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운동화' 명성이 '독'으로…무너진 화승 '르까프'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김태현 기자 | 2019.02.07 17:12

화승, IMF 부도 이겨낸지 14년만에 또다시 법정관리신청

2016년 르까프의 복고풍 광고 영상 캡처
"르까~프"

지금 30대 이상이라면, 위 문구를 읽기만 해도 '국민운동화'로 전성기를 누리던 르까프 광고 멘트가 귓가에 나지막히 들려올 것이다.

1980년대는 '국산 운동화'의 전성기였다. 프로스펙스(1981년), 르까프(1986년) 등 국산 브랜드가 차례로 탄생했고 1980년대 신발업계는 제대로 성장기를 맞이한 듯 했다. 하지만 '르까프'를 탄생시킨 화승은 국산 신발시장의 변화와 쇠퇴를 버티지 못하고, 30여년만에 법정관리신청을 했다.

◇'기차표 고무신'부터 나이키, 르까프, 케이스위스까지…영광과 위기의 '국민 브랜드'=화승의 모태는 1953년 설립된 동양고무산업으로 본다. 이 회사는 국내 신발 1호라고도 일컬어지는 '기차표 고무신'을 탄생시켰다.

1978년부터는 미국 나이키와의 합작사인 화승나이키를 통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나이키 운동화를 생산하며 본격적으로 사세를 키웠다. 1981년 2억600만달러, 1982년 2억8300만달러, 1983년 2억1100만달러 수출을 달성했고 "전세계 나이키 70%가 한국에서 생산된 것" 임을 앞세워 대대적으로 광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1986년에는 나이키의 무리한 수출단가 인하 요구 등을 이유로 나이키와 합작사업을 종료하게 됐다. 이때 위기를 딛고 탄생시킨 브랜드가 바로 국민 운동화 '르까프'다. 르까프는 1980~9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이에 힘입어 화승은 1980년대 중반 재계 서열 2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1990년에는 수출 5억불탑 및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는 또 한번 찾아왔다. 1998년 IMF외환위기 충격으로 부도가 난 것. 그 뒤 7년여에 걸친 노력으로 화의(파산을 예방할 목적으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 맺는 강제계약)에서 벗어났고 "르까프가 살아났다"는 소식도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케이스위스에 이어 2007년에는 미국 머렐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제품을 출시했다.



◇악화일로 걷는 '국산신발' 산업…'추억의 브랜드'가 '독'으로= 하지만 2010년 이후 '해외 브랜드'들의 공습으로 '진짜 위기'가 찾아왔다. 국내 시장에서도 나이키, 아디다스 등 해외 대형 브랜드들의 입김이 세졌고 소비자들의 취향도 다양해지며 개성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글로벌 브랜드들을 적극 찾아나섰다.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고객들도 크게 늘어나는 등 국내 신발산업 업계 지형도가 급변하는 가운데 화승은 속수무책이었고 사세가 기울었다.

2014년 5619억원이던 화승의 매출은 2015년 2363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2015년에는 산업은행과 KTB가 공동으로 설립한 사모투자합자회사가 화승을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2016년에는 3013억원으로 매출이 소폭 늘었지만, 190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폭이 커졌고 2017년에는 매출 2635억원, 영업손실 150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추억의 브랜드'라는 낡은 이미지는 '독'이 됐다. 이서진, 김우빈, 다이엘헤니, 워너원 등을 머렐과 케이스위스의 모델로 기용하는 등 오래된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큰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외려 판관비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비효율 점포 정리, 관리 시스템 개선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단행했지만 해외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신발시장의 큰 변화를 거스를만한 경쟁력을 갖추지는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화승 관계자는 "현금 보유 대비 과도한 부채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졌다"며 "(기업회생 절차를 통해) 채무를 조정하고 경영정상화를 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화승은 지난해 8월 이후 납품업체에 물품대금을 5개월짜리 어음으로 결제했다. 결제 대금만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피해 규모가 큰 납품업체 대표들은 긴급 채권단 회의까지 열고 대책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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