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망 '상저하고'도 불안…투자설비에 쏠린 눈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박소연 기자 | 2019.01.24 17:07

SK하이닉스 올 장비투자 40% 축소 계획, 초호황 국면 마무리 인정…1분기 실적 더 암울

"올해 반도체 장비 투자는 지난해보다 40%가량 줄일 계획입니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까지 어닝쇼크 수준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24일. 시장의 눈은 실적발표 직후 시작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SK하이닉스가 올해 투자를 어느 정도 계획하는지에 쏠렸다.

지난해까지 2년여 동안 유례없는 메모리반도체 초호황을 맞아 폭발적으로 투자 규모를 키워온 반도체업계의 올해 투자 계획을 보면 업황 전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장비투자 40% 축소…공격적 투자 끝났다 =오는 31일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에 앞서 이날 SK하이닉스가 내놓은 답변은 '장비 투자 40% 축소'였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전체 투자액 17조원 가운데 장비 투자 규모가 별도로 공개되진 않지만 결국 올해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설비투자 감소에 대한 보완투자나 공정전환 속도 조절로 당초 계획보다 투자를 더 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운용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지난해 10월 말 진행한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2019년 가격 하락세가 급격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호황을 자신했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업계 최전선에 선 제조사마저 올해 업황이 만만찮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D램 가격 1분기에 20% 추가하락…올해 반토막 날수도= 메모리반도체 양대 축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세는 지난해 말부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차 부사장은 "4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이 11%, 출하량은 2% 떨어졌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는 출하량이 10% 증가했지만 평균판매단가가 21% 하락했다.

올 한해 시장 대응을 두고 업계의 우려는 최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화수분이었던 서버용 D램 가격 전망에서도 드러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 1분기에만 서버용 D램 가격이 지난 분기보다 20% 하락할 것"이라며 "올해 전체로는 50%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 구글 등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들이 D램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서버 증설 경쟁을 멈추고 투자 효율화에 나서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올해 서버용 D램 출하량 증가율은 20% 중반대에 그칠 것으로 SK하이닉스는 예상했다. 지난해 제시했던 30%보다 예상치가 뚝 떨어졌다. 모바일 D램 출하량 증가율도 당초 예상치 20%보다 낮은 10% 후반대로 봤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판매 가격 하락이 각각 36%, 44%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역사적으로 가장 가파른 하락곡선을 보였던 2011년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경기 하반기 반등? 확신할 수 없어 = 시장 일각의 '상저하고' 전망에 대해서도 확신보다는 불안감이 큰 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상·하반기 시장 수요가 45대 55, 또는 40대 60 비율로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비율로 보면 하반기라고 해서 상황이 크게 나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문지혜 흥국증권 연구원은 "2019년은 반도체업종에 가혹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요가 언제 되살아날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비수기인 1분기 실적 전망은 좀더 암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평균 예상치는 각각 9조6661억원, 3조3758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10.5%, 23.8%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는 "이마저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양사 모두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실적 전망치를 하향하는 증권사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급격한 수요 위축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선두권을 확보한 국내 기업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시장 초호황을 타고 반도체 굴기(일어섬)에 나섰던 중국이 시장 전망 악화와 미중 무역갈등 등에 부딪혀 기존 투자 계획을 늦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선 기술격차를 더 벌릴 시간을 벌었다.

국내 업계는 불확실성이 큰 만큼 연간보다 분기별 계획을 수립해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고용량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늘어나는 추세"라며 "프리미엄 시장과 첨단기술 부문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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