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노조는 제일지부다. 제일지부는 1987년 설립돼 올해로 32년째다. 거의 모든 직원들이 제일지부 소속이었다가 지난 2017년 참노조가 설립된 이후 다수 직원들이 이탈했다. 현재 두 노조 소속 조합원은 각각 190여명, 170여명 정도다.
참노조는 제일지부가 병원 경영을 사사건건 걸고 넘어져 회생 가능성을 꺾었다고 비난한다. 대표적 사례가 병원 내 건강검진센터를 신세계가 인수하려던 계획을 무산시켜버린 일이다.
참노조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해 7월 재단 요청으로 건강검진센터를 1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제일병원 경영이 정상화되면 되사는 조건이 딸렸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제일지부는 소공로 신세계 본점을 찾아가 인수 계획을 철회하라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신세계 경영 참여가 아닌 데다 너무 싸게 넘긴다는 게 이유였다. 신세계는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강춘호 참노조 위원장은 "3개월째 직원들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세계 등장은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며 "그런데 저쪽(제일지부)에서 무산시켜버렸다"고 말했다.
참노조가 제일지부를 불신하는 이유는 또 있다. 법정관리 돌입을 앞두고 이영필 제일지부장이 스스로 법정관리인이 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동의하지 않아 좌절됐지만 참노조는 제일지부의 본색이 드러났다고 맹비난한다.
강 위원장은 "법정관리인은 경영 최상부를 말하는데 결국 노조위원장이 이사장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제일지부가 끌어들인 인수참여자가 행정부원장 자리를 달라고 했는데 그 자리를 달라고 한 저의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제일지부는 참노조를 '어용'이라고 표현한다. 참노조가 이재곤 이사장을 싸고 돈다는 것이다. 법정관리로 가지 않고 인수자에게 경영권을 넘겨야 이 이사장이 물러나는 데 참노조가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수작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이 이사장 체제가 유지되고 결국 이 이사장 좋은 일만 시킨다는 주장이다.
법정관리인이 되려고 한 시도 역시 이 이사장이 관리인이 되는 걸 막기 위한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이를 비난하는 참노조야말로 이 이사장을 비호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영필 제일지부장은 "외부인보다는 병원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관리인이 돼야 한다"며 "이재곤 이사장을 비롯한 현 이사진, 경영진은 절대 관리인을 해선 안되기 때문에 직원 대표인 노조위원장이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노갈등은 직원들 목소리를 분산시키고 경영상 중요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법정관리 중 매각을 병행하는 제일병원 특성상 직원들의 사분오열이 인수후보자의 인수 의지를 꺾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병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업무 특수성 때문에 노조 협조 없이는 제대로 된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복수노조가 서로를 향해 반대 목소리를 내면 인수 작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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