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랩(rap)을 해봤다(출연: 마미손)[남기자의 체헐리즘]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9.01.26 06:10

파급력 큰 랩(rap)에, 사회 메시지 담고 싶어 체험…마미손 "솔직하게, 일상 언어로 쓰는 게 가장 중요"

편집자주 |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본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보이지 않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매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25일 오전, 본분을 잊고 녹음실에서 랩을 하고 있는 기자. 래퍼명(名)은 마미손이 지어준 '크린랩'이다. 이를 상징하는 비닐 장갑을 끼고(빨간 동그라미), 삿대질을 하며 리듬을 타봤다. 래퍼의 길이란, 쉬운 일이 아녔다. 그냥 기사나 열심히 써야겠다./사진=녹음실 사장님(성함 모름)
"랩하는데 재능이 필요한가요?"(기자)
"재능이라, 모든 게 그렇지만 필요하죠."(마미손)
"그럼 저는 어떨까요?"(기자)
"(망설이다) 랩 좋아하시는데, 서른 일곱까지 래퍼가 안되신 걸 보면…(이하 생략)"(마미손)

'신인 래퍼' 마미손의 팩트 폭격(사실을 뼈 아프게 말하는 것)이었다. 핑크색 복면 속 그의 미소가 느껴졌다. 그래도 그는 애써 위로를 해줬다. "글 쓰는 일 하시니까, 랩 쓰는 것과 얼추 부합하는 면이 있다"고. 괜찮았다. 랩에 재능이 없단 건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노래방서 따라 부를 땐 힘겨웠었다. 혀가 꽈배기처럼 꼬여 박자를 놓쳤었다. 술 먹고 아내와 오락실 노래방을 가서 랩 한적이 있는데, 진심으로 웃었었다. 숨도 가빴었다.

그럼에도 막연하게, 랩을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일단 좋아했다. 그리고 매력적이었다. 더 많은 얘길, 리듬에 흘려보내듯 술술 푼다는 게. 오래 듣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사회 메시지를 담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통상 기사는 두세 번씩 보진 않지만, 랩은 수십, 수백 번도 들으니까. 또 기사란 틀에만 갇혀 있는 게 좀 답답했다. 더 표현하고 싶은 게 많았다. 그래서 시도해보고 싶었다. 이런 맘을 품은 진 꽤 됐지만, 영 엄두가 안 났다.

그러다 우연히, 마미손을 봤다. 지난해 Mnet 쇼미더머니 777(트리플세븐)에 등장했었다. 핑크색 복면을 쓴 그의 목소릴 듣자마자, 한 래퍼가 떠올랐다. 이미 탄탄히 입지를 잘 다진, 유명 래퍼였다. 본인만 절대 아니라며 극구 부인했다. 이미 잘 나가는 그가, 굳이 왜 나왔는지 궁금했다. 섣불리 나왔다 떨어지면, 이미지에 타격만 입을 수 있을 터. 그러자 마미손은 이렇게 말했다. "표현하고 싶은 수많은 내가 있는데, 한계가 느껴졌었다"고. 그리고 그는 불구덩이 속으로 사라졌다(탈락). 멋진 퇴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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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당하기' 미션으로 마미손에게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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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번 거절당하기' 미션 때 마미손 측에 "랩을 배우고 싶다"고 연락 했었다. 당연히 거절당할 거라 생각했는데, 두 달 정도 기다린 끝에 인터뷰가 성사됐다. 뭐든 해보기 전엔 모르는 일,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하다. 블러 처리한 부분은 마미손의 정체(비밀)./사진=남형도 기자
그때 맘 먹었다. 마미손에게 랩을 배우기로. 뜬금포에, 좀 이상해 보인단 건 알지만, 그라면 이해해주고 도와줄 것 같았다.

마침 좋은 기회가 왔다. 지난해 11월, '거절당하기 50번' 체험을 했었다. 일부러 안될 것 같은 부탁을 하고, 거절 당하고, 이로써 두려움을 깨잔 취지였다. 미션 50개를 정했는데, 그 안에 '마미손에게 랩 배우기'도 있었다. 그때 마미손 측에 무작정 연락을 했었다. 거절당하면 그만이란 맘으로. 그런데 뜻밖에 "재밌는 아이디어인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걸 계기로, 뭐든 해봐야겠단 맘이 들었다.

한 달여가 지난 뒤, 반가운 연락이 왔다. 1월 초중순쯤 인터뷰 날짜를 잡자고 했다.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렇게 지난 16일, 마미손과 역사적 만남을 가졌다. 헐레벌떡 인터뷰 장소로 온 그는 "복면 앞쪽에 실밥이 있어서 안되겠다"며 핑크색 복면을 뒤집어썼다. 그것도 썩 잘 어울렸다. 그 과정에서 그의 정체를 봐 버렸다. 하지만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20여분 간 짧은 인터뷰를 한 뒤(다음주 별도로 나갈 예정), 본격적으로 랩을 배워보기로 했다. "랩을 좋아하냐, 배운 적 있냐"고 묻기에, "듣는 건 좋아하지만, 가사를 써본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랩 가사를 다 써서, 비트에 맞춰 녹음까지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미손은 "A/S(애프터서비스)가 굉장히 필요한 인터뷰였다"며 웃었다.
'거절당하기 50번' 체헐리즘 기사가 나간 뒤 독자들이 댓글을 통해 응원을 해줬다. "꼭 마미손 래퍼에게 레슨 받으시길"이란 글을 본 뒤 힘이 났다. 랩을 꼭 해봐야겠단 맘을 먹게 됐다./사진=남형도 기자 기사 댓글 스스로 캡쳐
추천할 만한 주제가 있느냐고 묻자, 마미손은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진짜 스트레스"라며 이를 추천했다. "한강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정말 좋아하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삶의 질이 너무 떨어졌다"고. 그러면서 미세먼지 랩에 꼭 '고등어'가 들어갔음 좋겠다고 했다(정부가 한때 미세먼지 주범으로 고등어 굽기를 꼽은 적이 있다). 그리고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activex)'도 짜증난다며, 랩으로 다뤄달라 했다. "그것들만 사라져도 우리나라 삶의 질이 1.5%는 올라갈 것"이라 단언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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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은 솔직하게, 신선한 '일상 언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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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손 '소년점프' 뮤직비디오 중 시작 부분 화면. 쇼미더머니에 출연했다가, 가사를 틀려 떨어졌을 때 심경을 솔직한 가사로 쓴 것이다. 랩은 이렇게 솔직하게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사진=소년점프 뮤직비디오 캡쳐
우선 가사를 쓸 때 중요한 원칙들을 알려줬다. 마미손은 "일단 가사 쓸 때 제일 좋은 건 솔직함"이라며 "아무 것도 그걸 이길 순 없다"고 했다. 현학적(학식이 있음을 자랑하는) 표현도, 거창한 문학적 표현도 솔직하지 않으면 별로 재미가 없단 것. 그 얘길 할 때, 마미손이 쓴 랩 '소년점프' 가사 한 구절이 생각났다. '폭염에 복면 쓰고 불구덩이에 처박힌 내 기분을 니들이 알아?', '날 떨어뜨린 심사위원님들 나빠 (나빠)'. 그의 가르침이 뭔지, 한층 더 와 닿았다.

또 랩에 쓰는 언어는 "일상적인 것들로 쓰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흔한 표현은 신선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사과 같이 빨간'이란 표현에 대해 "처음엔 굉장히 신선했겠지만, 이미 죽은 표현"이라고 했다. 요약하면 일기처럼 편하게 랩을 쓰되, 뻔한 표현을 피하란 얘기였다. 정 멋있는 표현이 쓰고 싶다면, 포인트로 한두 줄 정도만 쓰라고.

사회 문제를 다룰 때도, 추상적 얘긴 피하라고 했다. 마미손은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 사회 문제가 개인 삶에 투영되서, 일상에서 보여질 수 있도록 쓰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가사를 다 쓰면, 이를 랩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자주 들었던 단어가 등장했다, 라임(Rhyme: 운율). "랩에는 리듬감이 있어야 하니, 이게 나오는 지점을 딱딱 맞춰야 한다"는 것. 그러려면 비트(beat: 일종의 배경음악)가 필요하다 했다. 비트에 맞게 가사를 읽으며 리듬감을 찾으라는 설명이었다. 초보에겐 빠른 비트가 좋을 거라 했다. "느린 비트는 리듬감이 없으면 다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100bpm(분당 비트, 빠르기 단위) 이상이 좋을 거라 했다. 무료 비트는 '(타입 비트)type beat'라 검색하면 많이 나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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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손이 추천해준 래퍼명(名), '크린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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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손에게 랩의 비법을 전수 받고 있는 남기자. 사진을 보면, 상대적으로 뚱뚱하게 나왔는데, 마미손이 날씬한 것이다(미리 변명). 기자가 비만인 것도 팩트(fact)이긴 하다./사진=이상봉 기자
마미손에게 "재밌어보여서 부럽다"고 했더니, 그럼 기자도 복면을 쓰라 했다. "값싸고 좋은 위장수단"이라고. 아니면 필명을 바꾸면 어떻겠느냐 했다. 그래서 추천해달라 했더니 "마미손은 있으니까, '크린랲' 어떠냐"고 했다. 의미 부여도 해줬다. "뭔가, 깨끗한 어떤 기자로서의 투명성이라던지…". 그리고 거기서도 '고무 장갑'이 나온단다. 맘에 들었다. 그대로 쓰는 것 대신, 래퍼명을 '크린랩'으로 바꿔 지으면 어떨까 싶었다. '랩으로 세상을 깨끗하게 맑게한다' 그런 느낌으로. 그리고 이런 대화가 이어졌다.

"그럼 저랑 경쟁 구도로 가시는 거죠."(마미손)
"아, 괜찮으시겠어요? 긴장하셔야 할텐데…"(기자)
"전 자신 있습니다."(마미손)

그 외에도 그는 다양한 조언을 해줬다. 뭣보다 뻔한 랩을 안 쓰려면, 상상력을 발휘해보라 했다. 마미손은 "(예를 들면) 처음엔 사랑 얘기였는데, 나중에 듣다 보니 미세먼지나 공인인증서 문제였던 거다. 그런 창의성을 발휘해도 좋고, 이걸 의인화시켜서 해도 좋다"고 했다. 그 말들이 고마워서 "(크린랩이 마미손) 경쟁자인데, 너무 많은 소스를 주는 것 아니냐"고 하니, "감히, 제 경쟁자가 되시겠다고요?"하며 여유 있게 웃었다. 따끔한 일침이었다.

그리고 '절박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날씨 슬슬 추우니까, 밖에 티셔츠 한 장 입고 한강 다리 밑에 가서 연습하면 어떻겠느냐"고 기자에게 제안했다. 그냥 못 들은 걸로 하고,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사실 마미손도 한강을 걸을 때, 영감(靈感)이 가장 많이 떠오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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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은 '자신감'이 생명(生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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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티셔츠가 인상적인 마미손. 핑크퐁과 닮았다는 지적도 있다./사진=이상봉 기자
마지막으로, 랩 연습을 했다. 마미손 '소년점프' 가사 한 구절을 따라해보기로 했다. 마미손이 하면, 기자가 따라한 뒤 피드백을 받기로.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마미손)
"옼케이 계획대로 퇴고 이써. 옼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쒀"(기자)
"혹시 떨리세요? 목소리가 떨리시는데."(마미손)
"(뜨끔)평가는 어떤가요?"(기자)
"평소 억눌려 있는 게 많으신 것 같고, 굉장히 뭐랄까. 남의 시선을 은근히 신경 안 쓰는듯 하면서 쓰는. 강한 것 같지만 여린 면도 있고. 또 누군가를 배려하지 않는 것 같지만 배려심도 있고. 공부를 잘한 것 같지만 또 못했을 것 같고."(마미손)
"진짜 너무 똑같아요, 심리 상담 받는 것 같은."(기자)
"딱딱 짚어주는 게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랩은 자신감 있게 하세요."(마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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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랩, 가사를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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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를 주제로, 랩 가사를 처음으로 쓴 뒤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이런 반응을 보였다. 기사에서 맘껏 못 썼던 뭔가가 분출된 모양이다. 사실 제대로 다 표현하지 못했는데. To be continued../사진=남형도 기자 메신저 캡쳐

마미손 추천대로, 미세먼지를 주제로 잡았다. '랩 가사 쓰기'가 첫 관문. 당최, 모든 게 처음이라, 어떻게 쓸 지 너무 막막했다. '췍췍(cheack, cheack), 드뢉더빝(drop the beat), 메잌 썸 노이즈(make some noise)' 이런 불필요한 것들만 머리서 맴돌았다.

"솔직하게, 쉽게 쓰라"는 마미손 조언을 떠올렸다. 큰 방향을 일단 잡기로 했다.

그냥 속 시원한, 일갈을 하기로 맘 먹었다. 크게 세 가지는 꼭 담기로 했다. 첫째, 숨도 맘 편히 못 쉬게 된 일상 속 답답함. 둘째, 뾰족하고 구체적인 대책이 없는 상황. 셋째, 모르쇠하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일격.

일기처럼 쭉쭉 써보려했는데, 형식에 대한 감(感)이 전혀 안 왔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일단 비트를 하나 고르고, 총 몇 마디로 구성돼 있는지 쭉 적었다. 박자를 느끼면서. 그걸 셋으로 나누고, 위 세 가지 주제를 하나씩 넣기로 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뭘 쓸 지 생각했다. 최근에 환기를 시킨 일이 떠올랐다. 미세먼지 때문에, 3일 동안 창문을 못 열었다. 농도가 '보통'으로 바뀌던 날, 창문을 열어제꼈다. 찬바람이 확 불어 들어왔다. 웃통을 벗고 있던 터라, 엄청 추워서 이불 속으로 뛰어 들었다. 집에서 하얀 입김을 보면서도, 행복해하며 공기를 열심히 마셨다. 지금 많이 숨 쉬어둬야 한다고. 그 상황이 애달프게 느껴졌었다.

정부 정책에 대해선 '한중 협력'이란 키워드가 떠올랐다. 자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이 책임을 기피했던 발언도 생각 났다. 이를 바탕으로, 가사를 쭉쭉 써내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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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직접 해보니 이리 어려운 것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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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beat)를 들으며, 랩을 써내려가고 있는 기자. 책상을 좀 치우고 찍었어야 했는데.예술적 영감은 원래 좀 이런 환경에서 샘솟는 법이다./사진=김건휘 인턴 기자
다 써놓고 쭉 읽어봤다. 그리고 비트에 맞춰 랩을 해봤다. 회사여서 이어폰을 꽂고, 자체 음소거를 한 채 입모양만 되뇌었다. 집에 와서도 계속 연습했다. 힙합을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아내가, 옆에서 듣고 이상한 것들을 얘기해줬다. 써놓을 땐 몰랐는데, 막상 해보니 입에 잘 안 붙는 것들이 많았다. 계속 고치고 또 고쳐야 했다. 랩을 쓰고, 고쳐서 초안을 완성하는 것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 하도 비트를 틀어놨더니, 자기 전에도 이게 계속 맴돌아서 혼났다.

라임(운율)은 같은 음절로 끝나게 해 그럭저럭 맞춰놨다. 근데 플로우(flow: 랩 스타일, 목소리, 속도, 발음)가 맘에 안 들었다. 일단 목소리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스스로 듣기에도 시끄럽게 들렸다. 그리고 박자를 타는 것도 비슷하고 뻔한 패턴이 반복돼 맘에 안 들었다. 잘하는 래퍼들의 랩을 반복해서 들어봤다. 평소에 자주 듣던 것들인데, 새삼 새롭게 들렸다. 자유자재로 박자를 갖고 놀았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게 됐다. 랩을 맛깔나게 쓰고, 박자에 맞게 흥나게 흐르게 하는 것이.

한참 헤매고 있을 때, 마미손이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 조언을 계속 달랬더니, 이렇게 말했었다. "뭐든 많이 하는 수 밖에 없어요. 진짜 해보고 또 해보고 또 해보고 이것저것 다 겪고 고민하고. 그래도 안되죠. 그때 조언을 들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아무 것도 안한 상태서 얻는 조언은, 인생 경험상 큰 도움이 안 된단 걸, 그는 잘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말이 포기하지 않게끔 해주는 힘이 됐다.

찾아보니 훅(hook: 후렴구)이란 것도 있었다. 그래서 편히 따라 부르기 쉬운 훅을 만들었다. 'No No 미세먼지, Yo Yo 발암먼지' 이게 다였다. 미세먼지라 부르면 위기 의식이 덜하니, 발암먼지로 여겼으면 하는 맘을 담았다. 노래에 훅을 총 3번을 넣었다. 랩 속 주제를 나눠주는 역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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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 본 녹음실, 첫 랩을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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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실에서 스웩(swag)을 뽐내려 해봤으나, 결과적으로 이런 모습이 찍히고 말았다. 나름 후드티도 입어 보았는데. 세상 일이 뜻대로 되는 게 많지 않다./사진=녹음실 사장님(성함 모름)
거금 3만5000원을 들여, 녹음실을 1시간 빌렸다. 그리고 전날 새벽까지 연습하며 계속 내뱉었다. 입에 안 붙는 가사는 계속 고쳤다. 미세먼지에 대해 감정이 과하게 실린 건 톤을 낮췄다. 그렇게 최종 수정을 모두 마쳤다. 한 곡을 온전히 부른다는 게, 쉬운 게 아녔다. 랩을 오래 하다보니, 이상하게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발음도 순간 순간 꼬였다. 플로우도 부를 때마다 달라져서, 가사에 아예 쉼표 표시까지 다 했다. 아내가 늦게까지 안 자고 옆에서 들어주며 피드백을 줬다.

25일 오전, 대망(待望)의 녹음 날이 됐다. 집을 나서니, 아침 하늘이 맑았다. 거기다 대고 미세먼지 랩을 뱉었다. 녹음실에 도착하니 실감이 났다. 그리고 비닐 장갑을 꼈다(크린랩 상징). 녹음실 대표가 이상하게 볼까봐, 자진 고백했다. "기사 쓰려고 하는 것"이라 했더니 웃었다. 부스 안에 들어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가사가 적힌 종이를 쥐니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헤드폰을 끼고, 마이크 앞에 섰다. 첨엔 그냥 연습을 한 번 한다고 했다. 가사를 막상 내뱉으니, 너무 오그라들었다. 온몸이 사정 없이 움츠러들어 쥐며느리가 될 것 같았다. 첫 녹음을 마치고 들어봤더니, 맘에 안 들어 처음부터 다시 한다고 했다. 두 번째는 전반적으론 괜찮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안 해도, 부분 수정이 가능하다 했다. 훅은 목소리 위에 목소리를 입히는 방식으로 강조를 했다. 그렇게 수정을 거듭하다 보니, 1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녹음 최종본을, 아내에게 가장 먼저 들려줬다. "랩을 엄청 잘했다"며 "중독성 있다"고 했다.

에필로그(epilogue). 그리고, 생애 첫 랩을 이렇게 완성했다. 아래는 가사와 최종 녹음 영상이다.

제목: ㅁㅅㅁㅈ
작사: 크린랩
작곡: Future x Drake type beat - Risk(Youtube: Penacho)

예예(yeah yeah), It’s 크린랩(Clean rap)
랩으로 세상을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고마워요, 마미손

3일 만에 창문 열어제껴
찬바람이 귀싸대길 때려
아이 추워 문 닫고 싶어
야, 너 제정신이야?

얼마만의 깨끗한 공기야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야
알잖아 나쁨 담날 나쁨인 거
나쁨 나쁨 나쁨 나쁨 최악

그래 지금 많이많이 마셔 둬
fresh air through my nose(프레쉬 에얼 쓰루 마이 노우즈)
미안했던 폐 속에 '쾌속청정'
"폐 속에 깨끗한 공기를 들이십시오, 어머니"

공기도 공짜로 못 마시지
청정기 헤파필터 일레븐(11) 썰틴(13)
케이에프(KF) 팔십, 구십사
이젠 애들도 다 아는 그 숫자

No No 미세먼지
Yo Yo 발암먼지
No No 미세먼지
Yo Yo 발암먼지

정말 아이고 못 살겠네
숨 쉴 자유조차 뺏긴 이유
첨엔 고등어가 문제래
국민 생선이 죽일 놈

병신년(年) 때니까 그러려니
다음 번엔 좀 낫겠거니
근데 왜 또 화살이 국내로
기약 없는 한중(韓中) 협력 셀프(self) 위로

먹고 살려니 나왔다가 매일 섬찟
비싼 마스크 쓸 때마다 매일 맴찢
자동차 대신 지옥철 타봐도
내 폐는 더 흑빛으로

나야 서른 일곱 반 팔십살
하지만 아이들은 어떡해
철없이 운동장서 뛰노는데
창살 없는 감옥 속에 갇혔네

No No 미세먼지
Yo Yo 발암먼지
No No 미세먼지
Yo Yo 발암먼지

이 상황에 중국에서 하는 말
"미세먼지 우리 탓?"
"서울 먼지는 서울 꺼"
"우린 많이 좋아졌다니까"

그런데 편서풍~ 나쁨
동풍~ 좋음
편서풍~ 나쁨
동풍~ 좋음

좋아, 백번 천 번 양보해서
서울은 그렇다고 치고
백령도 미세먼진 대체 뭔데
자동차도 발전소도 없는데(확 마)

취업 XX 안 돼도
결혼 XX 못해도
대출금 XX 많아도
Give me a breathing freedom(깁미 어 브뤼딩 프뤼덤: 숨 쉴 자유는 줘)

No No 미세먼지
Yo Yo 발암먼지
No No 미세먼지
Yo Yo 발암먼지

아, 근데 랩 쓰는 거
왜 이렇게 힘들어
그냥 하던 대로
기사나 열심히 쓸게,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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