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도 떨어지는데…” 광주·대전·대구 아파트값은 왜 오르나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19.02.02 10:14

9·13 대책 이후에도 가격 상승세…광주 남구, 대전 서구, 대구 수성구 등 지난해 급등지역 키맞추기 현상

지난해 11월 대전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 청약예정자들이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대출과 청약 규제를 강화한 9·13 대책 여파로 지난해 말부터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광주와 대전, 대구 등 지방 광역시는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13 대책 이후 지난달 24일까지 지방 광역시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광주로 2.8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대전(1.67%), 대구(0.79%), 인천(0.16%) 순으로 상승률이 높다.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지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울산(-2.88%)과 부산(-1.10%)은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졌다.

보통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떨어지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가격하락 압력이 높아지는 점에서 최근 광주, 대전, 대구 지역 아파트값 흐름은 이례적이다.

이런 현상은 지역 내 집값 ‘키맞추기’ 현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지난해 광주 남구 봉선동, 대전 서구 둔산동,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일대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는데 최근 인근 지역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며 “전반적인 시장 흐름을 볼 때 상승세는 오래가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권에서 촉발된 아파트값 오름세가 강북권과 외곽지역으로 확산된 것과 비슷한 흐름이라는 얘기다. 광주, 대전, 대구 일대 집값 상승세를 주도한 주요 단지도 최근 들어 흐름이 바뀌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지난해 1월 4억원대에서 9월경 8억5000만원까지 시세가 뛴 광주 남구 봉선동 ‘제일풍경채엘리트파크’ 전용 84㎡는 올해 1월 11층 매물이 7억8000만원에 거래돼 고점대비 가격이 7000만원 떨어졌다.

반면 광주 서구, 동구 일대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지속돼 고점을 깬 단지가 있다. 서구 금호동 쌍용예가 전용 153㎡ 가격은 지난해 6월 7억원에서 올해 1월 8억3000만원으로 올라 신고가를 기록했다.

대구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수성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9~10월 고점을 찍은 뒤 조금 꺾였지만 최근 신축 아파트 분양이 많은 중구와 남구 일대 아파트값이 오름세다. 대전은 9·13 대책 이후 서구(2.37%)보다 유성구(3.14%)의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고, 동구(-0.35%)는 가격이 떨어지는 등 지역별로 온도차가 있다.

한동안 재개발·재건축 공급이 적어 지역 내 신축 아파트 수요가 많은 것도 가격 상승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국에서 1순위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은 단지는 대구 이편한세상 남산(346.51대 1)이었고, 상위 10개 단지 중 8개 단지가 대구와 대전 지역에 몰렸다. 광주 지역에서 분양된 단지도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에 육박했다.

서울이나 수도권과 달리 부동산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가격 흐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구(수성구 제외), 대전, 광주는 비규제지역이면서 신규 입주 물량이 부족한 지역이 많고,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짧아 투자 수요도 상당히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해당 지자체와 경찰은 지난해말부터 지역 내 아파트 불법투기 단속에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광주 광산구 등 최근 집값 오름세가 계속되는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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