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기본소득' 일하게는 못했지만 건강엔 도움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 2019.02.10 18:56

2년간 실험 중 첫해 평가 보고서 발표
근로시간, 기본소득 없는 집단과 비슷
스트레스 적고, 치료비에서도 큰 차이

/AFPBBNews=뉴스1
"월 72만원 기본소득이 취업에는 영향 주지 않았고, 개인의 삶의 만족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핀란드 사회복지부와 사회복지기관 '켈라'(KELA)는 8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예비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핀란드는 2017~2018년 실업자 그룹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실험을 해왔다. 당국은 기본소득을 받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조사집단을 비교 분석해 보고서를 만들었다. 단 이날 보고서는 2017년에 대한 분석만 담겼기 때문에 예비 결과로 이름 붙여졌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25세~58세 실업자 중 2000명을 무작위로 뽑아 2년 동안 월 560유로(약 72만원)를 지급했다. 이는 AI 등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에 대비해 사회안전판을 찾기 위한 실험이다. 이 기간 동안 참가자는 취업을 해도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었고, 핀란드의 다양한 사회보장 혜택도 유지됐다.

실험 대상자에게 지급된 월 560유로는 중위소득 2900유로에 비하면 크게 적다.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쪽은 이것이 구직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것을 돕기 때문에 취업 장려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고, 반대파는 돈을 받으면 일을 더 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세금만 들어간다는 입장이었다.

이날 보고서에 따르면 기본소득 집단은 2017년 1인당 총 49.64시간 일을 해 다른 집단(49.25시간)과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두 집단의 소득도 비슷했다. 기본소득이 취업을 돕는 데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수급자의 삶의 만족도나 건강 면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에 대해 기본소득 집단은 '없다'(22%)와 '약간 있다'(33%)가 55%였는 데 반해, 상대 집단은 46%(각각 20%, 26%)로 차이를 나타냈다.


특히 질병 치료 관련 복지비는 기본소득 집단에 평균 121유로가 들어갔지만, 다른 집단에는 216유로가 들어가 비교적 큰 차이를 보였다.

한 기본소득 실험 참가자는 영국 BBC에 "여전히 난 직업이 없다"면서 "기본소득이 재정적으로는 별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심리적으로는 큰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앞서 기본소득 실험이 1년4개월가량 지난 지난해 4월, 핀란드 정부는 취업 장려 등 효과를 거두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2년으로 정해진 실험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내린 정치적인 판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본소득 실험에는 2000만유로(255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켈라(KELA)는 지난해 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분석을 포함한 최종 결과를 내년 초에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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