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운명을 가를 키워드는 '비가역성(불가역성)'이다. 북미관계와 비핵화는 물론, 남북관계까지 과거의 적대관계로 돌아가지 않게 '네버 고 백(Never Go Back)'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비핵화와 상응조치는 레토릭을 넘어 구체적 딜(deal)로 북미 하노이 선언에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가역성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서 I(Irreversible)에 해당한다. CVID는 FFVD(최종적, 완전 검증된 비핵화)에게 비핵화 용어 자리를 내줬지만 협상 전반에 비가역성이란 키워드는 뚜렷이 남겼다.
마음대로 환불, 취소할 수 있는 계약이라면 구속력이 떨어지고 믿을 수도 없다. 지난 25년간 북핵 협상이 그랬다. 연이은 비핵화 협상의 실패로 북미, 또 남북간에도 상호 불신이 가득했고 이에 협상이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불안정성이 강했다.
이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비가역성이 강조된 배경이다. 흔히 북미관계, 비핵화에 대해 입구는 찾았다고 본다.
상황은 아직 유동적이다. 미국 정계는 대북협상에 대한 극심한 회의론을 드러낸다. 문은 언제고 닫힐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싱가포르 센토사 북미 회담이 서로 "대화는 해볼 만하다"는 상호인정에 그쳤다면 하노이 담판은 "믿을 수 있다"는 신뢰 구축으로 가야 한다.
'어떻게' 라는 방법이 문제다. 북미는 여기서 막혀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확실한 상응조치가 요구된다.
우선 북한은 핵동결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추가 핵실험은 하지 않더라도 이미 만들어 놓은 무기와 물질, 기술과 시설, 인력 등은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가 남아있다. 이른바 미래의 핵, 과거의 핵 구분이 이 지점이다. 협상은 필연적으로 핵신고 및 반출, 경협을 위한 제재 해제 등 보다 본질적인 쟁점으로 이어진다. 신뢰가 없으면 테이블에 올리기조차 불가능한 이슈들이다.
미국도 일정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제안하고 있는 만큼 단계별 상응조치를 진정성 있게 내놔야 한다. 일례로 평양에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 정도는 설득카드로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미국으로서는 동결과 일부 폐기까지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락사무소는 상응조치가 아니다. 부수적인 것"이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합의 후, 구체적 내용이 지적 받자 "(비핵화가) 20% 수준에 도달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2일 청와대에서 영국 BBC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계속 실천해 나가고,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고 판단되면 그때는 UN의 제재들이 완화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순방 때 1호기 기내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20%가 될지 30%가 될지 어느 정도 단계가 되면 그때의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가 될 수 있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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