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드는 걸 좋아했습니다. 구두닦이 나무통을 만들어 아버지 구두를 닦아드리고 10원씩 받았죠. 그때 어머니가 빨아서 널어놓은 스타킹을 몰래 가져와 구두닦이 천으로 썼다가 엄청 혼나기도 했죠. 스타킹이 잘 닦이거든요.(웃음)”
회사나 제품 얘기 말고는 딱히 할 말이 없다며 곤란한 표정을 짓던 차기철 인바디 대표(61·사진)는 취미 이야기가 나오자 금세 눈을 반짝이며 이같이 말했다. 인바디는 보통명사로 쓰일 만큼 체성분 분석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가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다. 세계 1위 기업으로 9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연평균 27%의 초고속성장을 이어간다. 해외 6개국에 현지법인도 두고 있다. 2017년 기준 인바디의 매출액은 933억원, 영업이익은 249억원이다.
때문에 사업 외에는 한눈팔 겨를이 없는 게 현실이지만 어려서부터 공부보다 만드는 걸 좋아한 그는 제품 개발 외에도 틈만 나면 개인적으로 꾸준히 만드는 게 있다. 연못이다. “어렸을 때 옆집 중학생 형이 지하수 펌프 주변에 시멘트로 어항처럼 만들어 송사리 열댓 마리를 넣어놨는데 떼 지어 노는 걸 보고 너무 갖고 싶더라고요. 연못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그때부터였던 것같습니다.”
차 대표는 깊고 맑은 물만 보면 가슴이 뛴다고 한다. 자신만의 연못 만들기에 푹 빠진 이유다. “아버지를 따라 휴전선 근처로 낚시를 갔는데 한탄강 건너 갈대밭을 헤치고 들어간 인적 드문 곳에 상당히 깊고 좁은 시냇물이 흘렀어요. 5m 정도로 깊었지만 너무 맑아서 바닥에 있는 지렁이까지 다 보이더라고요. 그 이후로 맑은 물만 보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나만의 연못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차 대표의 마음에 쏙 드는 연못은 없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본 맑고 깨끗한 물을 볼 수 없어서다. “제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 10개 중 하나가 깊고 맑은 연못 만들기예요. 포클레인도 1대 샀습니다. 제가 직접 모두 만들어보려고요. 기존 연못부터 조만간 제가 원하는 형태로 개조할 겁니다.”
차 대표는 인체의 물, 즉 체수분에도 관심이 많다. 인체의 약 60%를 구성하는 체수분은 영양결핍, 신장질환, 심장질환, 뇌부종, 대사장애 등 각종 질환과 연결돼 있다. 체수분 측정으로 이들 질환의 진행 정도를 검사할 수도 있으나 현재까지 체수분을 정확히 진단하는 방법은 없다.
차 대표는 “복수(腹水) 등 체수분을 정확하고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계(인바디 제품)를 만들어보는 게 또다른 꿈”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연구·개발해 의료분야에서 널리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