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한반도 8배 인공강우 시설 만드는 中…역사만 60년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9.01.23 18:10

[인공강우 기술 어디까지-③]해외 기술 수준은

편집자주 | ‘창고 한가득 마스크·공기청정기 처분 못해 골머리.’ 언젠가는 방송·신문에서 이런 카피를 볼 수 있을까. 최악의 미세먼지가 연일 한반도를속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은 꿈 같은 얘기다. 정부와 지자체가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자 ‘인공강우’ 기술이라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연 인공강우 기술이 한반도 대기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인공강우 기술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봤다.

# 2017년 9월24일. 중국 신장 바르쿨 초원에서 인공지능(AI) 기술과 기계 분무 시스템을 탑재한 무인비행기가 이륙했다. 수분을 먹은 구름층에 진입한 무인비행기는 분무 시스템을 이용해 지체없이 냉각제를 살포했다. '구름씨'로 불리는 냉각제에 수분입자가 달라붙기 시작했고, 점차 무거워진 물방울이 땅으로 떨어졌다. 중국이 AI를 탑재한 무인비행기로 '인공강우' 실험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중국은 이후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에도 같은 실험을 진행, 기존의 항공기나 로켓을 이용한 실험보다 편리하고 저렴하게 인공강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60년 역사 中 인공강우…최근 한반도 8배 크기 시설 구축 계획=인공강우는 말 그대로 인간의 노력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수증기는 많지만 비를 뿌리지 않는 '과포화구름'에 '구름씨'로 불리는 요오드화은(Agl) 연소탄과 드라이아이스 펠싯 등을 뿌려 물방울 입자를 키워 비를 내리게 한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잦은 홍수 및 가뭄 피해 방지 등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미세먼지 저감의 해결책으로서 인공강우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다양한 인공강우 경험과 노하우를 자국 환경 이슈에 따라 활용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관련 역사만 60년이 넘는다. 첫 실험은 1958년 지린성에서 진행됐다. 당시 최악의 가뭄이 발생하자 항공기를 동원해 구름층에 200kg의 소금을 뿌려 인공강우에 성공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 동안 로켓 1000여발을 쏴 베이징 주변지역에만 비를 내리게 한 일화 역시 유명하다. 덕분에 베이징 하늘은 올림픽 내내 쾌청한 날씨를 유지할 수 있었다.

2013년 8월에는 장쑤성과 저장성 등에 40도 넘는 폭염이 발생하자 각각 4발의 로켓을 이용해 인공강우를 내리게 했다. 기온도 10도 이상 끌어내렸다. 2016년 12월에는 중국 산둥성 상공에 72발의 로켓을 쏴 인공강우를 유도, 대기오염 저감에 활용하기도 했다. 다만, 그 대기오염 저감 효과가 있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기상청은 "중국에서 인공강우를 활용해 미세먼지 저감을 시도한 바 있지만, 공식적인 성공 사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이 인공강우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축적된 노하우와 함께 정부의 풍부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1년 예산만 800억원에 달하며, 지역인공강우센터에서 일하는 관련 인원도 3만3700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로켓을 주로 활용하는 중국은 인공강우에 쓸 로켓 5223대와 대포 7016문을 갖췄다. 우리나라에 1대 뿐인 기상항공기도 37대나 구비 중이다.

중국은 최근 이 같은 풍부한 물적·인적 인프라 및 경험을 바탕으로 티베트고원에 한반도 면적 8배(160만㎢)에 이르는 대규모 인공강수 시설 구축 계획을 밝혔다. 고원 봉우리마다 요오드화은을 태울 수 있는 연소실·굴뚝을 마련, 구름 입자를 키워 인공강우를 내리게 한다는 계산이다.


중국은 로켓이나 항공기 운용보다 저렴한 드론과 연소실 등을 활용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인공강우를 내리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美 비롯, 전세계 37개국에서 150개 이상 인공강우 프로젝트=넓은 영토에서 다양한 기상현상이 발생하는 미국도 중국과 함께 인공강우 선진국으로 꼽힌다. 최초의 인강강우 실험도 1946년 미국에서 진행됐다. 제너럴일렉트릭(GE) 연구소의 과학자 빈센트 섀퍼가 항공기를 이용해 차가운 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렸고, 인공강우를 내리게 하는데 성공했다.

최근엔 '와이오밍 겨울철 인공증설 프로젝트(Wyoming Weather Modification Pilot Project)'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산·학·관·연 협업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5~15% 강설 증가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콜로라도 등 서부지역 9개주에선 강수증가와 우박억제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또 겨울철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수자원 확보를 위해, 적설을 증가시키기 위한 산악구름 대상 기상조절 프로그램을 2006년부터 현재까지 운영중이다.

기상연구소 중심으로 20여 년의 인공강우 연구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일본은 비행기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리는 방식의 '니키타현 댐 드라이아이스 항공실험'을 2007년 1월 본격 시작했다. 5개년 단위 실험계획을 추진해 오고 있으며, 자국 구름 특성 연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연간 강수량이 100mm(밀리미터)도 되지 않는 아랍에미리트도 올해 초 비행기를 이용해 이틀 간 6차례에 걸쳐 '구름씨'를 뿌려 인공강우에 성공했다.

러시아는 1932년 세계 첫 '구름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약 80년 이상 인공강우 연구로 구름소산(구름을 인공적으로 사라지게 하는 기술), 우박억제기술 등을 확보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인공강우는 멕시코, 태국,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그리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 37개국에서 15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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