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USB' 그래서 냈나…양승태 구속 가를 '증거인멸 우려'

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기자 | 2019.01.23 06:00

[the L] 헌정사상 초유의 前대법원장 구속, 오늘 결정…공 넘겨 받은 법원 '부담 백배'

 전직 대법원장으론 사상 처음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헌정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원장 구속 여부가 오늘 결정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은 대법원장 재직 당시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동원해 정권의 입맛에 맞춰 일선 재판의 절차와 결과에 개입하고, 산하 법관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해 인사불이익을 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날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는다.


23일 서울중앙지법은 오전 10시 30분부터 321호 법정에서 양 전 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연다. 검사로 일하다 판사로 전직한 명재권 영장전담부장판사가 구속 여부를 심리한다. 그는 사법연수원 기수로 따지면 양 전 원장의 25년 후배다.

양 전 원장은 이날 영장심사에 참석하되 법원 포토라인에는 멈춰서지 않는다. 기자들의 질문 역시 무시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를 맡은 최정숙 변호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참석하지만 포토라인에서는 아무 말씀 안 할 예정"이라며 "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양 전 원장은 첫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지난 11일 자신이 몸 담았던 대법원 앞에서만 대국민 입장을 발표하고 검찰 포토라인을 말없이 지나쳐 논란이 일었다.

현재 양 전 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측 변호사와 여러 차례 독대하면서 재판 지연을 계획하는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비롯,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 등 40여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조성 등 주요 혐의에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구속 여부 가를 '증거인멸 가능성'


이날 영장실질심사의 핵심은 결국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느냐의 여부로 귀결된다. 형사소송법상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그런데 전직 대법원장이라는 특수한 신분을 감안하면 양 전 원장의 주거부정이나 도주우려는 없다고 봐야 한다.

아울러 법원이 위의 요건에 추가로 고려하는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위해 우려 여부는 이 사건에선 중요도가 낮다. 이미 양 전 대법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들은 징역 3년 이상의 형 선고가 가능한 범죄여서 중대성 요건은 자연스럽게 충족되고, 해당 혐의는 현직 대법원장이라는 위치에서만 행할 수 있는 것이어서 재범가능성도 없으며, 산하 법관들에 대한 위해 우려 역시 없다. 법조계에선 이 때문에 법원이 양 전 원장의 증거인멸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심리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측은 증거인멸 우려에 중점을 두고 서로 구속 필요성 유무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문에서 관련자 진술과 물적 증거로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음에도 '기억이 안 난다', '실무자선에서 한 일이다', '나는 모르는 일' 등으로 부인한 것을 두고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될 경우 양 전 원장이 말 맞추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하급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을 먼저 구속기소하며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했다고 적시한 만큼, 실무선의 공범이 이미 구속돼 있다는 점을 들어 형평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각 사안이 중대한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 역시 강조할 전망이다.


검찰은 특히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당시 "범죄혐의 중 상당 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사유로 기각된 이상 전략을 바꿔 양 전 대법원장 본인이 직접 개입한 혐의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지난 6월 양 전 대법원장의 '자동차'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자발적으로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제출한 점, 검찰의 소환에 순순히 응하며 수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인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할 예정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아울러 임 전 차장과의 공모관계 역시 부인하는 등 상당수 혐의가 직접 개입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관 출신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은 당시 압수수색장소가 아닌 자택 서재로 수사관을 안내해 별다른 자료가 담기지 않은 '깡통 USB'를 스스로 제출한 바 있다"며 "이는 아무 의미없는 걸 주면서 자신은 증거인멸을 하지 않았다, 수사에 협조했다는 어필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법원, 구속·불구속 모두 부담…구속 가능성은 미지수

공을 넘겨받은 법원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법리적 판단 외에도 여론의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다. 법원은 지난해 말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한 바 있다. 법원이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에 대해 납득할 만한 기각사유를 제시하지 못한 채 영장 청구를 모두 기각할 경우 지난 기각 때보다 더 큰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와 관련해 검찰이 광범위하게 증거를 수집한 상태인 만큼 수사상황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이상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는 식으로 판단할 가능성은 있다.

법원의 이날 심사는 길어질 전망이다. 앞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6시간, 박근혜 전 대통령은 8시간 넘게 영장심사를 받았다. 다음날(24일) 새벽쯤에야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양 전 원장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다 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귀가할지 여부가 갈리게 된다.

만일 양 전 원장이 구속될 경우 그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된 전직 대법원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한편 23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선 여러 사회단체가 '구속 촉구' 집회를 연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이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이용하게 될 서울중앙지법 서관의 출입구를 한시적으로 전면 통제한다. 비표를 받은 인력만 출입이 가능하다. 경찰 경비 인력도 법원 주변에서 대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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