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퇴직 보좌진' 1년새 55%↑…국회 몰아치는 '해고 한파', 왜?

머니투데이 이원광 , 김남희 인턴 기자 | 2019.02.13 19:01

[the300][여의도 '극한직업']②면직요청서 한 장에 실업자, '묻지마 해고' 빈번…"사실상 노예, 생산적 논쟁 불가능"

편집자주 | ‘지금까지 이런 직장은 없었다. 이곳은 직장인가 지옥인가. 네 OOO 의원실입니다.’ 영화 ‘극한직업’을 본 한 보좌진의 자조적 목소리다. 풍운의 꿈을 안고 국회 입성했으나 사적 심부름에 동원되기 일쑤다. 정책을 연구하고 정치를 배우는 길은 요원하다. 부모님의 기대를 뒤로 하고 다시 취업 시장으로 돌아가는 보좌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 초선의원실의 비서관으로 일했던 A씨는 2017년말 국정감사 직후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외부인사로 영입됐다가 1년여만에 실업자가 됐다. 뚜렷한 이유도 듣지 못했다. 국감 직후 A씨가 주도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실적도 괜찮았다. 국감 준비 기간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업무에 열중했기에 허탈감은 더욱 컸다.
이에 수석 보좌관과 갈등이 해고의 원인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국감 질의 순서를 두고 다소 마찰이 있었다. 기업이나 정부부처와 달리 복잡한 해고 절차가 없는 의원실에서 A씨의 해고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A씨의 면직요청서가 국회 사무처에 전달된 직후 A씨는 짐을 쌌다.

전격 해고에 따른 업무 부담은 남은 보좌진의 몫이다. 당시 해당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기자 출신 비서관 영입을 고집해 2개월 넘게 공석이 있었다"며 "의원이나 수석보좌관은 비서관 한 명 자르면 그만이겠지만 남은 사람들은 업무가 몰려 괴롭다"고 말했다.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 '해고 한파'가 몰아친다. 보좌진 중 국회를 떠난 이들이 1년새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고 사유를 듣지 못하고 국회를 떠나는 '묻지마 해고'도 성행하면서 보좌진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1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확보한 2017년 1월~2018년 10월 '국회의원 보좌진 월별‧직급별 최종퇴직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보좌진 퇴직자는 모두 61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5% 증가했다.

보좌진들은 통상 국감 직후 비자발적 퇴직이 본격화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의원실의 5급 비서관은 "업무가 몰리는 국감 시기가 지나면 보좌진 물갈이가 시작된다"며 "업무 역량 부족이나 과실인 경우도 있으나 통상 의원 성향에 맞지 않는 이들이 의원실을 떠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국감이 끝난 지난해초 대규모 보좌진이 국회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월 퇴직자 수는 62명으로 전월 대비 77.1% 늘었다.

'묻지마 해고'로 인해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A씨는 "해고에 대한 특별한 이유를 듣지 못했다"며 "송별회나 동료들과 인사할 기회도 없었다. 이유나 알면 마음이 편했을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같이 보좌진의 퇴직이 급증한 것은 해임이나 징계 절차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원실에서 국회 사무처에 보좌진의 면직요청서를 제출하면 그 즉시 해임이 이뤄진다. 국회 사무처가 부당 인사 등을 검증하는 과정은 없다. 별다른 해임 사유 없이도 면직요청서 제출이 가능하다. 신규 채용 역시 임용요청서 한 장으로 결정된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 한 관계자는 "고용 불안전성을 고려하면 의원이나 최측근인 수석보좌관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한숨 지었다. 이어 "보좌관은 사실상 노예에 가깝다"며 "의원실에서 정치적 비전을 공유하거나 현안과 정책에 대해 논쟁 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