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위기의 제조업, '배(터리)·반(도체)' 심장 장착하고 뛰어야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9.01.27 18:05

[배터리 삼국지]②메모리반도체 넘보는 배터리 잡아 신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에서 주도권 확보는 한계에 직면한 한국 제조업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철강, 조선 등 기존 '달러박스'(수출로 달러를 빨아들이는 산업) 퇴조 속에 반도체 '원톱'이 이끄는 현재 산업구조는 반도체가 다운사이클(불황)을 만날 때마다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반도체와 견줄 만큼의 성장이 예견된 배터리를 잡으면 배터리-반도체의 안정적 '투톱' 체제 구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나친 배터리 쏠림 역시 금물이다. 친환경 에너지 기술의 백가쟁명 속에 세계 배터리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배터리 핵심 원재료 생산은 소수 국가가 쥐고 있어 우리가 기술 주도권이 있다 해도 수급 통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어깨 견주는 배터리=세계 배터리 시장 전망은 장밋빛이다. IHS마킷과 배터리 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2017년 330억달러(약 37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규모는 연평균 25% 성장해 2025년 1600억달러(약 182조원)로 불어날 전망이다.

2025년까지 1490억달러(약 169조원)로 성장할 전망인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배터리 시장의 비약적 약진이 예견된 까닭은 2020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관련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블룸버그뉴스 파이낸스 에너지(BNEF)에 따르면 현재 차량 판매에서 1%에 불과한 순수전기차 판매 비중이 2020년 3~6%로 늘고 2030년이면 30%에 육박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의 양대 축인 유럽과 중국의 환경 규제 관련 정책 강화가 전기차 수요 확대의 원동력이다.

배터리 성능 개선 및 원가 절감과 함께 가격도 떨어져 전기차 수요층 선택의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이 2020년 3만달러(약 3400만원) 이하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배터리 산업, '승자독식' 기대=폭발적 시장 성장 전망이 쏟아진 시점과 맞물려 한국 기업의 배터리 기술력과 생산규모가 글로벌 3파전의 한 축으로 이미 자리 잡은 것도 긍정적이다. 삼성, LG 등 전자기기 사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기업들이 2000년 무렵부터 전자기기용 소형 배터리에서부터 기술력을 쌓아올린 덕이다.

생산 영역에서도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는 일찌감치 글로벌 전초기를 마련해 뒀다.

최근 1조2000억 규모의 중국 공장 증설을 결정한 LG화학은 지난해에도 중국 2공장 신설에 2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중국 시안에 2공장 신설을 검토 중이다. 해당 공장 신설이 결정될 경우 1조원대 투자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도 한국 배터리 업계에 미개척 영역이던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기로 하는 등 공격적 투자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1조9000억원 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는데, 추후 시장여건에 따라 해당 공장 투자규모는 5조원까지 불어날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8월 중국 장쑤성 창저우에 8200억원을 투자해 신규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3월에는 8400억원이 투자되는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기도 했다.

한국이 아직 패스트팔로워인 인공지능(AI)·로봇 등 4차산업 관련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보다 배터리 승자독식 구도가 우리에게는 보다 빨리 닿을 수 있는 꿈인 이유가 여기 있다.

◇ 배터리 '올인'은 금물=다만,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장밋빛 전망에 취해 앞만 보고 달려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생물처럼 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 구도가 배터리 약진에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 한·중·일 삼파전 주도권 확보를 위한 공격적 투자가 자칫 대규모 비용으로만 청구될 수 있어서다.

전기차가 화석연료차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현재진행형이다. 배터리 전방 시장인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 전망의 근거는 친환경성인데, 전기차 구동을 위해 충전용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안상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으로 도로오염원(차량)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양은 감소하나 전력생산을 위해 배출되는 양은 오히려 증가한다"며 "결과적으로 전기차 보급으로 사회 전체적으로 배출되는 미세먼지 양은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핵심 원재료 생산이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장애물이다. 배터리 양극재 핵심 원재료인 코발트가 대표적이다. 콩고는 전 세계 코발트의 절반을 생산한다. 여기서 생산된 코발트 유통의 절반은 중국이 쥐고 있다. 이들의 원재료 가격 결정에 따라 배터리 산업의 수익성이 널뛸 수 있다.

A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선(先) 수주, 후(後) 투자가 배터리 생산 체제 구축의 원칙으로 전방산업 전기차 시장의 동향을 예의 주시한다"며 "원재료 유통 업체와의 합작사 설립 등으로 원재료 수급 문제에도 대응책을 찾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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