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반도체' 숙제 떠안은 재계 두 젊은피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 2019.01.22 15:57

LG 구광모, 中 대규모 배터리투자…한화 김동관, 태양광에 그룹 미래 방점

'포스트반도체'를 찾는 재계의 시선이 절박하다. 글로벌 투자경쟁 속에서 가장 가까이 접근한 게 LG와 한화다. LG는 배터리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한화는 태양광에 그룹 혁신의 방점을 뒀다.

공교롭게 두 기업 모두 젊은 오너(LG) 및 오너 3세(한화)가 새로운 사업의 핵심에 있다. 기업의 미래성장동력을 구체화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들 사업의 성패가 한국 경제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은 그동안 전기차용 배터리와 직접적 인연이 없었다.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에서 일할 땐 재무와 영업이 핵심이었다. 국내로 복귀해서도 그룹 시너지팀, LG전자 인포메이션디스플레이(ID) 사업을 경험했다. 신사업 개척 임무를 주로 수행하다가 그룹 수장이 됐다.

구 회장을 기다린 숙제가 만만찮다. LG는 9일 중국 난징 배터리공장에 LG화학이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증설하는 내용의 투자계약 체결식을 난징시와 체결했다. LG는 또 중국 빈장 경제개발구에 전기차용 배터리 2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3년까지 2공장에만 2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수요와 여전한 공급부족은 호재다. 하지만 늘어나는 시장을 놓고 벌어질 경쟁이 만만찮다.

세계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 파나소닉은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도요타와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사를 내년에 설립한다는데 합의했다. 양사는 순수전기차(EV)용 배터리를 2020년 초부터 대량 생산키로 했다. 도요타가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카·전기차·수소차를 전체 생산량의 절반인 550만대로 늘릴 방침이어서 파나소닉은 날개를 달게 됐다.


세계 배터리 2, 3위인 중국 CATL, BYD는 중국 정부의 차별적인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점유율을 계속 늘려가고 있어 세계 4위 LG화학으로서는 힘겨운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구 회장이 얼마나 본인의 색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권영수 LG부회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의 자리를 맞바꿨다. 그러면서 격변의 시기에 LG화학을 지휘할 오른팔로 외부(3M) 출신인 신학철 부회장을 내정했다. 그룹 내부에서 "파격적 외부수혈"이라는 평이 나왔다. 구 회장 스스로도 '구광모식 혁신'에 대한 절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한화그룹 3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도 바쁘다. 한화는 2022년까지 총액 22조원을 투자한다. 이 중 9조원을 태양광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의 연간 매출이 70조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사활을 건 투자다. 사실상 미래성장동력을 태양광에 걸었다.

김 전무도 숙제를 받은 입장은 구 회장과 마찬가지다. 태양광 핵심인 모듈 제조 및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책임지는 한화큐셀의 키를 잡았다. 실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태양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게다가 중국의 폴리실리콘 및 모듈 증산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글로벌 '치킨게임' 가능성도 있다.

두 사람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도 집중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성장 동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선 상황"이라며 "양사의 성과가 사실상 국가 경제 미래 먹을거리 확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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