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시 2조 시민펀드 결국 무산…주택공급 ‘적신호’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19.01.30 05:30

1년째 검토만, 국내 리츠시장 규모 고려할 때 애초부터 무리한 목표라는 지적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말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주택공급혁신방안 및 세부공급계획'을 발표한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서울시가 임대주택 공급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시도한 2조원 규모의 ‘시민펀드’ 조성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해 초 발표된 24만가구 공급계획에서 처음 공개됐는데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모실적 없이 사업검토만 하고 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까지 2조원 규모로 조성하려던 시민펀드 계획이 검토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송호재 서울시 주택건축과장은 “지난해 초 정책발표 당시엔 금리기조로 봤을 때 펀드 조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시장 상황이 달라져 배당, 수익률 등 펀드구조를 어떻게 다시 만들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당초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함께 올해 초까지 5000억원 규모의 시민펀드를 조성, 서울리츠2호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이 펀드는 북아현1-3구역 등 시내 16개 지역 재개발사업으로 건설된 아파트 물량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매입한 뒤 자산관리회사(서울투자운용주식회사)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서울시가 최초 구상한 수익률은 3% 초반, 배당금 목표는 600억원 정도였다. 최근 출시된 국내외 부동산펀드 기대수익률이 6~7%대고 시중은행들의 12개월 정기예금 금리도 2%대로 올라 투자유인이 낮다.
 

서울시가 지난해초 24만가구 공급대책에서 발표한 시민펀드 조성 계획안. /사진제공=서울시
국내 리츠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서울시가 소액투자 중심인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애초 무리한 목표를 설정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시장에서 공모액이 조단위를 넘은 것은 올해 1분기 출시 예정인 홈플러스리츠(약 1조7000억원 예상)가 유일하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공공성, 안정성 등 펀드의 장점을 고려해도 3%대 수익률로는 공모액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공주택 24만가구 공급에 필요한 예산은 5년간 총 5조3074억원이며 시민펀드는 이와 별개로 조성되기 때문에 전체 공급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송 과장은 “서민펀드를 공식 중단하거나 사업 자체를 접은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취재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시 내부에선 2조원대 시민펀드 조성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앞서 “시민펀드 투자 재원으로 공적임대주택 사업을 시행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으로 시민을 위한 주택사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며 동시에 예산절감 효과도 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시민펀드 중단·축소 등이 주택공급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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