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통화?…한국은행 "시기상조"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 2019.01.29 12:55

한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보고서 발간…"사회·경제적 비용 만만찮아"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29일 가까운 장래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많은 업체가 소액지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ATM(자동인출기)·인터넷뱅크 보급도 잘 돼 있어 시급성이 낮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현재로서는 중앙은행이 대량의 소액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우려가 크고 제도변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은 소액지급분야에서 금융포용 정도가 높다"며 "몇걸음만 가도 ATM이 있고 인터넷뱅킹 보급이 잘 돼 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CBDC를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스웨덴에서는 비자와 마스타가 소액결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한국은 독점화될 가능성도 낮다"고 평가했다.

CBDC란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화폐를 말한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유사하나 결제시스템을 한은 등 중앙은행이 담당하게 된다. 운영방식에 따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유사한 분산원장방식과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내역을 관리하는 단일원장방식으로 나뉜다.

CBDC는 전자적 형태로 발행돼 거래의 익명성을 제한할 수 있다. 정책목적에 따라 이자지급과 보유한도·이용시간 제한도 가능하다.

한은은 CBDC가 발행되면 은행간 청산·결제와 관련된 신용리스크가 사라진다고 밝혔다. 반면 송금과 상거래 지급, 현금 인출 등 은행이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를 중앙은행이 맡게 돼 운영리스크 발생 경로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제 시스템이 중앙은행으로 집중되며 사고 발생시 리스크가 커진다는 얘기다. 현재는 한 은행의 결제시스템이 정전, 천재지변 등의 사고로 마비되더라도 다른 은행을 이용해 거래가 가능하다.

또 한은은 CBDC가 발행되면 직불형 카드 이용규모가 축소될 것이라 예측했다. 신용카드는 외상구매 특성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신용경로를 통한 파급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 예금 감소가 대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통화창출효과가 약화되기 때문이다. 또 CBDC 공급량 조절을 통해 민간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므로 새로운 정책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CBDC에 이자를 지급하는 경우에는 은행 여수신금리 하한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기준금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CBDC에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는 경우에는 현금보유를 통제해 내수진작 효과가 있다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CBDC 금리가 은행금리보다 높다면 은행은 CBDC 보다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예금 감소로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이 약화된다는 의미다. 은행이 예금이 아닌 채권 등 시장성 수신을 높이면 시스템리스크도 높아질 수 있다.

외환부문에서는 새로운 관리·감독 체계가 필요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거래 당사자간 직접 이전이 가능해 관리·통제에 어려움을 줄 수 있어서다. 금융불안시기에는 달러·유로화 등 국제통화로의 전환이 쉬워 국내 자본시장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한은은 CBDC 도입이 금융포용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과 기업에 조건없이 계좌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현재 신용불량자 등 일부 계층은 계좌를 개설하지 못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거래기록 추적이 용이해 불법자금과 지하경제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CBDC가 발행되더라도 현금수요가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라 내다봤다. 현금에는 익명성과 거래관행 유지란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현금수요가 감소할 경우 화폐제조·유통비용이 감소할 것이라 설명했다. 또 한은은 CBDC가 발행되면 ATM·정사기기 제조 산업에 변화를 줄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을 끝으로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태스크포스(TF)' 를 해체한다. 앞으로는 개별 부서에서 관련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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