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악화에 벌써부터 '추경'론…변수는 명분·실탄·시기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 2019.02.10 16:11

"추경 아직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홍남기 부총리…1분기 경제지표·12월 결산법인 법인세 실적이 추경 가늠할 첫 단추

기획재정부 세종청사/사진=뉴스1
연초부터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고용 사정도 나아지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는 "당장은 고민하고 있지 않다"지만 명분과 실탄만 갖춰지면 올해도 추경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는 게 중론이다.

1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시급할 때 긴급 편성하는 추경은 매년 2월 초 수면 위로 올라온다. 추경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 일부를 가늠할 수 있는 '세입·세출 마감'을 통해서다.

올해도 지난 8일 2018 회계연도 세입·세출 마감 이후 올해 추경 가능성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일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 발언 중 '고민하고 있지 않다'에 방점을 찍어서 보면 추경을 신중하게 설계하려는 정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추경은 경기 변화에 언제든지 소방수로 투입할 수 있는 재정 정책이다. 홍 부총리가 '아직'이란 단서를 붙인 이유다.

추경 편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는 명분, 실탄(재원), 시기다. 우선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으로 △전쟁 △대규모 재해(자연재난·사회재난)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 5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추경을 시급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어장치다.

집권 3년차인 문재인 정부는 1, 2년차에 연달아 추경을 편성했다. 두 번 모두 대량실업을 추경 명분으로 삼았다. 청년실업 완화가 가장 큰 편성 이유였다. 조선·자동차 구조조정에서 비롯된 고용 위축도 지난해 추경을 뒷받침했다.

올해도 일자리 사정은 만만치 않다. 오는 13일 고용동향이 발표될 예정인데, 최근 경기 둔화 등으로 고용사정이 좋지 않았고 기저효과까지 겹쳐 1월 신규 취업자 수가 전년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 지난해 1월엔 전년보다 33만4000명 증가했다.


올해는 일자리와 더불어 경기 상황을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를 이끌던 수출이 연초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슈퍼 호황이었던 반도체 역시 심상치 않다. 수출, 투자 등 주요 지표가 급락하면 경기 방어용 추경을 할 수 있다. 남북관계 급진전에 따른 추경도 배제할 수 없지만 야당 반발이 거셀 수 있다.

추경 명분을 갖추더라도 재원 준비는 쉽지 않은 과제다. 추경 재원은 세계잉여금, 오차세수, 국채 발행 등으로 마련한다. 2018 회계연도 세입·세출 마감 결과 세계잉여금 중 추경에 투입할 수 있는 돈은 거의 없다. 세계잉여금을 국가재정법상 추경보다 먼저 배정해야 하는 지방 교부세·교부금 등에 다 써서다.

정부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인 오차세수가 얼마나 발생할 지도 미지수다. 먼저 지난해 25조4000억원 규모의 오차세수 원인이었던 반도체 호황, 주식·부동산시장 호조가 올해 지속될 가능성이 적다. 오차세수를 줄이겠다는 정부 방침도 추경 재원을 축소시킨다. 나랏빚인 국채를 늘리려면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한다.

추경 시기 역시 저울질 대상이다. 지난해와 같은 조기 추경은 추진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학습효과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이례적으로 연초인 4월에 4조원 규모의 미니 추경안을 발표했다. 연간 오차세수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추경 재원으로 세계잉여금과 일부 여유자금만 투입할 수 있었다.

조기 추경은 정부가 나랏돈을 제 때 쓸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추경 카드를 조금 더 고심했더라면 하반기 들어 심화된 고용 부진에 대응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적어도 1분기 경제지표, 12월 결산법인의 법인세 납부(3·4월) 실적을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지표, 법인세는 추경 명분과 재원을 가늠할 잣대여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오면 바로 추경을 발표해야 한다"며 "추경 방향은 투자 확대 등 성장 중심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초인데 추경 편성 여부를 답하긴 어렵다"면서 "경기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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