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법(法)과 규(規)

머니투데이 오동희 사회부장 | 2019.02.01 05:00
요즘처럼 사법부에 대한 논란이 심했던 적도 없을 듯하다. '사법농단'이라는 말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중심을 지켜야 할 천칭이 좌우로 흔들리다 보니 그 어느 쪽도, 저울을 잡은 사람을 신뢰하지 않게 되는 사회가 된 듯하다.

'법이 어때야 하는가'를 얘기할 때 흔히 인용되는 것이 법규(法規)라는 한자어에 대한 해석이다. 두 글자를 '법'과 '규'로 나눠도 둘 다 법을 얘기하는 말이다.

법(法)은 물 수(水)변에 갈 거(去)를 합친 것이다. 이는 법이란 물 흐르듯 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이 가진 상징성은 공평함이다. 물은 어느 쪽이 높고, 어느 쪽이 낮도록 두지 않는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결국은 수평을 이루도록 한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흐름을 거스르지 않을뿐더러 어디로 가는지 그 방향이 예측 가능하다. 다양한 그릇에 담겨 그 모양이 달라 보이거나 다른 용액들과 섞여 그 색깔이 달리 보일 수 있어도 그 본질은 항상 유지한다.

그 물이 흘러가는 궁극적 지향점이 바다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인지력만 있으면 알게 된다. 법은 공평하고, 어렵지 않아야 하며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좌우가 바뀌었다고 법의 해석이 바뀌면 그건 그때부터 법이 아닐 수 있다.

법의 또 다른 해석은 '갈 거(去)'자를 달리 해석해 제거한다는 의미로 쓰일 때다. 이때는 정의롭지 못한 것을 제거하는 의미를 법이 담고 있다. 법은 세상을 공평하게 하고, 바르지 못한 것을 제거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르지 못한 것을 제거하지 못하고, 옳은 것을 제거하면 그건 그때부터 법이 아니다.

법을 뜻하는 또 다른 한자인 '규'(規)자를 들여다보자. 규는 훌륭한 사람을 뜻하는 부(夫)자와 사물을 바르게 본다는 견(見)자를 합친 말이다. 훌륭한 사람이 사물을 바르게 보는 것이 법규다.

또 다른 의미로는 원을 뜻하기도 한다. 중심에서 어느 한쪽도 치우쳐 멀거나 가깝지 않고 공평하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원을 그리는 콤파스를 규라는 한자로 표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법은 낮은 곳을 바라보며 특별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의 민심을 반영해 큰 대세를 거스러지 않으면서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흔들림 없이 바르게 봐야 한다. 그리고 그 가는 방향성은 물이 바다로 가듯, '정의'와 '공명정대'라는 바다에 이르게 돼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법농단과 관련해 여러 법조인들을 만나고 보니 한결 같은 반응은 '일단 반성'이다. 3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가 행정부와 입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보다는 그 아래에 엎드리거나 그들의 힘을 등에 업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 했다는 데 대한 반성이다.

비교적 보수 성향의 전 헌법재판관 출신 법조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판사가 신이 아닌 이상 재판에서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자신이 내리는 판결이 정의롭다는 것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느냐?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이 가진 원칙이 무엇이 있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성향을 떠나서 재판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제가 내리는 판결이 이 재판에 참여한 참여자들(원고, 피고 등) 중 가장 약한 사람의 삶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느냐 아니냐를 봅니다. 그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방향의 판결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 방향으로 판결했습니다. 그러니 크게 실수하는 법은 없었습니다."

법이 신뢰를 잃은 요즘 시대에 새겨들을 얘기다.
오동희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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