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55세 '명퇴', 53세 '희망퇴직'…"50세부터 퇴직 준비"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9.01.27 08:00

[행동재무학]<250>50대 퇴직이 자연스러워진 시대, 계획된 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

편집자주 |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연말연초 은행권은 희망퇴직 소식으로 어수선합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5대 주요 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희망퇴직자가 2000명에 달할 거라는 보도도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한 증권·보험업계를 포함하면 희망퇴직자는 수백명 더 늘어납니다.

사실 은행권의 명예퇴직은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연례행사처럼 진행돼 오면서 이젠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안됩니다. 예컨대 2008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KB국민은행은 2015년부터 매년 말 정례적으로 임금피크 대상자에 대한 명예퇴직을 실시해 왔습니다. 게다가 일부 은행은 부·점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매년 희망퇴직도 진행하고 있고요.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는 5대 주요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이 2005년으로 가장 빨랐습니다. 신한,NH농협은행은 이보다 10년 뒤인 2016년으로 가장 늦었습니다.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은 5대 주요 은행을 기준으로 만 55세(KB국민,신한,KEB하나은행)가 가장 많고, 우리은행(만 56세)과 NH농협은행(만 57세)은 1~2년 늦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을 만 56세로 1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만 55세에 임금피크제에 진입하는 은행의 경우 올해 1964년생이 그 대상자가 됩니다.

은행권에서 임금피크제를 처음 도입할 당시엔 대부분 직원들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선택하고 회사를 계속 다녔습니다. 그러나 점점 명예퇴직을 선택하는 직원들이 늘어났고 지금은 평균적으로 대상자들의 절반 이상이 명예퇴직을 선택하는 실정입니다. 예컨대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임금피크제 대상자 500여명 중 400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습니다. 심지어 한 때 임금피크제에 들어서는 연령 이후에 남아있는 직원이 전무한 곳도 있었습니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선택하면 정년 60세까지 받을 수 있는 급여는 직전 임금의 절반 수준인데, 은행이 이와 맞먹는 퇴직금을 지급하면서 대상자들이 명예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KEB하나은행은 임금피크제 적용 선택 시 5년간 약 31개월 임금(직전 임금의 260%)을 지급합니다. 임금피크제가 없다면 60개월 급여(500%)를 지급하겠죠. 연도별 임금지급액도 정년이 가까워질수록 줄어듭니다.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만 55세에 전년도 임금의 70%를 지급하고 매년 10~20%포인트씩 지급률이 낮아집니다.

반면 명예퇴직을 선택하면 이와 맞먹는 특별퇴직금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기타 지원금까지 지급받습니다. 예컨대 KEB하나은행은 올해 최대 36개월 급여의 특별퇴직금에 자녀학자금, 의료비 및 재취업·전직 지원금 등을 추가로 제공합니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선택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지요.

이렇다 보니 이제는 ‘올해 희망퇴직을 몇 명 하느냐’가 아니라 ‘올해 특별퇴직금을 얼마 주느냐’에 관심이 더 쏠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초에 희망퇴직을 진행한 은행 모두 지난해보다 좋아진 특별퇴직 조건을 제시하며 희망퇴직을 적극 유도했습니다. 예컨대 올해 초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특별퇴직금 최대 31개월 급여보다 훨씬 개선된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 외에 장기근속자와 팀장급, 부·점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희망퇴직도 비슷한 조건이 제시됩니다. 예컨대 KB국민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만 53세 이상(66년생) 부·점장급 직원과 만 54세 이상(65년생) 팀장급 직원에게도 임금피크제 대상자와 동일한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같은 금전적인 인센티브 외에 심리적인 요인도 명예퇴직을 유도하는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선택한 뒤 남아서 받게 되는 회사 내부의 ‘눈치’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임금피크제에 들어서면 일단 면부·점장, 면팀장 등 면보직 발령을 내기도 합니다. 예컨대 KB국민은행은 초창기에 대부분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선택했지만 2015년부터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대상자들의 업무를 바꾸면서 절반이상이 명예퇴직을 선택하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또한 길어진 노후를 일찍 대비하겠다는 개인적인 선택도 희망퇴직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배경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임금피크제가 이미 정착되면서 50대 초반부터 계획된 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과거 희망퇴직이 갑작스럽게 강요된 것이었다면 요즘 은행권의 명예퇴직은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는 예견된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필자의 가까운 지인 가운데 28년간 은행을 다닌 사람도 올해 명예퇴직을 신청했습니다. 그는 나이 50세가 넘어가면서부터 명예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요즘은 50대 퇴직이 자연스러워졌어요. 이젠 나이 50세 넘으면 명퇴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갑작스런 퇴직이 아닌 계획된 퇴직을 준비하는 거죠.”

필자의 지인은 예전엔 50대 중반에 퇴직하면 ‘뭐 하고 살지?’하고 걱정이 앞섰지만, 3~4년 전부터 명퇴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면 그런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계획 없이 갑작스럽게 강요된 퇴직이 무서운 거지 잘 계획되고 준비된 퇴직은 오히려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과거에는 60세 정년퇴직이 대세라 은퇴자는 ‘60플러스’ 인생을 설계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50대 초중반이 퇴직이 늘면서 이제는 은퇴 설계를 ‘55플러스’나 ‘53플러스’로 앞당겨야할 판입니다.

한편 같은 은행권이라 해도 국책은행(IBK기업,KDB산업,수출입은행)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시중은행과 달리 특별퇴직금의 결정권을 기재부가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는 금융공기업 퇴직자에 대해 현재보다 더 많은 위로금을 지급하는 논의를 하고 있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에 들어선 시니어 직원 상당수가 희망퇴직을 원하고 있으나 현재 위로금이 너무 낮아 희망퇴직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최소한 임금피크제 적용 시 받는 임금 수준만큼은 위로금을 지급해야 희망퇴직을 선택할 유인이 되는데 그마저도 안되니 어쩔 수없이 회사에 남아있게 되는 겁니다.

실제로 2014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수출입은행이 퇴직자에게 지급한 퇴직금은 1인당 평균 5000만원으로 19개 시중은행 평균(1억5900만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경우엔 아예 명예퇴직 제도가 없습니다.

은퇴 후 아무 것도 안할 거라면 몰라도 인생 2막을 산다면 조금이라도 이른 나이에 시작하는 게 좋은데, 그런 점에서 50대 초중반에 계획되고 준비된 희망퇴직을 할 수 있는 시중은행 직원들은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인생 2막을 스타트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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