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의 역설…한물 간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 꺼내든 삼성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9.02.13 16:33

4차 산업혁명 수요에 8인치 공정 활용,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전환…"애플·퀄컴 영향권 벗어나 비메모리 주도권 야심"


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이 활황을 맞았다. '규모의 경제'에 밀려 내리막길을 걷던 8인치(200㎜) 공정까지 재부상하는 추세다. 4차 산업혁명의 역설이다.

1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경기도 용인 기흥사업장의 8인치 파운드리 라인 생산규모를 최근 월 20만장에서 30만장으로 늘렸다.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면적에 따라 8인치와 12인치(300㎜)로 나뉘는 반도체 공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8인치 공정의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2000년대 초반 12인치 라인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1장의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의 양이 적은 8인치 공정은 줄곧 사양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1~2년 전부터 시작된 4차 산업혁명 수요가 규모의 경제 패러다임의 역설을 불러왔다.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IoT, 모바일 등 다양한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8인치 공정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찰나에 재조명받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8인치 반도체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90%에 육박했다. 국내에서 8인치 파운드리 라인만 운영하는 DB하이텍도 지난해 3분기 누적 가동률 93.8%를 기록했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보통 전체 생산용량에서 5~7% 정도는 테스트 용도로 쓰기 때문에 가동률이 90%를 넘으면 풀가동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는 이달 초 발간한 8인치 팹(생산라인) 전망 보고서에서 파운드리용 8인치 웨이퍼 출하량이 2022년까지 18%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는 특히 올해 메모리 시황이 주춤하면서 전반적인 반도체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8인치 공정은 수요 증가를 발판으로 생산량 확대와 신규 라인 증설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기흥 8인치 파운드리 라인 생산 확대는 이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메모리시장 1위에 이어 2030년 비메모리 파운드리시장 정복까지 선언한 삼성전자가 한물간 8인치 공정까지 재활용하면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의 대만 TSMC(시장점유율 51%·IHS마킷 집계)도 지난해 말 8인치 생산라인 신규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 대응에 나선 상태다. TSMC가 8인치 라인을 건설하는 것은 2003년 상하이 쑹장 라인 이후 15년 만이다. 중국 SMIC는 지난해 7월 텐진 8인치 라인 생산량을 월 4만5000장에서 15만장 규모로 늘리기 위해 신규 설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에서 첫 100억달러(약 10조8000억원) 매출을 기록하면서 업계 5위에서 2위로 뛰어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대형 고객사 제품 위주로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을 고집했지만 지난해 5월부터 8인치 공정을 중심으로 웨이퍼 1장에서 다수의 고객사 반도체 시제품을 생산하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체질개선을 시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애플이나 퀄컴 같은 대형 고객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새로운 수요를 발판으로 한 다양한 시도가 성공하면 사업구조를 조기 안정화하고 비메모리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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