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쓰레기 줄이기'…난생 처음이었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9.02.10 06:01

[제로 웨이스트-②]아무 생각 없이 버렸던 37년, 쓰레기 생각하며 버렸던 단 3일 체험기(記)

편집자주 |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현재 다니고 있는 복싱 체육관에 마련된 일회용 컵 재사용을 위한 수거대. 한 번 쓰고 버리지 않도록, 번호를 매겨 여러번 사용하도록 했다. 운동이 다 끝나면 버리게끔 돼 있다. 쓰레기가 확연히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물통을 가지고 다니면 더 좋겠지만./사진=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딱히 생각하며 버려본 적이 없었다. 쓰레기는 그냥, 쓰레기였다. 나오면 어쩔 수 없는 거라 여겼다. 재활용이 안되는 건 종량제 봉투에, 되는 건 각각 나눠 담았다. 그리고 매주 버리는 날에 맞춰, 내다 놓으면 그만이었다. 이후 일은 생각 안했다. 얼마나 나오는 지, 환경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그런 건 별로 생각 안했다. 종량제 봉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꽉꽉 누르고 압축하는 정도만 했다. 쓰레기 자체를 한 번도 줄여볼 생각을 안했다. 정말 놀랍게도, 37년 삶 동안 단 한 번도.

그러던 어느 주말이었다. 찬바람이 불고 몹시 추운 날이었다. 밥 하기는 귀찮고, 나가기 귀찮았다. 배달을 시켜 먹기로 했다. 초밥이 당겨 이를 시켜먹기로 했다. 맛있게 먹은 뒤, 설거지를 했다. 일회용품을 씻어서 싱크대 한 켠에 쌓아 두었다. 그런데 플라스틱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나왔다. 자주 접하던 풍경이었는데, 그날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식사 한 끼에 이렇게 쓰레기가 많이 나왔었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꼭 배달이 아니더라도 쓰레기가 참 많이 나왔었다.
일회용품 배달을 시킨 뒤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사진=남형도 기자

기자로 살면서, 세상 만사 그리 참견하면서도, 쓰레기에 대한 고찰(考察)은 안했었다. 심지어 서울시를 출입할 때, 쓰레기 매립지가 부족하단 기사를 쓰는 와중에도. 그리고 지난해 4월쯤 발생했던 쓰레기 대란을 보면서도. 누군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 여겼지, 스스로 줄일 생각을 못했다.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어쩌면 일상에서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임에도, 그렇게 모른 척을 했다는 게. 그래서 맘 먹고 딱 3일만 습관을 들여 보기로 했다. 이른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를 최소화 하는 생활 습관)'였다. 2월6일부터 8일까지 해보기로 맘 먹었다.



매번 뽑아 쓰던 '휴지'만 없애도…



우선 휴지를 쓰는 것부터 반성을 해보기로 했다. 집안 곳곳에 일회용 티슈를 두고, 쓸 일이 생길 때마다 뽑아쓰곤 했다. 한 번 닦고 버리고, 또 새로운 걸 뽑아쓰고 했다. 아내는 휴지를 한 번 쓰고, 어지간해선 버리지 않고 그걸 다시 쓰고 했었다. 배울 만한 습관이었다.

휴지 대신 아예 걸레와 손수건을 활용해 봤다. 일회용 티슈를 창고에 다 넣어 버렸다. 설거지를 하다, 바닥에 물이 흘렀다. 습관적으로 휴지를 찾다, 사라진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대신 걸레를 닦았다. 음식을 먹다, 손에 묻었을 땐 손수건을 썼다. 금세 더러워져, 빨아야 하는 게 귀찮긴 했지만 불편을 감수해보기로 했다. 하루만 연습했는데도, 두 가지를 활용하니 휴지가 필요 없었다. 하루에 평균 20여번은 뽑아 썼던 것 같은데, 확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간단히 줄일 수 있는 걸, 그동안 안했던 거였다. 단지 불편하단 이유 만으로.

청소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막대 물걸레를 썼었다. 대신, 손걸레를 써보기로 했다. 통상 한 번 물걸레 청소를 할 때, 물걸레 청소포 네다섯개 씩은 썼었다. 손걸레로 청소하니, 다소 불편함은 있었다. 하지만 일정 부분 운동도 더 됐고, 그만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다. 막대 물걸레를 쓸 때보다, 구석구석 꼼꼼하게 청소를 할 수 있단 장점도 있었다. 장시간 쌓일 경우, 물걸레 청소포 비용도 그만큼 절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와 '물통'으로




텀블러를 쓰면, 일회용컵 사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사진=남형도 기자

아무 생각 없이 가장 많이 썼던 것 중 하나가, 일회용컵이었다. 카페에 갈 때 보통 차(茶)를 마시곤 했는데, 앉아서 마실 여유가 없을 땐 불가피하게 일회용컵에 받아오곤 했다. 요즘엔 머그잔에 마시는 분위기로 많이 바뀌었지만, 테이크 아웃을 한다고 하면 어김 없이 일회용컵이 등장해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

이를 바꿔 보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그냥 집에 있는 텀블러 중 하나를 챙기면 됐다. 맘에 드는 하늘색 텀블러 하나를, 가방에 넣었다. 카페에 가서 텀블러를 내미니, 그 안에 음료를 담아서 줬다. 가격 일부를 할인해주는 곳도 있었다. 카페에 가지 않더라도, 회사에서도, 따뜻한 물을 마실 때 텀블러를 활용했다. 하루 평균 종이컵 5~6개를 썼었는데, 이를 한 번도 안 쓰게 됐다.


운동하러 체육관에 갈 땐, 물통을 챙겼다. 아무래도 땀을 많이 흘리는 지라, 일회용컵 소비가 극심했었다. 그래도 이 체육관은, 일회용컵 낭비를 막기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네모난 일회용컵 재사용 수거대를 만들어, 한 번 쓰고 버리지 않도록 적극 권장했다. 번호표에 자기가 쓴 일회용컵을 둔 뒤, 그 다음에 다시 그걸로 마시는 방식이었다. 그보다 더 좋은 게, 물통에 마시는 거였다. 아예 일회용컵을 쓰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카페 '얼스어스'에는 냅킨 대신, 정갈한 손수건이 비치돼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얼스어스(Earth us)'라는 연남동 소재 카페도 가봤다. 이 곳은 텀블러와 포장용기를 가져 오지 않을 경우, 아예 테이크 아웃을 못하게 했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스푼을, 냅킨 대신 손수건을 놓아 두었다. 지구를 생각하는 착한 카페에다, 맛도 좋아 손님들 호응이 아주 좋았다. 지난 6일 이 곳을 찾은 대학생 이가은씨(22)는 "환경 원칙을 내세우는 건 많이 봤어도, 이렇게 실제 실천하는 곳은 거의 처음 봤다"며 "그 취지에 동참하고 싶어 단골 카페로 삼고, 자주 오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밖에 해본 것들




모아둔 소주병 2병, 하루에 마신 것 아니다. 공병 보증금 200원도 얻고, 쓰레기도 줄이고./사진=남형도 기자

배달 음식을 시킬 땐, 매번 받았었던 일회용 숟가락과 젓가락을 꼭 빼고 달라고 했다. 집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매번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었다. 음식점에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받는 입장에선 쓰레기를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아이스 음료를 마실 때 쓰기 위해, 집에 있는 플라스틱 빨대(일회용이 아니라 씻어 쓸 수 있는)를 가지고 다녀봤다. 역시 매번 씻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괜찮았다. 다들 일회용 빨대를 쓸 때, 이걸 꺼내 놓으니, 뭔가 자랑스런 기분이 들었다.

일회용 비닐백 사용을 없애기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다녀봤다. 장을 볼 때, 무심코 종이백이나 비닐백을 달라 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장 볼 때 외에도, 생각보다 쓸 일이 많았다. 하루만 안 써도, 꽤 많은 비닐 쓰레기를 줄인 것 같다.

쓰레기로 버렸을 소주병을, 집 근처 가게에 갖다줬다. 2병을 모아서 갖다주니, 쓰레기도 줄이고, 공병 보증금 200원을 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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