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가 꽉 막혔네…“플라잉카 타고 가면 되지”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9.02.11 03:50

생활형 항공교통 자율비행車 기술패권 경쟁 ‘활활’


#1, 세계 최대 차량 공유기업인 우버가 오는 2020년 일명 ‘에어(항공)택시’ 실험에 나선다. 2023년에는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면 날아오는 ‘우버에어(Uber AIR)’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에어택시 첫 버전은 미국 텍사스주 북부에 있는 도시 댈러스와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 간 왕복 운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에어택시 전용 이착륙장인 ‘스카이포트’도 개발 중이다.

#2, 고급 자동차 제조사 포르쉐도 조종사 없이 몰 수 있는 ‘플라잉카‘(flying car,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개발 중이다. 자동운전기술이 적용된 플라잉카가 상용화되면 차로 30분 걸리는 거리를 4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3,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은 자율주행 비행택시 사업부 ‘보잉 넥스트’(Boeing NeXt)를 신설했다. 무인 비행체 개발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업체 등과 손잡고 공중 교통로, 추적 시스템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우버, 포르쉐, 보잉 뿐만이 아니다. 구글, 에어버스, 롤스로이스 등 날고 기는 ICT(정보통신기술)·항공·자동차 기업들이 미래 운송수단으로 개인용 자율 항공기(OPPAV, Option Piloted Personal Air Vehicle), 이른바 ‘자가용 비행기’를 점 찍고 있다. 공중 교통망으로 출·퇴근하거나 출장·여행을 떠날 날이 멀지 않았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자가용 비행기 개발·보급이 이뤄지면 지상의 극심한 교통 체증을 피한 통근·통학, 낙도 및 산간지역 재해시 응급수송 및 신속한 물자수송 등이 가능해져 교통·운수·레져·관광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혁신기술예측서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순간’에선 오는 2024년, 프로펠러를 3개 이상 장착해 수직 이착륙 등이 가능한 멀티콥터 드론이 우리나라에서도 본격 상용화되고, 드론 앰뷸런스, 드론 택시 서비스가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왜 자가용 비행기인가=한국교통연구원이 추정한 국내 교통혼잡비용은 연 133조원 규모다. 육상운송 인프라는 이미 포화상태다. 기존 항공운송 수단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저가항공 운행 급증으로 공항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도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62회)·제주(34회)국제공항 등 상당수 공항에서 슬롯 부족현상을 빚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슬롯을 지금보다 더 늘리려면 도착 비행기와 그 다음 도착 비행기 간격을 최대한 좁혀야 하는 데, 이럴 경우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공항건설 등으로 공항수요능력을 높이면 슬롯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거대 투자, 지역 간 다툼 등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플라잉카처럼 공중을 활용하는 새로운 교통서비스 모델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항공기, 드론(무인기) 등 신(新)비행체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과거처럼 특정 대기업, 특수 산업체 중심의 수직·폐쇄적인 생산시스템이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은 “소프트웨어 융합 중심의 개방·협력형 시스템으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OPPAV 산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혁신 기업의 진입이 가능한 체계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동차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공해 문제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에 대한 대비 방안으로 자율비행차 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공불문 이어지는 출사표…인텔, 구글도 참여=해외 선도국에선 이미 전공 분야를 막론하고 OPPAV 시범모델을 다수 제시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CES(세계가전전시회) 2018에서 30분간 최대 27km 비행이 가능한 전기수직이착륙(eVTOL)기 ‘볼로콥터’를 소개해 주목을 이끈 바 있다. 회사는 이를 활용한 단거리 운항 항공택시시장 선점을 모색 중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키티 호크’에 투자해 자율주행 비행택시 ‘코라’(Cora)를 개발했다. 이미 뉴질랜드에서 실험을 시작했다.

중국의 드론기업 이항(Ehang)은 2016년부터 수직 상승이 가능한 1인용 eVTOL 개발 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모델인 ‘이항-184’는 약 23~25분을 비행할 수 있으며, 최대 시속 130km/h을 기록했다. 최대적재중량은 100kg이며, 최근 15km 왕복주행에도 성공했다.

유럽 에어버스는 6.2mX5.7m 크기의 1인용 eVTOL인 바하나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최대 속도는 225km/h이며, 총 96km 거리이동을 목표로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영국 ‘프란버그 에어쇼’에서 4~5명의 승객을 태우고 최고 시속 약 500㎞에 도달할 수 있는 eVTOL형 드론 택시의 초기 디자인을 공개했다. 날개가 90도로 회전,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미국 항공자동차 전문 스타트업 ‘테라퓨지아’는 지난달부터 플라잉카 ‘트랜지션’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경비행기와 비슷한 형태로, 도로주행과 비행을 할 수 있는 2인승 플라잉카다. 최고속도는 도로주행 시 시속 113㎞, 비행시 160㎞를 낼 수 있으며, 최대 비행거리는 640㎞다.

주요 국가들도 관련 정책 마련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의 경우 지난해 12월 ‘항공 모빌리티 혁명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출범시키고, 올해부터 eVTOL 시험 비행 및 실증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미 2023년을 목표로 한 ‘항공 모빌리티 혁명’ 로드맵도 수립했다. 또 시험비행허가 등 항공법 개선 및 관련 운항규정 정비, 시험비행용 이착륙 장소 확보 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충돌 방지 및 긴급착륙, 전자간섭 등에 대한 안전성 확보, 기체 내부 경량화, 소음제거, 야간 운행 등에 대한 기술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韓은 갈 길 구만리…도전가치는 충분=우리나라도 OPPAV 개발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구만리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미래형 개인비행체 IP(지적재산권)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자율비행차 관련 특허출원이 미국과 중국에선 증가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공백기술 영역’에 해당한다. 관련한 원천 특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나마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2010년부터 OPPAV 선행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전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항우연의 OPPAV 성능 목표는 시속 200km, 항속거리 50km인 1인승 수직 이착륙기이다. 항우연에 따르면, OPPAV가 상용화되면 김포에서 잠실까지 약 27㎞ 거리를 12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자율비행차 기술은 국제 경쟁력 격차가 타 사업에 비해 적은 분야”라며 “세계시장 선도잠재력이 아직 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 “소형항공기 개발 경험 및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IT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국토부는 최근 OPPAV 시험비행을 허가할 목적으로 ‘초경량비행장치 비행안전 확보 위한 기술 기준’에 ‘자체중량 150kg 이하’인 비행장치를 추가하는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동의 미래’ 저자 차두원 KISTEP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은 “자동차 산업 후발국과 기술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차세대 교통수단에 대한 R&D(연구·개발) 투자와 조기 상용화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OPPAV 시장에 적극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안형준 부연구위원은 기술 선도를 위해 “하이브리드 엔진(엔진+모터), 첨단경량 소재, 차세대 배터리 등을 중국, 인도와 같은 주변국과 협력 생산하는 방식을 취하거나 정부 주도 아래 ’항공-자동차-소재‘ 관련 기업을 컨소시엄으로 묶어 개발·생산 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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