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차리기'·'지방 쓰는 법' A~Z… "최대한 간소하게"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19.02.05 09:52

한국국학진흥원 "간소하게 치르는 게 차례 문화의 원형과 가깝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설날인 오늘(5일), 차례상을 어떻게 하면 잘 차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조율이시 홍동백서'부터 '현고학생부군신위'까지 신경써야할 것도 적지 않은 느낌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간소하게 차례를 치르는 게 오히려 전통에 맞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인 '차례상 차리는 법'과 '지방 쓰는 법'을 짚어본 뒤, 전통에 맞게 차례를 치르는 법을 살펴본다.

◇차례상 차리는 법… '홍동백서' '조율이시' '동두서미'

일반적으로 차례상은 총 5열로 음식을 차리며, 병풍의 바로 앞을 1열로 친다.

△1열에는 지방(신위)를 놓고 떡국과 술잔을 올려놓고 △2열에는 육적, 어적, 떡 등을 올린다. 이때 생선을 놓을 때는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으로 놓는 '동두서미'(東頭西尾)의 원칙을 따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3열에는 육탕, 소탕, 어탕의 순으로 탕 종류를 올리고 △4열에는 왼쪽에 포, 오른쪽 끝에 식혜(수정과)를 올리고 그 사이에 나물, 김치 등을 놓는다. 어포를 놓을 때는 배를 아래로, 등을 위로 놓는다.△이어 5열에는 과일과 다식 등을 '조율이시'(棗栗梨枾)에 따라 왼쪽부터 대추·밤·배·감 등의 순서로 놓고 '홍동백서'(紅東白西)의 원칙에 따라 붉은 색깔의 과일은 동쪽(오른쪽), 하얀색 과일은 서쪽(왼쪽)에 올린다.

밥과 국, 수저, 술잔, 숭늉, 떡국 등은 신위 수, 즉 모시는 조상님 숫자 만큼 준비한다. 밥은 뚜껑을 덮고, 국은 쇠고기 뭇국이나 해안 지방의 경우 맑은 생선국을 준비하는 게 보통이다. 차례상에는 붉은살 생선과 '치'자가 들어가는 생선은 사용하지 않고, 마늘, 고춧가루 같은 짙은 양념도 쓰지 않는다.

◇지방 쓰는 법… "'현고학생부군신위' 알아두면 끝"

지방이란 제사나 차례를 모시는 대상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사당에 쓰이는 신주가 없을 때 임시로 만드는 위패를 뜻한다. 즉 고인의 이름과 사망날짜를 적은 위패인 신주(神主)를 모시고 있지 않은 집안에서 차례나 제사에 조상을 모시기 위해 임시로 이를 종이에 기록한 것이다.

차례상에 올리는 지방은 일반적으로 폭 6㎝, 길이 22㎝의 한지(백지)에 붓을 이용해 작성한다. 한지가 없다면 창호지나 백지로도 사용할 수 있다. 글씨는 세로로 작성하며, 지방의 상단 모서리가 접히거나 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방 쓰는 법 /사진=네이버 백과사전

지방에는 고인을 모신다는 뜻의 나타날 현(顯)자를 쓴 후 △고인과 제사를 모시는 사람과의 관계 △고인의 직위 △고인의 이름 △신위(神位) 순으로 쓴다. 부모님 제사의 경우 두 분이 모두 돌아가셨을 땐 하나의 지방에 부모를 같이 쓴다. 아버지는 왼쪽, 어머니는 오른쪽에 적는다. 부모님이 아닌 조상의 경우 지방에 쓸 조상이 두 분 이상이면 남자 조상을 왼쪽에, 여자 조상을 오른쪽에 쓴다.

우선 제사나 차례를 모시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아버지는 상고할 고(考), 어머니는 죽은 어미 비(妣), 할아버지는 조고(祖考), 할머니는 조비(祖妣), 증조 이상에는 증(曾)자와 고(高)자를 앞에 붙인다.

관계 뒤에는 직위를 적는다. 조상이 만일 벼슬을 했다면 관계 뒤에 벼슬 이름을 쓰면 된다. 벼슬을 지내지 않았다면 남자 조상은 학생(學生), 여자 조상은 유인(孺人)이라 적는다. 학생은 아직 공직에 나가지 않았지만 과거 급제를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이, 즉 일반 남성을 일컬었다. 유인은 남편이 관직에 나가지 않은 부인이지만, 돌아가신 여성을 대우해 가장 낮은 벼슬 품계로 대접하는 것이다.


이어 벼슬 뒤에 이름을 적고 남자 조상은 부군(府君)이라 쓰고 여자 조상은 고인의 본관과 성씨를 적으면 된다. 자식이나 동생의 경우에는 이름을 적는다. 마지막으로 신위(神位)를 붙이면 지방이 완성된다. 예컨대 아버지를 기리는 제사나 차례의 경우에는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라고 쓰면 된다.

지방은 한자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한글로 지방을 적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자를 우리말로 옮겨 '현고학생부군신위'처럼 쓰는 것이다. 아니면 아예 '어머님 신위'·'아버님 신위' 등으로 간단하게 쓰기도 한다. 더 이상 과거 급제 등의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데다가, 관직 등이 중요한 신분제 사회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지방은 죽은 사람의 혼을 대신하는 것이므로 한 번 사용한 뒤 바로 소각하는 게 관례다.

◇"머리 아프다고요? 간소하게 치르세요"

이처럼 일반적으로 우리가 올리는 차례상은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이처럼 복잡하게 치르는 건 전통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간소하게 치르는 게 차례 문화의 원형과 가깝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설날과 추석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라 부르는데, 본래 차례(茶禮)는 말 그대로 '차를 올리는 예'라는 뜻으로 매우 간소한 예식"이라고 설명했다.
제례문화의 규범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의 제물. 주자가례에는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의 문구가 없다. 제물도 간장 종지를 포함해 19가지 뿐이다. 오늘날에는 기본 30가지가 넘는 제물이 차려진다.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뉴시스
실제 제례문화의 규범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에는 '정초, 동지, 초하루, 보름에는 하루 전에 청소와 재계를 한다. 이튿날 날이 새면 사당 문을 열고 신주를 모셔둔 감실의 발을 걷어 올린다. 신주마다 햇과일이 담긴 쟁반을 탁자 위에 차려둔다. 그리고 찻잔과 받침, 술잔과 받침을 둔다'고 써있다.

특히 주자가례는 정초와 보름 등에 지내는 차례는 제례가 아니라 예(禮)로 분류했다. 이런 연유로 설이나 추석에 치러지는 차례는 기제사와는 달리 밥과 국을 비롯한 제물을 차리지 않고 계절 과일을 담은 쟁반과 술 그리고 차만 올리면 된다.

또 주자가례에는 과일도 '과'(果)로만 써져 있다. '조율이시'(棗栗梨柿) 등과 같이 구체적인 과일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 것은 동쪽, 흰 것은 서쪽)나 '조율이시' 등의 진설법은 근거가 없는 셈이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전통시대 선조의 덕을 기리고 친족 간의 화합을 다지는 계기가 됐던 제사 문화가 오늘날 그 반대의 효과를 낳는 것은 전통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며 "제사 문화의 원형에서 조상의 뜻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2. 2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3. 3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