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750kg에 1.7만원?' 양파의 습격에 인도 정권교체되나

머니투데이 김수현 인턴기자 | 2019.01.28 17:13

양파 가격 세 달만에 20분의 1수준으로 토막…농산물 가격 조정에 실패한 모디, 재집권에 빨간 불

편집자주 | 문제는 경제(It`s Economy)요, 정확히는 홀쭉해진 국민들의 지갑이었다. 물가가 한주 만에 몇만%씩 오른다는 남미의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현재 자칭 대통령이 두명일 정도로 폭풍 전야다. 프랑스의 에펠탑, 루브르도 한때 폐쇄시킨 노란조끼 시위도 유류세 인상 방침이 발단이었다. 성장률 둔화가 목전인 중국은 고기값 급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치솟는다. 얇아진 지갑으로부터의 혁명과 위기, 그 이면을 들춰봤다.

인도 남부 첸나이의 도매시장에서 한 남성이 양파를 나르고 있다. 지난해 여름 양파가 시장에 대거 풀리면서 인도 양파 가격은 폭락했다. /AFPBBNews=뉴스1


인도 양파 가격이 폭락하면서 인도 농촌 표심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집권여당인 인도국민당(BJP)에 등을 돌리고 있다. 양파가격 동향이 인도 내 최대의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오는 4~5월 총선은 '양파 선거(onion election)'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도 최대 양파 도매처인 라살가온 시장에서의 양파 시세는 kg당 1루피(약 16원)까지 폭락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kg당 21.5루피(약 346원)와 비교해 2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여름 풍작이었던 양파가 다 팔리기도 전에 가을철 재배된 양파가 대거 풀리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아진 탓이다.

최근 양파값 폭락으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인도 농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일부 농민들은 전국 곳곳에서 고속도로를 막아서고 양파를 길에 쏟아붓는 등 집단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인도 내 양파 최대 산지인 마하라슈트라 주의 한 농부는 양파 750kg을 판매해 번 1064루피(약 1만7100원)을 총리실의 재난구호기금에 보냈다. 총리를 지지하는 의미의 기부가 아니라 양파 가격이 폭락한 데 대한 항의의 뜻이었다.

인도 농촌은 대부분 양파를 재배한다. 인도의 양파 생산량은 전 세계의 20%로, 중국에 이어 2위다. 그만큼 소비도 많다. 양파는 카레나 비리야니(볶음밥) 등 인도인들의 주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식재료로, 13억 인구의 연간 양파 소비량은 1500만t에 이른다. 때문에 양파의 가격이 조금만 변동돼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러다 보니 도시 소비자나 농민 모두 양파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양파 가격은 인도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다. 1980년 총선에서는 집권여당이던 BJP가 양파 가격 폭등으로 야당인 인도국민회의당(INC)에 패했다. 1998년 델리주 의회선거에서 BJP가 INC에 진 것도 양파 가격 폭등이 이유였다. 이번에는 반대로 양파 가격이 폭락하면서 모디 총리와 BJP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7일 실시된 마디아프라데시, 차티스가르, 라자스탄, 텔랑가나, 미조람 등 5개 주 의회선거에서 BJP가 모두 패했기 때문이다. 이 중 마디아프라데시, 차티스가르, 라자스탄 등 3개 주는 BJP의 텃밭임에도 농민들이 몰표를 던지는 바람에 INC가 승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자 가격도 86% 넘게 폭락해 정부와 집권당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감자 시세는 1t당 2500루피(약 3만9800원)로 인도 역사상 최저가를 기록중이다. 감자 최대 생산지인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 주는 2014년 모디 총리의 대선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 곳의 한 농부는 "감자 가격이 사상 최저로 떨어지면서 엄청난 부채를 지게 되었다"며 "만약 우리 주에 더 많은 냉동 저장 시설과 식품 가공 공장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농산물 가격조정에 실패하면서 모디 총리의 재집권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디 총리는 양파 농가에 대한 수출 장려금을 두배로 늘리고 10%의 세금감면 방안을 내놨다. 또 연간 7000억루피(약 11조1000억원)의 현금을 부채 등에 시달리는 저소득 농가에 지원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음달 1일에는 무이자대출, 관개수로 등 인프라 개선 등 연방 정부 차원의 농가 복지 개선 프로젝트가 담긴 올해 예산안이 발표된다. 그러나 친농업 정책 도입 및 직접적인 부채탕감 등을 거세게 요구하는 인도 농가의 민심이 쉽게 진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농민들에게 표심을 잃는 것은 모디 총리가 차기 선거에서 패하거나 BJP가 어쩔 수 없이 연합 정부를 구성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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