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이견으로 협정공백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22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2~2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 계기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문제를 진전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문제 등 내부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미국 대표단의 다보스포럼 참석이 취소되면서 두 사람의 회동도 무산됐다.
강 장관은 21일 폼페이오 장관과의 전화통화로 이를 대신했다. 외교부는 “두 장관은 현재 진행중인 방위비 분담 협의와 관련 동맹으로서의 상호존중 및 이해의 정신 하에 상호 수용가능한 합리적 타결안에 조속히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경화 “방위비 협상, 한미간 이견 아주 크다”
지난 9차 SMA(2014~2018년 분담금)도 2013년을 넘겨 2014년 2월초 체결됐다. 올해 분담금의 경우 2018년에 준해 집행한 뒤 예비비로 충당하는 등 기술적인 방법으로 협정공백을 메꿀 수 있다.
하지만 이번 10차 SMA의 경우 외교부 실무라인의 회동이 중단된데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맞물리면서 보다 복잡한 양상이 되고 있다. 장관급 협의도 여의치 않아 향후 정상급에서 타결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방위비 분담금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 이견이 아주 큰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9600억원 수준인 한국의 분담금 액수를 1.5배가량 인상하고 협정기간도 5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일본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다른 동맹과 비교해 방위비를 계속 올리겠다는 의도다.
◇해리스 美대사, 청와대가서 방위비 증액 압박?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방위비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 내용을 확인해드릴 수 없다”며 관련 내용의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았다.
1953년 10월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주한미군 주둔의 법적 근간이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미국은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검토해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말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 우리는 세계의 호구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방위비 협상의 연내 타결이 불발된 한국을 겨냥해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트럼프, 비핵화 상응조치로 ‘주한미군 철수’ 꺼내나
안보를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트럼프정부의 정책기조와 비핵화 협상이 맞물려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아울러 연방정부 셧다운 문제, 야당과의 갈등, 러시아의 대선개입 스캔들 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타개하기 위해 눈에 띄는 대북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상황도 주한미군 문제를 만지게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미간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실무선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담판’으로 결론날 것이란 관측이다. 외교부는 “다양한 레벨의 채널이 있고 어떤 채널을 이용할지 모든 가능성이 있다”며 정상간 타결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고위급에서 소통을 통해 해야 할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이 있다. 어떤 레벨에서 안 되면 그 위로 올라가는 것이 협상의 기본 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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