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A군(9)은 턱에 심한 통증을 느껴 아빠가 근무하는 병원 응급실에서 CT(컴퓨터단층촬영)를 촬영했다. 해당 병원에선 CT 영상에서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2주 후 치과대학병원에서 다시 영상판독을 한 결과 혈액암이었다. 혈액암은 2주라도 진단이 늦어지면 생존율이 떨어진다. 영상판독 전문의는 “MRI(자기공명영상)였다면 턱뼈에서 골수조직이 변한 걸 쉽게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그 환아는 치료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왼쪽 턱의 통증으로 B씨(31)는 최근 연세대 치과대학병원에서 파노라마 영상을 촬영했으나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정밀검사를 위해 바로 MRI를 촬영한 결과 왼쪽 턱관절부터 하악골까지 이어지는 지점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됐다. 진단이 더 지체됐다면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14일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턱관절 환자는 39만여명에 달한다. 턱의 통증으로 치과를 찾은 이들 중에는 A군이나 B씨처럼 파노라마 또는 CT 영상으로는 원인을 찾을 수 없어 MRI 진단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서울대 치과병원의 경우 MRI 진단이 필요한 환자는 연간 1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동안 치과대학병원에 장비가 없다 보니 바로 MRI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밀검사가 필요한 경우 환자들은 다른 대형병원 영상의학과를 찾아 MRI를 촬영하고 영상을 CD(콤팩트디스크)에 담아 다시 치과대학병원에 내원해 진단받는 식이다. 번거롭기도 하지만 영상진단 결과가 나오기까지 조기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아울러 턱, 얼굴, 입안 부위에 특화되지 않은 MRI 촬영법 및 부적절한 판독도 문제로 지적돼왔다.
국내 치과대학병원에 MRI가 도입된 건 불과 며칠 전이다. 연세대학교가 지난 1월30일 처음으로 치과대학병원 전용 MRI를 도입했다. 서울대 치과병원은 가장 먼저 추진하고도 내부 사정으로 현재 보류된 상태다. 국내 치과대학병원에 MRI 도입이 이토록 늦어진 건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만 MRI를 설치할 수 있는 법규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3년 전인 2016년 1월에야 치과대학병원도 MRI를 도입할 수 있게 관련 법규를 개정했다.
김 병원장은 최상의 정밀도를 갖춘 3.0T MRI를 도입한 게 응급질환 조기진단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최근 증가 추세인 구강암과 턱 디스크 증세뿐 아니라 증상만으로는 턱관절 질환으로 잘못 진단할 수 있는 악골 악성종양 등을 조기진단하는 데 꼭 필요하다”며 “특히 턱관절 디스크 진단에 MRI 영상은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병원장은 또 MRI 정식 가동에 앞서 턱관절에 약간의 문제를 느꼈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촬영테스트에서 MRI 장비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턱관절 디스크의 변이가 심한 사람이 2명이나 발견돼 놀랐다”며 “이들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기능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지만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구강암, 턱관절 질환자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다. 턱관절 환자의 경우 2013년 32만1403명에서 2017년 39만2984명으로 4년간 22% 증가했다.
김 병원장은 “이번 MRI 도입으로 환자들의 진료 편의성 제고는 물론 정확하면서도 빠른 진단이 가능해졌다”며 “앞으로 구강악안면 질환에 특화된 MRI 연구로 세계치과계 영상진단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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