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공상과학) 영화 ‘지오스톰’. 세계 인공위성 조작망 ‘더치보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이 기후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프로그램은 미사일처럼 작은 로켓들을 지구로 떨어뜨려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비구름대를 없애기도 한다.
지오스톰 속 미래는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인간은 날씨를 예측·대비하는 데서 나아가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다. 안개 제거, 우박 억제, 태풍 약화 기술 등이 알려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인공강우’다.
미세먼지가 연일 한반도들 뒤덮는 지금. 인공강우 기술을 활용하면 대기를 정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상 첫 서해 인공강우 실험을 앞두고 나오는 기대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는 현재 인공강우 기술로는 미세먼지 저감에 영향을 줄 정도로 유의미한 효과를 보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인공강우는 어떤 원리?= 인공강우의 원리는 이렇다. 구름에 강수 유발 물질을 살포해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수증기가 많은 구름에 요오드화은(AgI) 연소탄, 드라이아이스펠릿 등의 시딩물질(구름씨앗)을 뿌리면 구름 입자들이 서로 뭉치고 결국 물방울 입자가 커져 비를 생성하는 원리다
인공강우 기술은 당초 거대한 산불을 진압하거나 극심한 가뭄을 해갈하는 목적으로 연구·상용화됐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화창한 개막식을 위해 베이징 주변 구름을 선제적으로 강우로 바꿔 미세먼지를 걷어내는데 활용했다. 미국에서는 안개가 낀 농지에 인공강우 유도물질을 뿌려 농작물에 필요한 일조량을 확보하기도 했다.
인공강우의 경제적 이익 및 부가가치는 높은 편이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안동임하댐 상류유역(총면적 2945㎢)에 1년간 40회 인공강우를 실시해 회당 0.56㎜의 강수를 늘린다고 가정할 경우 수자원 확보 및 산불방지·가뭄피해 저감 등 경제적 이익 추정치가 약 569억5300만원에 달했다. 인공강우에 대한 비용 대비 편익률도 15.64로, 지출되는 예산에 비해 경제적 부가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세먼지 ‘특효약’ 되려면=인공강우가 미세먼지문제 해결의 기술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현재 인공강우 기술 수준으로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보는데 무리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령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내기 위해선 2시간 이상 10㎜ 규모의 비가 내려야 가능하다. 2017년 경기도와 국립기상과학원이 공동으로 9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통해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한 결과 9회 중 4회만 인공증후 효과를 봤다. 이마저 기대치를 밑도는 평균 0.88㎜ 수준에 불과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엔 역부족하다.
한국보다 인공강우 기술에 더 일찍 뛰어든 다른 나라에서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본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주상원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중국 사례는 실험은 했지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공개하지 않았고, 그외 국가에서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인공강우 실험을 해 성공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기상조건이 인공강우에 부적합해 실효를 거두기 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고기압으로 대기가 한반도에 갇혀 맑은 날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비를 필요한 곳에 정확히 내리게 하기도 힘들다. 국립기상과학원 측은 “인공강우를 원하는 위치에 내리게 하는 것은 현재 기술력으론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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