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나 이런 말하면 짤리냐?'…직장내 '성희롱·성폭력 아직도'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강미선 기자, 박진영 기자 | 2019.01.22 18:20

[미투 그 후 1년] '펜스룰' 수준 조심해도 구태 상존…주52시간·자율출퇴근제 맞물려 회식문화 일부 변화

편집자주 | 서지현 검사가 지난해 1월 29일 안태근 전 검사장을 지목하며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에 나선지 약 1년만인 23일 이 재판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서 검사의 '미투'를 시작으로 지난 1년간 우리 사회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지난 1년 변한 것과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을 짚어봤다.

# "작년에 언어 성희롱으로 인사위원회까지 열렸다. 가해자 1명은 징계에 그치고 피해자 2명만 타 부서로 부서 이동 발령이 났다. 우리는 대기업이고 여자 비율이 60% 정도인데도 인식 수준이 아직 너무 낮다. 대표 출장은 여자가 수행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는 걸 보니 아직 멀었다."(대기업 대리 윤모씨·34)

# "실제로 삶이 많이 바뀐 건 아니다. 오히려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를 농담 삼아 '야, 나 이런 말 하면 짤리냐?'라고 하는데 기분 나쁘다. 그리고 성폭행 뉴스를 보면서 '쟤는 못생겼는데 꽃뱀 아니냐'고 하는데 불쾌하다. 미투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사례에서 일반 직장인이 나서기는 아직 어렵다." (유통업체 과장 정모씨·35)

# "1년 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회식은 두 달에 한 번으로 줄었는데, 남녀 택시를 같이 타지 말라고 한다. 임원들이 예전엔 성희롱 농담을 많이 했는데 이제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다 보니 말 한마디도 조심한다. 하지만 제 버릇 남 못 주니 혹시 기분 나쁜 말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한다." (제조업체 부장 김모씨·41)

'미투' 운동이 시작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 대한민국 기업 내부에서는 '가시적인 변화'가 일부 나타났다.

한 IT 기업은 지난해 성희롱 예방 수칙을 기록한 스티커와 포스터를 사무실 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부착했다. 스티커와 포스터에는 "말하고 행동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세요", "성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면 표현해 주세요", "성희롱으로 문제될 만한 행동을 목격하면 바로 제지해 주세요", "상대방이 성적 불쾌감을 표시하면 진심으로 사과해 주세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일부 남성 직원은 회사를 계속 다니려면 '펜스룰(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에서 유래)' 정도의 조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한 선배가 지난해 노래방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으로 퇴사하는 걸 본 이후부터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여성 직원 대부분은 아직 사내 성희롱·성폭행 문제가 남아 있다고 느낀다.

회식 문화는 많이 바뀌었다. '미투' 영향보다는 주 52시간제나 자율출퇴근제 시행 덕분이다. 전처럼 오후 6시에 모두 일을 마치지 않고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사람들도 있게 되자 저녁보다 점심에 회식하는 일이 늘어났다.

아무래도 술이 들어가는 저녁 회식이 '위험'해, 저녁 자리에서 임원 옆자리와 앞자리는 여성 직원을 배석시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 은행원(32)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전처럼 노래방 회식은 하지 않고 1차에서 끝난다"고 전했다.

금요일 업무시간 이후 스포츠 체험시설에서 스포츠 활동을 즐기고, 수제맥주펍에 마련된 워크숍 전용 룸에서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고 마무리하는 등 새로운 워크샵 문화도 생겨났다.

스포츠 활동을 즐기지 않는 부서원들은 함께 모여 영화를 보고 저녁 자리에 합류한다. 직장인 강모씨는 "외곽으로 주말을 포함해 1박 2일간 '부어라 마셔라'했던 워크샵보다 훨씬 재미있고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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