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때다 죄인된 심정" 청와대로 향한 노인들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 2019.01.23 15:27

서울 달동네 백사마을 노인들, 청와대 앞에서 "연탄가격 인상 중단" 요구

2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연탄가격 동결'이 적힌 모형 연탄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서울시 노원구 백사마을에 사는 김영수씨(82)는 최근 연탄 가격이 올랐다는 소식에 걱정이 깊어졌다. 방 2개, 20평짜리 집에서 배우자와 함께 생활하는 김씨가 하루에 사용하는 연탄은 3~4장. 김씨가 올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연탄 700장이 필요한 셈이다.

김씨는 "연탄 가격이 올랐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큰일났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그동안 정부 연탄쿠폰과 연탄은행에서 제공하는 연탄으로 겨울을 보냈는데 가격이 오르면 지원이 줄어들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연탄가격이 700원에서 800원으로 오르며 가격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탄사용자는 대부분 빈곤층 노인인데,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이들 생활에 영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 빈곤층 14만 가구 중 10만 가구가 월 소득 20만원 이하 극빈층이다. 연탄 가격이 오르면 이들에게 지원되는 연탄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매월 백사마을에 연탄을 150장씩 나눠드렸는데 이번에 가격이 오르면서 100~120장 정도만 드리는 경우도 생겼다"며 "후원금에 따라 연탄 지급 규모를 정하는 구조라 각 가정에 지원하는 연탄 수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연탄가격 인상은 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계획'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2010년 'G20 정상회의'에서 2020년까지 생산자 가격보조(보조금)를 모두 폐지하기로 하면서 보조금 분량이 연탄값이 올랐다.

연탄은행은 2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연탄 가격 인상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등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노인 10여명이 함께 참여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연탄가격을 올리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손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연탄 가격이 최근 3년 새 50.8%(300원)나 인상되면서 어느새 800원이 됐다"며 "배달료를 고려하면 고지대 달동네나 옥탑방 등에서는 연탄 가격이 1000원에 달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허기복 연탄은행 회장은 "서민 연료인 연탄이 금탄으로 불리고 영세 노인들은 '연탄을 때다가 죄인 된 심정'이라고 한다"며 "이분들의 피맺힌 절규가 꼭 전달돼서 따뜻한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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