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자위대(?) 일본은 이미 '해군의 나라'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 2019.02.05 08:30

[the300][서동욱의 더(the) 밀리터리]초계기 갈등으로 본 일본 군사력

지난해 12월 말부터 한 달 넘게 계속된 '초계기' 갈등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우선 한일 양국의 해군력 격차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점도 확실하게 각인됐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일본 스스로가 해상자위대를 해군으로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가 해상자위대 P-1 초계기의 광개토대왕함 근접저공 비행사건과 관련해 공개한 동영상에서 일본 초계기는 스스로를 '일본 해군'으로 지칭했다.

태평양전쟁 패전 후 미국 주도의 연합국 군정체제에서 제정된 일본헌법은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도록 했다. 일본 자위대는 이러한 헌법적 제약 때문에 무력적 기능을 희석하는 용어를 사용한다.



군 당국이 지난달 24일 일본 해상초계기가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대조영함에 대해 60m 고도까지 근접위협비행한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을 공개했다. / 사진 = 뉴스1


◇일본, 이미 해군의 나라 = 해상자위대(Japan Maritime Self-Defense Force·JMSDF)가 아닌 Japan Navy(일본 해군)로 부른다는 것은 일본이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 군사력이 이미 자국 방위의 개념을 넘어선지 오래라고 말한다. 용어야 어떻든 이미 세계 3~4권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지난달 23일 발간한 '2018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일본의 국방비 지출(2017년 기준)은 454억 달러로 세계 8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392억 달러(세계 10위) 보다 59억 달러 많다.

글로벌 군사력 평가기관인 GFP에 따르면 일본은 이미 항공모함 보유국가다. 전투기가 아닌 헬기탑재 항모이긴 하지만 헬기 항모 4척과 이지스구축함 6척, 구축함 36척 등으로 4개의 호위대군을 구성하고 있다.

섬나라 일본은 역사적으로도 해군의 나라였다. 세계 전쟁자를 보면 일본은 19세기 후반 서구열강의 아시아 침략이 진행되면서 부국강병의 군비확장 노선을 채택했다.

러일전쟁 시작 무렵에는 군함 152척을 보유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건감함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1930년대 이미 항공모함 보유국 대열에 올랐는데 1941년 일본은 항모 10척을 보유하고 있었다.

◇육군 편중, 대한민국의 딜레마 = 문제는 한일 해군력의 차이가 앞으로도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말 확정한 중기방위력정비 계획’에 따르면 일본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27조엔(한화 약 267조원)을 쓰기로 했다.

이는 지난 2014~18년 중기방위 계획 때 정한 방위비 총액(24조6700억엔)보다 2조엔 이상 증액된 액수다. 연평균 방위비 증가율도 지난 중기방위 계획 땐 0.8%였으나 이번에는 1.1%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일본은 2023년까지 이지스 구축함을 6척에서 8척으로 늘린다. 여기에 헬기항모 4척 등으로 구성된 4개 호위대군(기동전단)을 이 기간에 완성할 계획이다. 1개 호위대군은 항모형 호위함 1척, 이지스함 2척, 구축함 5척으로 구성된다.


우리 해군도 군사력을 보강하고 있지만 일본에 견줄만한 수준은 못된다. 해군은 현재 3척인 이지스함을 2020년대 후반까지 추가로 3척을 더 건조할 계획이다.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760톤급)보다 작은 6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할 예정이지만 구축함 전력은 여전히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9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진수식을 가진 국내 최초 중형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 도산안창호함에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 6개가 설치되며, 사거리 500㎞ 이상인 현무2 탄도미사일이 탑재된다. / 사진 = 뉴스1


◇원자력 잠수함 도입 논의할 때 =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 해군력이 열세인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육군 위주의 군사비 지출 때문이다. 군 당국도 '3군 균형발전'에 동의하지만 육군 위주의 군사비 지출을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이 개발 중인 3000톤급 잠수함을 원자력 추진 방식으로 전환, 시간과 반경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함정 건조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본의 해상위협을 견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잠수함이 해군력 열세인 국가의 전략적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 해군 니미츠 제독은 "과거의 해전은 전함이 주도했고 현재는 항공모함이 주도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잠수함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일간 해군력에서 그마나 잠수함 전력차는 크지 않다. 한국은 10여척 일본이 20여척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 해군이 2015년 창설한 잠수함사령부는 1200톤급과 1800톤급 잠수함 10여 척을 운영하고 있다. 도산안창호함을 포함한 3000톤급 잠수함(배치-Ⅰ) 3척은 2023년까지 해군에 인도된다.

3600톤급 잠수함인 배치-Ⅱ 3척이 2028년까지 추가 인도되면 우리 해군 잠수함은 24척으로 늘어난다. 이 기간 일본 역시 잠수함 전력을 증강시키겠지만 우리 해군이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할 경우 일본과의 전략적 균형이 어느정도 유지될 수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원자력 잠수함은 핵 연료를 함정의 추진체계로 사용한다. 핵무기를 싣고 다니는 잠수함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라고 표현한다. 원자력 잠수함은 지금의 디젤 잠수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전투능력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속도와 잠항능력이다. 특히 수심 몇 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고 얼마나 오랜기간 수중에 머물 수 있는 능력인 잠항능력은 잠수함이 갖는 핵심 전투능력이다. 원자력 잠수함은 무제한의 잠항능력을 가지고 있다.

원자력 잠수함은 초계기에 노출되지도 읺는다. 디젤잠수함은 항상 축전지 충전을위해 주기적으로 물밖에 나와야 한다. 원자력잠수함은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전 세계에서 6개 국가만 운용하고 있다.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군사적 목적으로는 무기로든 연료로든 원자력의 사용을 금지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던가 아니면 이에 대한 미국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해군 제독 출신의 한 인사는 "핵연료를 오로지 함정의 추진체계로 사용하고 핵무기 개발계획이 전혀 없음을 국제사회에 선포한 뒤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독자개발을 고수할 게 아니라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한 나라들과 공동개발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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