다. 허 교수는 “판독하는 MRI 중 턱관절 환자가 50%, 암 환자가 50% 정도인데 이중 턱관절이 불편해 MRI를 찍었다가 A씨처럼 암을 발견하거나 다른 병소를 발견하는 경우가 1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치과에서는 주로 방사선 촬영인 파노라마와 CT를 찍는데 치아와 턱뼈 등 경조직 질환 진단에 쓰인다. 하지만 구강암의 80~90%는 구강점막, 혀 등 연조직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파노라마로는 확인이 쉽지 않다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구강암은 전체 암의 1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적지 않다.
그는 “구강암 등 병소가 뼈를 파괴할 정도로 악화하면 방사선 영상에서도 관찰되지만 그때는 이미 턱뼈 등 병든 부위를 모두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급속 염증이나 혈액암 등 시급한 진단이 필요한 경우 MRI가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허 교수는 “신경치료, 임플란트 등 치과수술에서 세균에 감염돼 봉와직염 등 급속 염증이 발생한 경우 구강과 인접한 뇌나 심장에 파급될 수 있는 염증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MRI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혈액암은 초기에 혈액검사로도 진단이 힘든 경우가 종종 있는데 MRI로 골수조직의 변화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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