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 아픈줄 알았는데 암?"…MRI로 찾은 악성종양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19.02.14 18:50

[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15>MRI]①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국내 첫 전용 MRI 도입

편집자주 | 병원이 과잉진료를 해도 대다수 의료 소비자는 막연한 불안감에 경제적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다. 병원 부주의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다. 의료 분야는 전문성과 폐쇄성 등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서다. 머니투데이는 의료 소비자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연중기획 - 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를 진행한다. 의료 정보에 밝은 똑똑한 소비자들, 메디슈머가 합리적인 의료 시장을 만든다는 생각에서다. 첫 번째로 네트워크 치과 플랫폼 전문기업 ‘메디파트너’와 함께 발생 빈도는 높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아 부담이 큰 치과 진료에 대해 알아본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에서 도입한 3.0T MRI/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연중기획-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는 코스피상장사 메디파트너생명공학의 모회사인 메디파트너와 함께 합니다.

#초등학생 A군(9)은 턱에 심한 통증을 느껴 아빠가 근무하는 병원 응급실에서 CT(컴퓨터단층촬영)를 촬영했다. 해당 병원에선 CT 영상에서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2주 후 치과대학병원에서 다시 영상판독을 한 결과 혈액암이었다. 혈액암은 2주라도 진단이 늦어지면 생존율이 떨어진다. 영상판독 전문의는 “MRI(자기공명영상)였다면 턱뼈에서 골수조직이 변한 걸 쉽게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그 환아는 치료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왼쪽 턱의 통증으로 B씨(31)는 최근 연세대 치과대학병원에서 파노라마 영상을 촬영했으나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정밀검사를 위해 바로 MRI를 촬영한 결과 왼쪽 턱관절부터 하악골까지 이어지는 지점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됐다. 진단이 더 지체됐다면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14일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턱관절 환자는 39만여명에 달한다. 턱의 통증으로 치과를 찾은 이들 중에는 A군이나 B씨처럼 파노라마 또는 CT 영상으로는 원인을 찾을 수 없어 MRI 진단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서울대 치과병원의 경우 MRI 진단이 필요한 환자는 연간 1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동안 치과대학병원에 장비가 없다 보니 바로 MRI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밀검사가 필요한 경우 환자들은 다른 대형병원 영상의학과를 찾아 MRI를 촬영하고 영상을 CD(콤팩트디스크)에 담아 다시 치과대학병원에 내원해 진단받는 식이다. 번거롭기도 하지만 영상진단 결과가 나오기까지 조기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아울러 턱, 얼굴, 입안 부위에 특화되지 않은 MRI 촬영법 및 부적절한 판독도 문제로 지적돼왔다.

국내 치과대학병원에 MRI가 도입된 건 불과 며칠 전이다. 연세대학교가 지난 1월30일 처음으로 치과대학병원 전용 MRI를 도입했다. 서울대 치과병원은 가장 먼저 추진하고도 내부 사정으로 현재 보류된 상태다. 국내 치과대학병원에 MRI 도입이 이토록 늦어진 건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만 MRI를 설치할 수 있는 법규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3년 전인 2016년 1월에야 치과대학병원도 MRI를 도입할 수 있게 관련 법규를 개정했다.

김기덕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장/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김기덕 연세대 치과대학병원장(사진)은 “지난해 우리 병원을 찾은 턱관절 환자가 2만여명, 구강암 환자가 2500여명에 달한다”며 “지방 멀리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온 분이 많기에 종착역이나 마찬가지인 치과대학병원에는 정밀진단장비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법규 개정 전부터 MRI 도입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김 병원장은 최상의 정밀도를 갖춘 3.0T MRI를 도입한 게 응급질환 조기진단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최근 증가 추세인 구강암과 턱 디스크 증세뿐 아니라 증상만으로는 턱관절 질환으로 잘못 진단할 수 있는 악골 악성종양 등을 조기진단하는 데 꼭 필요하다”며 “특히 턱관절 디스크 진단에 MRI 영상은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병원장은 또 MRI 정식 가동에 앞서 턱관절에 약간의 문제를 느꼈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촬영테스트에서 MRI 장비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턱관절 디스크의 변이가 심한 사람이 2명이나 발견돼 놀랐다”며 “이들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기능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지만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구강암, 턱관절 질환자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다. 턱관절 환자의 경우 2013년 32만1403명에서 2017년 39만2984명으로 4년간 22% 증가했다.

김 병원장은 “이번 MRI 도입으로 환자들의 진료 편의성 제고는 물론 정확하면서도 빠른 진단이 가능해졌다”며 “앞으로 구강악안면 질환에 특화된 MRI 연구로 세계치과계 영상진단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치과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영상장비는 파노라마 엑스레이다. 치아와 잇몸뼈, 턱뼈 등 경조직의 문제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치과 치료 전 한 번쯤 찍게 된다. 임플란트 시술, 턱뼈 문제, 매복 사랑니 발치 등 좀더 복잡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치과용 CT를 통해 3차원적 진단을 한다. 혀, 입술, 디스크, 인대, 주변 근육 등 문제는 MRI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파노라마, CT 등 치과분야 영상장비들은 경조직 질환 진단에 치우쳐 있어 음식을 씹는 저작근육, 침샘, 혀에 발생한 연조직 질환 또는 턱관절 디스크 질환 등의 진단에 아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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