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기로…영장전담판사 누가되나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19.01.20 16:43

[the L]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 5명 중 근무연 없는 명재권·임민성 부장판사 유력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의 구속 여부를 어느 판사가 판가름할지 21일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은 21일 오전 중으로 소속 영장전담부에서 누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심사를 담당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는 박범석(46·26기), 허경호(45·27기), 이언학(52·27기), 명재권(52·27기), 임민성(48·28기) 부장판사 등 5명이다.

일반 구속심사 사건은 무작위 전산배당으로 담당판사가 결정된다. 이 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심사는 공정성 의혹이 제기될 만한 변수들을 최대한 배제한 뒤 배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변수란 양 전 대법원장와의 근무연을 뜻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1975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약 42년 간 판사생활을 했다. 그만큼 많은 판사들과 근무연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들 중에서도 3명이 양 전 대법원장과 근무연이 있다. 이언학·박범석 부장판사는 각각 2011~2013년, 2013~2015년에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현직이었을 때다. 허경호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서울지법 북부지원장이었던 2001~2003년 이 지원에서 근무했다.

법률로 봤을 때 3명의 판사가 사건을 맡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17조는 사건에서 특정 판사를 배제해야 하는 경우를 설명하고 있는데, 근무연이 있는 경우는 포함돼 있지 않다. 근무연 문제는 형사소송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 기재된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와 연관이 돼 있다. 다만 이 조항은 재판이 불공정할 염려가 있는 경우 검사나 피고인이 '이 판사에게 재판을 받지 않겠다'는 기피신청을 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 때문에 특정 법관이 자동으로 사건에서 배제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심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최초인 점,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 뒤 나올 수 있는 여러 의혹을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양 전 대법원장과 특별한 근무연이 없는 명재권·임민성 부장판사 중 한 명이 구속심사를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명 부장판사는 1998년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로 법조인으로서 첫 이력을 시작한 후 2011년 서울고법 판사로 자리를 옮겼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박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사법농단 의혹 관련 강제수사의 물꼬를 열어주기도 했다. 임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16기)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조계도 의견이 분분하다. 구속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쪽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주요 혐의인 직권남용은 법리적으로 다툴 내용이 많은 죄목인 점 △양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수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도주 우려는 없다는 점 △수사와 재판은 불구속이 원칙이라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와 달리 임 전 차장이 구속된 것으로 볼 때 상급자인 양 전 대법원장 역시 구속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검찰이 작성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260쪽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영장 청구서에 40개에 이르는 혐의가 적혔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 측도 이에 못지 않은 분량의 방어 자료를 준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심사는 21일 담당 판사가 지정되고 22일이나 23일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취재진을 포함한 많은 인원이 양 전 대법원장의 출석 현장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청사 보안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구속심사 결과는 심사 다음날 새벽쯤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베스트 클릭

  1. 1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2. 2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
  3. 3 속 보이는 얄팍한 계산…김호중, 뺑소니 열흘만에 '음주운전 인정'
  4. 4 [단독] 19조 '리튬 노다지' 찾았다…한국, 카자흐 채굴 우선권 유력
  5. 5 김호중, 유흥주점 갈 때부터 '대리' 불렀다…또 드러난 음주 정황