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렵다' 대신 '논리' 필요한 카드업계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 2019.02.12 08:43
“저희도 포기하지 않을 테니 카드업계 여러분들도 포기하지 말아 주십시오.”

신용카드사의 경영진 또는 노조에서 한 말이 아니다. 부가서비스 변경 허용과 업계의 규제완화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금융당국이 실무자 회의에서 카드업계에 한 발언이다.

카드업계가 좀 더 설득력 있는 규제 완화 건의를 해 달라는 의미다. 당국이 한번 ‘노(NO)’ 했다고 해서 끝난 일로 여기지 말라는 당부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똑같은 내용이라도 충분한 논리를 갖추면 당국도 수용 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은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카드업계는 수익성 다변화와 비용절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그동안 수 차례 인하됐지만 인하에 따른 수익성 보전안을 금융당국이 나서서 만들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오히려 절박해야 할 카드업계가 더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 카드업계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규제완화 건의사항이 62개인데, 이는 거꾸로 해석하면 일단 던져 놓고 보자는 것일 뿐 절박함이 없는 것일 수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환경이 어려우니 이런 규제도 풀어달라는 식으로 구체성이 크게 떨어지는 건의사항도 적지 않다”고 자조했다. 당국 관계자의 ‘포기’ 발언도 이같은 카드업계의 소극성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카드사간 이해관계도 제각기 다르다. 은행계와 기업계, 대형사와 중소형사 등 개별 입장에 따라 원하는 규제가 천차만별인 것이다. 예컨대 레버리지비율 규제의 경우 현행 6배 기준에 근접한 중소형사들은 완화를 적극 원하지만 대형사들은 과당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며 소극적이다. 카드 해지를 신청한 고객에 대한 혜택 제공도 기존 고객층이 많은 대형사들이 상대적으로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크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이미 수년간 반복돼 왔다. 정부가 결정권을 갖는 현행 법체계상 향후에도 정치논리에 따라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업계의 대비가 절실하다. 그러나 현재 카드업계의 행보는 자업자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좀 더 적극적이고 통일된 카드사의 논리와 행동이 있어야 정부도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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