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부가서비스, 변경하면 무조건 소비자 피해?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 2019.01.25 05:11

<1>-①카드업계, 생존 위해 부가서비스 축소 '필수'…서비스 변경 안 돼 오히려 소비자 피해 발생도

지난해 발표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원가보다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우대수수료 대상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연매출 500억원까지 수수료를 낮추도록 해 총 1조4000억원의 수수료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지속된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업이 이미 적자구조에 빠진 상황에서 대대적인 비용절감은 이제 카드사들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 됐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마케팅비용 축소, 그 중에서도 카드 상품에 기본 탑재된 부가서비스의 축소다.

카드사들의 마케팅비용 중 70% 이상이 부가서비스에 쓰이는 만큼 카드사들은 이 부분을 제대로 줄이지 못하면 구조조정 밖에는 답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카드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준마련에 소극적이다.

◇올해 키워드는 ‘생존’…금융 메우기 한계에 비용절감 ‘필수’=“당장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가 고민입니다.” 최근 만난 한 신용카드사 사장은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한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카드사들은 연초에 디지털 강화, 신사업 추진 등 다양한 사업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인 올해 사업 키워드는 비용절감을 통한 ‘생존’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비용절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유는 복합적인 규제 환경 때문이다. 2007년 발표된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 합리화 방안’ 이후 정부는 원가 이하인 우대수수료 적용대상을 확대하거나 적용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지난해까지 10차례 이상 수수료를 떨어뜨렸다. 지난해 내놓은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으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대상은 전체 가맹점의 96%로 늘었다.

카드사의 수익구조는 크게 신용판매(수수료 수익)과 금융(카드론·현금서비스)으로 나뉜다. 이중 신용판매 부분은 지속된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이미 이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신용판매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금융을 통해 메워야 하는 카드사들의 외형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전체 회원의 10%가 카드론, 현금서비스를 이용한다”며 “신용판매 적자를 덮으려 금융분야 수익을 늘리려면 자연히 회원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수수료가 또다시 내려가면서 신용판매 적자는 커지는 반면 금융 부분은 규제로 인해 확대에 제한이 걸려서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2017년부터 카드론·현금서비스의 증가율을 연간 7%로 제한했다.

이와 함께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금융상품 자체 금리도 떨어져 이자수익 감소를 피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를 24%로 낮춘데 이어 임기 내에 20%까지 인하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신용판매 적자를 더 이상 금융에서도 만회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카드사들이 비용절감에 더 목을 매는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관건은 마케팅비용을 줄여 악화된 신용판매 수익성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마케팅비용은 크게 부가서비스와 일회성 비용으로 구분되는데 이중 부가서비스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2017년 카드사들의 총 마케팅비용은 6조724억원이며 이중 73.8%인 4조4808억원이 부가서비스 비용으로 나갔다. 그런 만큼 부가서비스를 손대지 않으면 카드사로서는 제대로 된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기가 쉽지 않다.

◇소송 지니까 부가서비스 못 줄여?…사전고지 방안 이미 시행=그러나 현 시점에서 부가서비스 축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가서비스를 변경·축소하려면 카드상품의 약관을 바꿔야 하는데 이 약관을 심사하는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피해 발생 등을 이유로 카드사들의 요청을 전혀 승인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여신금융전문업법상 카드상품은 부가서비스를 출시 후 3년간 변경 없이 유지해야 하고 이 기간이 지난 후 변경 또는 축소를 신청할 수 있다. 카드사가 변경을 신청하는 경우는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해 예전 만큼의 혜택을 유지할 경우 적자가 불가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변경을 막고 있다 보니 카드사들은 결국 신규 발급과 갱신을 중단해 카드를 없애고 혜택을 줄인 카드를 새로 내놓는 식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존 카드회원은 불필요하게 카드를 바꾸거나 리뉴얼된 카드를 선택해야 돼 오히려 불편을 키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부가서비스 축소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 소송 문제를 든다. 과거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인 카드에 대한 소송이 대부분 카드사 패소로 결론 났다는 점을 들어 부가서비스 축소를 허용하면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LG카드(현 신한카드)의 트레블카드, 씨티은행의 아시아나클럽 마스타카드, 하나카드의 크로스마일SE카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카드는 핵심 서비스인 마일리지 혜택을 사전고지 없이 줄였다가 소비자들이 제기한 피해보상 소송에서 대부분 졌다.

하지만 금감원이 예로 들고 있는 소송건은 금감원 주도의 사전고지 보완책이 나오기 전이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감원은 2014년 소비자보호심의위원회를 통해 ‘신용카드 핵심설명서’ 도입 및 시행 방안을 내놨다. 카드상품에 대한 주요 내용을 제대로 설명, 확인하지 않아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핵심설명서에는 ‘상품을 새로 출시한 후 3년 이내에는 부가서비스를 줄이거나 없앨 수 없으며, 부가서비스를 줄이거나 없앨 경우에는 그 세부내용을 6개월 이전부터 매월 회원에게 알린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카드사는 2014년 6월부터 이같은 핵심설명서를 카드 가입고객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핵심설명서가 도입되면서 약관 중요내용을 설명하고 고객의 확인을 받았다는 증빙이 가능하다"며 "이전처럼 소송이 제기되도 카드사가 패소하게 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카드 상품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면서 핵심설명서를 충실히 제공했는지 여부도 함께 들여다 보고 있다.

◇부가서비스 못 바꿔서 피해 보는 경우도…효율적으로 혜택 줄 수 있어야=오히려 부가서비스를 변경하지 못해 일반 소비자가 혜택을 제대로 못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A카드사의 B상품의 경우 사용시 무조건 2%의 적립 혜택을 제공해 대표적인 ‘알짜카드’로 통했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흑자가 유지되는 효자 상품이었지만 일부 개인사업자 고객이 많게는 몇 억원 단위의 판매대금을 결제해 적립금을 받으면서 적자로 돌변했다.

이에 A카드사는 일반 고객들의 평균 이용액을 파악해 이들의 적립 혜택이 줄지 않는 수준에서 월 적립금 한도를 설정할 수 있도록 부가서비스 변경을 2017년 금감원에 신청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변경을 승인해주지 않았고 적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A카드사는 해당 카드의 신규 발급 및 갱신을 중단했다. A카드사 관계자는 “무리한 서비스 변경도 아닌데도 변경 승인을 받지 못해 결국 정상 고객들만 혜택을 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핵심적인 부가서비스를 줄인다는 게 아니라 잘 쓰이지 않는 부수적인 서비스를 줄여 혜택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이를 통해 줄인 비용 중 일부를 혜택 확대에 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대형 카드사 사장은 “기본 부가서비스 변경을 자유롭게 해준다면 사용이 많은 충성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게 가능하다”며 “더 효율적으로 서비스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데 규제 때문에 유연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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