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난색하던 '구조적 이슈', '이행 체계 마련'에 전향적 접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단을 만나, "미중이 역대 최대의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면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공식 성명에서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 △중국 내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의 관세·비관세 장벽 △중국의 산업정보 사이버 절도 △보조금과 국영기업을 포함한 시장 교란(왜곡)을 일으키는 불공정 사례 △미국 공산품·서비스·농산물의 중국 진입을 제한하는 시장 장벽과 관세의 제거 △미중 무역거래에서 통화의 역할 등 7가지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양방향 (합의) 이행 문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해 중국이 합의를 이행하도록 하고 점검하는 이행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나온 중국 정부측 반응도 전향적이다. 신화통신은 양측이 지적재산권 보호와 기술 이전 문제, 공정한 경쟁을 위한 시장 환경 조정, 무역 균형화 발전 촉진 조치,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등을 적극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또 약속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메커니즘의 필요성과 골격, 기본 요소에 원칙적인 공감대를 이뤘다고도 했다. 중국이 논의하기 꺼려했던 이슈들이 사실상 망라된 것으로, 합의를 했더라도 불리한 내용은 잘 공개하지 않는 중국의 특성상 협상 타결 의지를 보여주는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다.
◇"아직 할일 많다"…세부 합의 과정서 진통 불가피=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미중간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 이행 및 점검 매커니즘 마련 등 크게 세 가지다. 구조적인 이슈에는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강제 기술 이전 금지, 외국기업의 시장접근 개선, 국가 보조금 등 중국의 불공정한 산업 기술 육성 정책 조정 등이 포함된다. 이중 무역수지 불균형에 대해선 중국이 적극적으로 해법을 제시해 왔지만 구조적인 이슈와 이행 메커니즘 마련에는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이번 협상을 통해 난제로 분류됐던 이들 문제가 적극 거론되면서 무역협상 타결에 한걸음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국가 중심의 경제 성장 모델이나 첨단 기술 육성 등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 기술 정책에 대해선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미국측 협상 단장을 맡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 대표가 이날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합의하려면 아직 일이 많이 남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국은 중국 춘절 연휴(2월4~10일) 기간 중 짧은 휴식기를 거쳐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베이징을 방문해 추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고, 합의 단계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만날 예정이다.
◇협상 타결돼도 미중간 대결은 계속= 양측의 타협 의지가 다시 확인된 점은 긍정적이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2월말쯤 중국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하이난에서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휴전 만료일인 3월1일 이전에 협상을 매듭짓자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도 구체적인 합의가 미진함에도 현재로선 합의 시한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며 시한 내 타결을 낙관하고 있다.
양측의 합의 의지로 볼 때 현재로선 두세 가지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우선 양측이 구조적인 이슈와 이행 점검 메커니즘을 포함한 전체 쟁점에 대해 현실적인 수준의 타협을 보고 협상을 끝내는 것이다. 미중 양국의 1순위 목표다. 이 경우에는 합의문에 담길 내용에 따라 양측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다음은 휴전 시한을 연장하고 협상을 이어가는 방안이다. 이 경우는 합의한 부분을 우선 발표하고 추가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과 중간 발표 없이 협상 시한만 늘리는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빅딜이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합의가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결론이 나건 이번 협상으로 미중간 충돌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두 국가,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 전쟁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인 박한진 코트라 중국지역 본부장은 "미국은 중국의 미래 경쟁력을 조기에 진압하기 위해 구조적인 변화를 끌어내려고 하고 중국은 이를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중 관계는 싸우다 춤추다를 반복하는 '박싱 앤 댄싱(boxing and dancing)' 흐름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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