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한계에 달한 TV·가전·스마트폰을 대신해 차세대 동력으로 떠오른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구광모 회장의 의지가 실린 행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벤츠와 운전자의 동작을 판독해 차량 내 기능을 제어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양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 시스템은 운전자 표정이나 손동작 등을 판독해 차량 내 오디오 음량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기어변속 같은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차량 계기판에 설치된 카메라로 운전자의 눈을 감지해 평소보다 눈 깜빡임이 적거나 눈이 감긴 상태가 길어지면 사고 예방을 위해 경고음을 내는 운전자 상태 감지 시스템을 개발했다. 상용화를 앞둔 이 시스템 역시 벤츠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전자는 보행자를 감지하고 교통신호를 읽는 자율주행 지원 시스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올해 말이나 2020년 초 벤츠에 이 같은 내용의 시스템을 개발, 납품할 예정이었지만 핵심 칩 등 부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는 가전과 TV, 스마트폰 위주의 현 사업체제로 지속성장이 쉽지 않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됐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전장사업부문 명칭을 VC(Vehicle Components)에서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로 변경, 단순 부품이 아니라 솔루션 관점의 종합서비스 제공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지주사인 ㈜LG에선 기아차·삼성자동차 출신의 김형남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을 영입, 자동차부품팀을 신설했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LG디스플레이 자동차 계기판용 디스플레이, LG이노텍 차량용 조명 등 계열사에 흩어진 전장사업을 조율할 컨트롤타워를 세운 셈이다.
LG전자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19'에서 지난해 1조원을 들여 인수한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전문기업 ZKW와 함께 글로벌 완성차업체 고객사를 초청, 비공개 전시장을 선보인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이다.
한 재계 인사는 "지난해 4분기 LG전자 영업이익이 700억원대로 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현 사업체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벤츠 등 완성차업체와 손잡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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