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지분 추가 인수" 예상 뒤엎는 윤석금 회장의 승부수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19.01.30 10:26

'하이리스크' 평가에도 3000억 확보 지분 5% 추가 인수…"지배력 키워 경영안정 도모"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웅진그룹이 무리한 인수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웅진씽크빅을 앞세워 코웨이 지분 5%를 추가 매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코웨이 인수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의 예측을 뒤집는 윤석금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이 인수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해석이다.

30일 웅진그룹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MBK파트너스(이하 MBK) 보유지분 22% 외에도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여 코웨이 지분율을 27%까지 높이기로 했다.

공동 인수자인 사모펀드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와 금융 주선사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이 5% 추가인수를 돕는다. 이렇게 되면 웅진은 4000억원, 스틱은 5000억원, 한투는 1조1000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우려 뒤집는 웅진의 코웨이 인수방식=무리한 확장경영으로 공중분해됐던 웅진그룹이 알짜회사인 코웨이를 되찾아오는 과정은 고비의 연속이었다. 자금조달을 우려해온 재계와 IB업계의 시선과 달리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기관차같은 모습이다.

2018년 1월은 웅진이 코웨이를 되찾기 위한 출발선이었다. 2012년 MBK 매각 당시 5년간 정수기사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競業禁止) 조항이 소멸된 시점이다. 웅진은 자체 정수기 사업과 코웨이 인수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정수기 사업 재개를 선언했다.

첫 번째 고비는 MBK의 입장이었다. 당시 MBK는 웅진을 매각당사자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2012년 매각협상 당시 잦은 말바꿈과 갑작스런 법정관리 신청으로 협상이 깨질뻔한 기억이 있었다. 법원의 중재에 따라 가까스로 첫 단추가 끼워졌다.

프리미엄 포함 2조원 가량의 인수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는 큰 문제였다. 시장은 웅진에 투자할 FI(재무적투자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해 8월 웅진은 스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본격화했다.

스틱과의 컨소 구성에도 시장의 우려는 계속됐다.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책임져야 하는 인수금융 주선사의 부재가 컸다. 9월 한투가 자금조달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여전히 시장은 비관적이었다. 한투의 투자심사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하지만 투심위는 11월 웅진의 코웨이 인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1조1000억원의 대규모 물량을 떠안은 한투가 부담을 덜기 위해 진행한 셀다운(기관 재매각) 방식은 '쉽지 않다'는 전망에도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코웨이와 웅진에 대한 역량을 믿은 파트너들로부터 인수자금 1조6800억원보다 많은 2조원이 조달되고 있다"며 "저평가된 코웨이의 지분을 장내매수하고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등 주주친화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웅진은 코웨이 경영권 지분을 높이고 배당을 늘려 코웨이 운영과 현금흐름에 대한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샐러리맨 신화 윤석금, 재기 신화도 쓸까=웅진의 코웨이 인수과정을 보면 자신만의 계획표대로 움직인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뒤엎는 결정을 내놓는다. 극동건설 부도 전까지 재계순위 30위권을 유지했다 뿔뿔이 흩어졌던 웅진그룹이 명성을 회복하려면 코웨이가 그룹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웅진의 코웨이 인수과정은 윤석금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코웨이 재인수를 지휘하고 있는 윤석금 회장은 '역발상 마케팅'의 승부사로 불려왔다.

1980년대 과외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사교육 시장에 한파가 불었지만 그는 테이프 학습교재로 큰 돈을 벌었고, 1990년대 말 정수기 사업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자 렌탈사업으로 태세전환해 위기를 돌파했다. 외국기업과 대기업 진출로 포화시장이 된 음료시장에선 아침햇살, 초록매실 등 전통음료로 시장에 안착했다.

웅진은 코웨이 인수가 마무리되는 대로 웅진렌탈과의 합병을 추진한다. 코웨이의 해외시장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00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2006년 윤 회장의 지시로 법인이 만들어진 곳이다.

윤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월 웅진렌탈과 코웨이를 합병해 웅진코웨이를 출범시키겠다"며 합병 이후에는 "해외에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베스트 클릭

  1. 1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2. 2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불바다 된 LA, 한국인들은 총을 들었다…흑인의 분노, 왜 한인 향했나[뉴스속오늘]
  5. 5 계단 오를 때 '헉헉' 체력 줄었나 했더니…"돌연사 원인" 이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