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맞춤형 뉴스, 善인가 惡인가 

머니투데이 김재휘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2019.02.13 03:30
인공지능(AI) 발달로 우리는 더 이상 정보를 직접 찾기 보다는 AI가 제공하는 맞춤형 정보를 앉아서 제공받는 시대로 옮겨 가고 있다. 최근 구글은 AI를 통해서 ‘모두에게 최적화된 개인용 구글(personalized Google for each user)’이 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개개인에게 더 ‘개별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한편으로는 이런 맞춤형 정보 제공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맞춤형 뉴스 정보의 경우, 당연히 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특정인의 주관적 가치에 부합하거나 혹은 좋아하는 뉴스만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즉, AI와 알고리즘에 의해 제공하는 뉴스는 이용자의 이념, 취향, 관심에 맞는 콘텐츠만 선별해서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뉴스만을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은 자신에게 필터링 된 정보들의 버블에 둘러싸여 갇혀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필터버블(Filter Bubble)에 대한 가정과 우려는 앞으로 어디까지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일까? 네이버는 사람이 뉴스를 배열하는 대신 에어스(AiRS)라는 AI 기반 뉴스 추천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다음도 루빅스라는 AI를 기반으로 뉴스를 배열한다. 유튜브는 역시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맞춤형 뉴스에 대한 논쟁은 정보 제공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편향된 뉴스만을 제공함으로써 여론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까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네이버의 AI 알고리즘기사 추천시스템을 외부 전문가들이 검증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알고리즘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의 뉴스 배치에 관리자 개입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기사가 기존 사람이 배열한 뉴스 기사에 비해 다양한 관점이나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를 접할 기회를 제한하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필터버블에 의한 이용자들 간의 양극화나 사회 분절화 문제의 논쟁은 뉴스 서비스 제공자 측면보다는 뉴스 이용자의 관점에서의 이해도 필요하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통제보다는 자율성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으며, 통제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도 ‘선택적 지각’이라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선택적 지각’이란 많은 자극 중에서 반복적으로 주어지는 자극에는 쉽게 무뎌지고, 심지어 싫증을 내기도 하는 반면, 새로운 자극에는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의미 있는 자극을 식별해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선택적 지각이라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람들이 맞춤형 뉴스를 선호한다고 해서 맞춤형 뉴스만을 볼 것으로 가정하기 어렵다. 36개국을 조사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17'에 따르면 ‘평소 관심이 없던 내용의 뉴스도 본다‘고 답변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예상과 달리 필터버블에 갇힐 확률이 높아 보이는 정치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응답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어찌보면 사람들은 스스로 필터버블을 걷어내고자 하는 동기를 갖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 인터넷 뉴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필자가 수행한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맞춤형 뉴스 서비스의 유용성에 대해서 압도적 비율로 긍정적으로 답하고 있지만(긍정 48.2%, 부정12.3%), 정보의 편향성이나 정보부족에 대한 우려가 69.4%에 이르며, 향후에도 이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32.3%만이 그렇다고 하는 신중한 답변을 하고 있다(이용하지 않겠다는 비율은 23.8%). 해당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맞춤형 뉴스가 갖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잘 이해를 하고 있으며, 역기능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편향되지 않은 정보를 탐색하려는 의지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용자의 의지가 이렇다면 뉴스 서비스 사업자들은 이런 이용자의 니즈에 맞추기 위한 알고리즘을 설계할 확률이 높을 것이기 때문에 알고리즘 추천기사에 대한 필터버블 우려는 실제로는 그렇게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우리가 네이버 등 국내 사업자의 맞춤형 뉴스 서비스 부작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만 키우고 있는 동안, 구글, 바이두와 같은 국외의 사업자들은 ‘AI 퍼스트’라는 목표를 세우고 맞춤형 정보 제공을 고도화하기 위해서 지금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소리 없는 AI 전쟁 속에서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게 될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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